우리에게 희망은 있는가...'압축소멸 사회'를 읽고

[정재헌 칼럼니스트]

우리나라의 현재가 어둡게만 보였다. 지인을 만나 그런 얘기를 했더니, 우리나라의 현재를 객관적으로 설명하는 책 두 권을 소개해 주었다. 그 중 한 권이 이 책이다. '알아야 뭘 바꾸지' 하는 심정으로 읽었다. 저자는 작년 말 제10대 국회입법조사처장으로 임명된 분이다.

저자 이관후의 『압축소멸 사회』는 한국 사회가 압축 성장의 끝에서 압축 소멸로 향하고 있음을 진단하며, 특히 저출산, 고령화, 지방 소멸, 정치적 무능 등을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저자는 우리가 소멸을 막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경고하며, 이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책 '압축소멸 사회'. 저자 이관후, 출판사 한겨레

한국 사회가 처한 위기

책은 한국이 빠르게 성장한 만큼 빠르게 소멸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경고한다. 현재 대한민국은 낮아지는 출산율, 급격한 인구 감소, 경제 불평등의 심화, 지방 공동체의 붕괴 등으로 인해 존속 자체가 위태로운 상황이다. 한양대 전영수 교수는 "출산율이 0.5까지 떨어질 것이고, 마지막 골든타임은 앞으로 5년"이라며 인구 위기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저자 역시 출산율 저하가 단순한 개인의 선택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인 불평등과 사회적 무기력에서 비롯된다고 분석한다.

특히 교육과 노동시장 문제는 이 위기를 더욱 가속화시키고 있다. 청년들은 경쟁이 극심한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학습과 스펙 쌓기에 몰두하지만, 성공하더라도 삶의 만족도가 낮다. 다큐멘터리 <교육격차>에서 등장한 청년들은 “경쟁에서 이긴 10%조차 지속되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이는 성공해도 행복하지 않은 사회의 실상을 보여준다. 저자는 이런 현실이 출산율 저하뿐만 아니라 자살률 증가로도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저출산과 사회적 불평등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 정부는 막대한 예산(280조 원)을 투입했지만 효과는 없었다. 저출산 대책이 단순한 출산 장려금 지급에 집중되어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저출산의 근본 원인은 경제적 불평등과 미래에 대한 불안에서 비롯되며, 이는 노동시장 구조, 부동산 문제, 사회적 안전망의 부재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서울대 임동균 교수는 "사회적 해체가 진행되고 있으며, 많은 청년들이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저자는 젊은 세대가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는 이유가 단순한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사회적 조건 때문이라고 주장하며, 단순한 경제적 지원보다는 청년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한다.

정치의 소멸과 사회적 무능

이 책은 단순한 인구 문제를 넘어, 한국 사회가 겪고 있는 정치적 위기를 강하게 비판한다. 저자는 현재 한국의 정치가 국민을 위한 것이 아니라 집권 세력과 지지층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존재한다고 꼬집는다. 여당과 야당은 ‘심판 프레임’ 속에서 서로를 공격하는 데만 집중하며, 실제 국가 운영에는 관심이 없다. 인구 소멸, 기후 변화, 경제 위기 등의 문제는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

특히 윤석열 정부는 적극적인 경제·복지 정책보다는 시장에 맡기는 방식으로 일관하며, 이는 과거 이승만식 반공주의와 맞닿아 있다고 분석한다. 반면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정책 실패로 인해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고, 검찰 개혁에서도 정치적 무능을 드러냈다. 저자는 한국 정치가 극단적인 팬덤 정치로 변질되었으며, 이로 인해 시민이 사라지고 ‘팬’들만 남았다고 지적한다. 즉, 진영 논리에 갇혀 대화와 협력이 불가능한 사회가 된 것이다.

지방 소멸과 균형 발전의 실패

한국의 지방은 빠르게 소멸하고 있다. 저자는 중앙정부가 항상 지방에 특성화를 요구하지만, 삶의 질은 종합적인 요인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즉, 공장이나 관광 산업이 있다고 해서 사람들이 정착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의료 인프라가 함께 발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서울과 지방 간의 격차는 점점 커지고 있으며, 수도권 중심의 정책이 지속되는 한 지방 소멸은 막을 수 없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해결책: 무엇을 해야 하는가?

저자는 정치가 소멸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한다. 정치가 본래의 기능을 회복하고 사회적 갈등을 조정하며, 국민의 삶을 개선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극단적인 정치 싸움이 아니라, 합리적인 진보와 건전한 보수가 경쟁하면서도 협력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또한,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출산을 장려하는 것이 아니라 청년들이 더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불평등을 완화하고, 노동시장 개혁을 단행하며,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법이라는 것이다. 또한, 지방 소멸을 막기 위해서는 수도권 중심의 발전을 탈피하고, 지방에서도 안정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결론: 답은 우리에게 있지만

책의 마지막에서 저자는 희망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한국 사회가 소멸을 막을 수 있을지에 대한 답은 독자들에게 맡긴다. 그러나 그는 단순한 위기 경고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하는지 계속해서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소멸을 피할 수 있을까요?”라는 질문에 대해 답을 내리는 것은 결국 우리 몫이다. 사회적 불평등을 줄이고, 정치적 기능을 회복하며, 청년들에게 희망을 주는 사회를 만들지 않으면 대한민국은 소멸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필자는 저자의 경고가 결코 과장이 아님을 깨달았다. 인구 문제, 정치적 무능, 경제적 불평등, 지방 소멸 등 우리가 외면해 온 문제들이 이미 현실이 되었으며,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결국, 우리는 이대로 소멸할 것인가, 아니면 변화할 것인가를 선택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의 한국 사회를 보면, 변화가 가능할 지조차 확신할 수 없다.


※ 다독가 정재헌은 대학교에서 철학과를 다녔는데, 컴맹인데도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IT 기업이었던 STM(현, LG CNS)에 입사할 수 있었다. 광주에서 서울로 온 여인을 회사내에서 만나 아이들을 일곱 명이나 낳고 길렀다. 7년 전에 아이들에게 무엇을 물려줄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책을 벗 삼는 것보다 나은 걸 찾을 수 없었다. 아이들도 책과 친해지게 하자는 생각에 지금도 매일 책을 본다. 읽다 보니 정리하는 맛이 참 좋았다. 지금은 코스닥 상장사인 토마토시스템에서 AI/헬스케어 사업본부장을 맡고 있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멋진 독후감을 쓰고 싶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