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장의 역설…치솟은 몸값에 M&A '찬바람'

오귀환 기자(oh.gwuihwan@mk.co.kr), 박제완 기자(greenpea94@mk.co.kr), 우수민 기자(rsvp@mk.co.kr) 2026. 5. 25. 17:03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M&A빅딜 줄줄이 무산·지연
적정 기업가치 놓고 줄다리기
기관투자자 자금 증시로 쏠려
인수측 자금조달 확보도 난항
이지스 등 조 단위 거래 진통

올해 들어 대내외 불확실성이 고조되면서 시장의 기대를 한 몸에 받던 인수·합병(M&A) '빅딜'이 잇달아 무산 또는 지연되고 있다.

전쟁으로 인한 실적·금리 불확실성에 더해 '우상향'하는 주식시장마저 변동성 장세를 나타내고 있어 기업가치 산정을 둘러싼 간극이 쉽사리 좁혀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기업 인수 자금을 출자할 주요 기관투자자들도 회원 자금이 '주식 직투'로 이탈함에 따라 기존 약정된 건 외에 신규 투자에 쏟을 자금 여력이 부족해진 점 또한 M&A시장을 경색시키고 있다.

2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국내 최대 부동산 자산운용사인 이지스자산운용 경영권 매각 절차가 진통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12월 우선협상대상자로 힐하우스인베스트먼트를 선정했지만 이후 본계약 체결이 미뤄지고 있다. 국민연금을 비롯한 주요 출자자(LP)와의 갈등이 표면화한 가운데 기업가치를 놓고 줄다리기가 이어지는 상황으로 파악된다.

기업가치 5조원이 거론되는 SK실트론 거래 종결도 시장 예상보다 뒤늦게 이뤄질 전망이다. SK실트론은 오는 28일 지분 매매계약을 체결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이는 두산이 인수 우협으로 선정된 지 약 5개월 만이다.

당초 두산그룹은 두산로보틱스 주가수익스왑(PRS) 매각 등을 통해 인수 실탄 마련을 일찌감치 마친 것으로 알려지며 올해 초에 거래가 빠르게 종결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그러나 적자 사업 처리와 오너 몫 지분 매각 여부 등을 놓고 장고(長考)가 이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그사이 유례없는 반도체 업황 호조로 비교 기업 몸값도 치솟은 상태다.

앞서 두산밥캣 역시 지난 1월 1년 넘게 추진해온 독일 바커노이슨 인수 계획을 철회한 바 있다. 인수 발표 이후 회사 주가가 급등하며 자금 부담이 고조된 영향이다.

이 밖에 HS효성첨단소재도 지난달 타이어스틸코드 사업부 분할 매각 철회를 공식화했다. 지난해 1월 매각 계획을 밝힌 지 약 1년2개월 만이었다. 지난해 7월 베인캐피탈을 매각 우협으로 선정하고 논의를 이어왔지만 거래가 무산됐다. HS효성 측은 1조원이 넘는 가격을 고수했지만 인수 측은 이에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기업가치를 둘러싼 이견이 종종 발생하며 M&A 거래 성사의 발목을 잡고 있다. 최근 주식시장 상승으로 매각 측은 비교 기업 몸값이 올라가는 것을 고려해 기대하는 가격 수준이 높아지고 있고 제값을 받지 못할 바엔 무리하게 매각을 강행하지 않겠다는 분위기마저 나온다.

특히 재무적투자자(FI)들이 내놓는 매물은 더욱 성사가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매각 적기에 접어든 자산이 대부분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유동성 호황기에 높은 가격을 주고 인수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식시장 상승에도 원매자들은 보수적인 접근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시장금리가 상승하며 자금 조달 부담이 커진 데다 중동 분쟁까지 장기화하면서 여파를 관망하려는 분위기가 완연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자본시장 '큰손'인 상호금융과 공제회 자금력이 약해진 점도 M&A 침체 원인으로 꼽힌다. 최근 증시 급등에 회원들이 단기 공제 상품 대신 주식 투자로 갈아타는 움직임이 늘면서다. 공제 상품 특성상 회원 이탈이 늘면 운용 가능한 자산 총액이 줄어들고 대체 투자 여력도 감소하게 된다.

실제로 최근 신생 운용사들이 과감한 베팅으로 인수 우협으로 선정된 이후 자금 조달에 실패하면서 최종 거래가 무산되는 사례가 이어졌다.

한 대형 사모펀드(PEF) 대표는 "이달부터 국민성장펀드 출자 사업이 본격화하지만 나머지 자금 매칭을 거쳐 펀드를 결성하고 이를 집행하기까지 시차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의 M&A 시장은 대형 블라인드 펀드(투자처가 정해지지 않은 펀드)를 이미 보유해 추가 펀딩이 필요 없는 운용사들만 거래를 성사시킬 수 있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오귀환 기자 / 박제완 기자 / 우수민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