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캐나다 방산전시회 CANSEC 2025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공개한 K9 자주포의 차륜형 변형모델이 국제 방산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체코산 타트라 트럭 차체에 장착된 이 신형 자주포는 "Made with Canada, For Canada"라는 슬로건과 함께 캐나다 시장을 겨냥한 전략적 접근을 보여주었습니다.
현재 10개국에서 운용 중인 K9 썬더가 이제 궤도식에서 차륜식으로 영역을 확장하며 글로벌 자주포 시장의 새로운 변화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캐나다 육군이 60억 달러 규모의 자주포 현대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의 차륜형 자주포가 어떤 경쟁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공개는 단순한 제품 전시를 넘어 현지 생산, 기술 이전, 장기적 방산 협력이라는 한국형 수출 전략의 연장선상에서 이해되고 있습니다.
왜 갑자기 바퀴를 단 자주포인가?
그동안 한국의 K9 자주포는 전차처럼 무한궤도를 사용하는 궤도식 자주포의 대표주자였습니다.
무한궤도는 험준한 지형에서의 기동성과 발사 시 안정성에서 명백한 장점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왜 갑자기 바퀴를 단 차륜형 자주포를 개발하게 된 것일까요?
가장 직접적인 계기는 지난 4월 영국의 자주포 사업에서 한국의 K9A2가 독일의 RCH 155에 패배한 사건이었습니다.

영국이 선택한 RCH 155는 차륜형 자주포로, 이동 중에도 사격이 가능한 혁신적인 기능을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이 사건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게 중요한 깨달음을 주었습니다.
아무리 뛰어난 궤도식 자주포라도 고객의 요구사항에 정확히 부합하지 않으면 선택받을 수 없다는 교훈이였죠.
차륜형 자주포의 가장 큰 장점은 운용비용과 기동성입니다.
궤도식 자주포는 작전 지역까지 이동할 때 별도의 수송 트레일러가 필요하지만, 차륜형은 스스로 수백 킬로미터를 주행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일상적인 정비와 유지보수에 필요한 인력과 비용도 현저히 적습니다. 예산 압박에 시달리는 서방 국가들에게는 매력적인 조건이 아닐 수 없습니다.
세계 차륜형 자주포 시장의 치열한 경쟁
현재 글로벌 차륜형 자주포 시장은 몇몇 강력한 경쟁자들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앞서 말했듯 그 선두주자는 독일의 RCH 155입니다.
복서 장갑차를 기반으로 한 이 자주포는 155mm 52구경장 포신을 장착하고 있으며, 가장 주목받는 특징은 이동 중 사격 능력입니다.
2021년 공개된 이동간 사격 영상은 155mm 자주포 중에서는 세계 최초의 기록으로, 방산업계에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스웨덴의 아처 자주포도 만만치 않은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볼보 트럭을 기반으로 제작된 아처는 자동화된 설계와 빠른 사격 능력으로 유명합니다.

3-4명의 승무원이 탑승하지만 실제로는 1명이 모든 것을 관리할 수 있으며, 사격 명령을 받은 후 30초 내에 첫 발을 발사할 수 있습니다.
현재 스웨덴 육군에서 운용 중이며 우크라이나 전장에서도 그 성능을 입증받고 있습니다.
프랑스의 세자르 자주포는 가장 오랜 실전 경험을 자랑합니다.

2008년부터 사용되기 시작한 세자르는 아프가니스탄, 레바논, 말리, 이라크 등 다양한 전장에서 검증받았습니다.
6x6 트럭 기반의 이 자주포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과 입증된 신뢰성으로 많은 국가들의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한국 차륜형 자주포의 경쟁력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개발 중인 차륜형 자주포는 기존 K9 자주포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K9A2의 무인 포탑 기술과 차체 플랫폼을 결합한 형태로, 포탑 크기는 4.2m×2.9m×2.0m이며 155mm 52구경장 포신을 주무장으로 사용합니다.

사거리 면에서는 표준탄 기준 40km, 사거리연장탄 기준 54km 이상으로 RCH 155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하지만 한국 차륜형 자주포의 진짜 경쟁력은 다른 곳에 있습니다. 바로 가격대비 성능과 검증된 기술력입니다.
K9 자주포는 이미 전 세계에서 1,700여 대 이상이 생산되어 155mm 자주포 시장의 36% 이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다양한 환경에서 실전 검증을 마쳤다는 의미입니다.
특히 최근 이집트에 수출되는 K9에는 국산 엔진이 탑재될 예정인데, 이는 독일 부품에 의존하던 기존의 제약을 극복한 중요한 성과입니다.
기술적 도전과 개발 전략
차륜형 자주포 개발에서 가장 중요한 기술적 과제는 발사 시 안정성 확보입니다.
궤도식과 달리 차륜식은 타이어가 지면에 닿아있기 때문에 포탄 발사 시 발생하는 반동을 효과적으로 제어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K9에서 검증된 유압식 안정화 시스템과 자동 사격통제장치 기술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동간 사격 능력 확보도 중요한 개발 목표입니다.
RCH 155가 보여준 것처럼 이동 중에도 정확한 사격이 가능하다면 적의 대포병 사격을 피하면서도 지속적인 화력 지원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이는 현대 전장에서 생존성과 효율성을 크게 높일 수 있는 핵심 기능입니다. 차체 플랫폼 선택도 중요한 고려사항입니다.
CANSEC에서 공개된 모델은 체코의 타트라 트럭을 사용했지만, 고객국의 요구에 따라 다양한 플랫폼에 적용할 수 있는 유연성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이는 현지 생산과 기술 이전을 중시하는 한국의 수출 전략과도 일치합니다.
캐나다 시장 진출의 전략적 의미
캐나다가 추진하고 있는 60억 달러 규모의 자주포 현대화 사업은 한국 차륜형 자주포에게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입니다.

캐나다는 광활한 영토와 다양한 지형 조건을 가지고 있어 자주포의 전략적 기동성이 매우 중요합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Made with Canada, For Canada"라는 슬로건을 내건 것은 단순한 마케팅 전략이 아닙니다.
현지 생산, 기술 이전, 장기적 방산 협력이라는 한국형 수출 모델의 핵심을 담고 있습니다. 이는 폴란드, 인도, 호주 등에서 성공을 거둔 검증된 전략입니다.
특히 캐나다는 파이브 아이즈 회원국으로서 서방 방산 시장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캐나다에서의 성공은 다른 서방 국가들로의 진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미래 전망과 과제
한국의 차륜형 자주포는 2030년대 상용화를 목표로 개발되고 있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개발 시기가 다소 늦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독일의 RCH 155는 이미 실전 배치되어 우크라이나에서 사용되고 있고, 다른 경쟁업체들도 실용화 단계에 접어든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한국에게는 분명한 강점이 있습니다. K9 자주포를 통해 축적된 방대한 운용 경험과 기술력, 그리고 가격 경쟁력입니다.
RCH 155의 단가가 1문당 약 170억원인 반면, K9는 110억-140억원 수준으로 상당한 가격 우위를 가지고 있습니다.
현재 차륜형 자주포 개발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자체 예산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향후 정부의 수출형 무기체계 개발사업에 신청할 예정입니다.
만약 선정된다면 AS21 레드백 장갑차처럼 국가적 지원을 받아 개발 속도를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입니다.
결국 한국 차륜형 자주포의 성공 여부는 얼마나 빨리 시장의 요구사항에 부합하는 제품을 내놓을 수 있느냐에 달려있습니다.
K9 자주포의 성공 DNA를 계승하면서도 차륜형만의 독특한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다면, 글로벌 방산 시장에서 또 하나의 한국 성공 스토리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