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전기차·태양광에 대한 美 제재, 글로벌 친환경 전환에 역풍

마이클 스펜스 스탠퍼드대 경제학 명예교수 2024. 10. 21.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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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 설명│유럽이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장벽을 세웠다. 10월 4일(이하 현지시각) 유럽연합(EU) 회원국은 중국산 전기차에 추가 관세를 적용하는 것을 골자로 한 EU 집행위원회(이하 집행위)의 관세 인상안을 통과시켰다. 앞서 집행위는 지난해 9월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중국 정부가 자국 업체에 거액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시장을 교란하고 유럽 시장점유율을 부당하게 잠식했다는 혐의를 들었다. 기업이 집행위 조사에 협력했는지 여부에 따라 관세율을 달리 적용, 중국산 전기차는 유럽 시장에서 최대 45.3%의 관세를 물게 됐다. 북미엔 이미 EU보다 높은 무역장벽이 세워졌다. 미국은 지난 5월 중국산 전기차에 100%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확정해 9월 27일부터 전격 시행하고 있다. 태양전지 관세는 50%로 올랐고, 철강·알루미늄, 전기차용 배터리 관세도 25%로 상향 적용됐다. 10월엔 캐나다가 중국산 전기차에 100%, 철강과 알루미늄에 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모두 ① 중국산 전기차의 질주를 위협으로 보고, 대응에 나선 것이다. 중국도 보복에 들어갔다. 중국은 EU산 돼지고기, 유제품, 브랜디(증류주)에 대해 반덤핑·반보조금 조치에 착수했고, 캐나다산 카놀라유 원유인 유채씨에 대한 반덤핑 조사를 개시했다. 캐나다산 화학제품에 대해서도 반덤핑 조사를 시작할 계획이다. 이처럼 중국을 둘러싼 무역장벽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필자는 중국에 대한 강력한 기술 제재는 중국의 친환경 전환을 가로막을 것이고 이는 결국 세계경제와 지속 가능성 문제에 타격을 입힐 것이라고 우려한다.
홍콩 카오룽베이의 BYD 자동차 전시장. /셔터스톡
마이클 스펜스 스탠퍼드대 경제학 명예교수전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장, 2001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 사진 ⓒ프로젝트신디케이트

중국이 지속 가능한 경제로의 전환을 앞두고 준비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친환경 기술에 대한 막대한 투자와 거대한 내수 시장을 활용한 비용 절감 및 공급 증가가 핵심 전략이다.

중국이 친환경 기술을 추진해 나갈 수 있었던 배경에는 저렴해진 전기차가 있다. 현재 중국에서 판매되는 신차 절반 이상이 전기 또는 하이브리드 차다. 특히 2015년 이후 중국 내 전기차 가격이 50% 떨어지며 현재 동급 가솔린 또는 디젤 차량의 3분의 1 수준으로 저렴해졌다. 반면 미국과 유럽에서는 전기차 가격이 올라 내연기관차보다 비싸게 판매되고 있다.

비슷하게, 중국은 저렴한 태양광발전 가격 덕에 친환경 에너지 발전량을 늘릴 수 있었다. 중국의 태양광발전 가격은 와트당 0.15달러다. EU(와트당 0.34달러)와 미국(와트당 0.46달러)의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다. 또 중국은 배터리 기술의 선두 주자이기도 하다.

中 친환경 산업, 서방 제재에 제동 우려

중국은 2022년 기준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세계 최대 이산화탄소 배출국이므로, 중국의 친환경 에너지 전환은 세계 이산화탄소 총배출량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한 중국이 생산하고 있는 첨단 저비용 제품과 기술은 고소득 국가와 인도 등 주요 배출국의 친환경 전환을 가속한다. 고소득 국가는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35%를, 인도는 7%를 배출한다.

하지만 중국의 친환경 에너지 전환이 성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강경해진 미국의 무역정책 때문이다. 미국은 중국산 전기차, 태양광 패널, 배터리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EU도 미국보다는 덜 공격적이지만, 추세는 비슷하다.

이를 단순한 보호무역주의로 치부할 수 없다. 관세는 국내 산업을 보호하고 대규모 고용 손실을 방지할 뿐만 아니라, 중국의 보조금을 상쇄하고 국가 안보를 보호하는 등 경제적 목표와 지정학적 목표를 모두 반영하고 있다. 이런 미국의 무역정책은 결과적으로 글로벌 친환경 전환에 강력한 역풍으로 작용하고 있다.

中, 선진국 친환경 사업 직접 투자도 방법

중국이 택할 수 있는 한 가지 대응책으로 ‘외국인직접투자(FDI)’가 꼽힌다. 선진국의 친환경 에너지 프로젝트에 중국이 투자자로 나서는 것이다. 앞서 1980년대 일본은 해당 전략을 취해 성공적으로 일본 자동차 산업을 부흥한 바 있다. 당시 미국은 자국의 자동차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일본 자동차 수입 쿼터제를 도입했고 이에 대응해 일본 기업은 미국 내 자동차 제조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했다. 덕분에 일본 기업은 고용 타격을 줄이고 세계 주요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었다.

FDI로 중국만 이득을 보는 것은 아니다. 다른 선진국 또한 친환경 기술 분야에서 중국의 자본 투자뿐만 아니라 관련 기술과 제조 노하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또 친환경 제품과 기술 비용이 하락함에 따라 에너지 전환이 속도를 낼 전망이기 때문에, 중국의 FDI가 선진국의 고용 증가로 이어지지는 않겠지만, 현지 일자리를 빼앗을 가능성도 현저히 낮다. 핵심은 공정한 경쟁의 장을 보장하는 기술 라이선스 계약을 제공해 중국의 시장 접근성을 조절하는 것에 있다. 실제로 중국 태양광 패널 기업은 이미 미국 시장에 투자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는 중국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인센티브를 받기 위한 전략인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이런 FDI 기반의 전략이 곧 불가능해질 가능성이 크다. 조 바이든미국 대통령은 국가 안보를 이유로 ② 중국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장착된 커넥티드카의 미국 내 판매를 전면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궁극적으로는 중국의 투자로 자금을 조달해 제조한 모든 차량이 이에 해당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커넥티드카를 제외한) 여타 제품에도 반도체, 소프트웨어 및 통신 기능이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산 부품을 이용한 커넥티드카의 보안 문제를 우려하지만, 우려에 대한 명확한 근거가 무엇인지는 알기 어렵다. 9월 레바논 전역에서 무선 호출기와 무전기가 폭발해 수십 명이 숨지고 수천 명이 다친 사건의 배후로 이스라엘의 정보기관이 지목됐지만, 그렇다고 해서 현지 커넥티드 제품이 금지될 가능성은 현저히 작다.

국가 안보의 중요성을 의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미국 정부가 자체적으로 안보 문제를 해결할 대안을 찾지 못한 채 중국에 대한 기술 제재만 이어간다면, 세계경제와 지속 가능성 문제 모두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우려가 크다.

①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서 전기차 시장이 역성장하거나 미미한 성장률을 기록한 가운데, 중국이 글로벌 전기차 시장 성장세를 이끌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1~8월 세계 각국에 등록된 전기차는 약 1000만 대로 전년 대비 약 20.1% 늘었다. 업체별로 보면, 1위는 중국의 BYD였다. BYD는 이 기간 220만5000대를 팔아 전년 동기 대비 27.9% 성장했다. 2위는 미국 테슬라로, BYD의 절반 수준인 110만4000대를 팔았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5.8% 줄었다. 3위는 중국의 지리(Geely)로, 76만1000대를 팔아, 전년 동기 대비 판매량이 52.8% 증가했다.

② 미국은 커넥티드카를 단순한 전기차 문제가 아닌 사이버 안보 및 정보 통신 안보 문제로 여기고 있다. 먼저 운전자와 차량에 대한 정보가 탈취될 가능성이 있고, 운행 중인 차량과 차량 인프라에 대한 사이버 공격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9월 23일 중국 업체가 설계하거나 만든 커넥티드카 부품이 쓰인 차량을 미국에서 팔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규정안을 발표한 이유다. 소프트웨어는 2027년 모델부터, 하드웨어는 2030년 모델부터 판매가 금지된다. 규정안은 30일간의 의견 수렴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중국은 “조속히 제재를 취소하고 미국에서 중국 기업의 경영 환경을 개선해달라”고 촉구했지만, 미국은 “국가 안보는 협상의 대상이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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