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몰라라" 해외 게임사, '국내 대리인 제도'가 막을까
서비스 종료 고지 의무도 안 지켜
확률형 아이템 관련 위반 전체 건수 중 60%
'국내 대리인 제도' 국회 문턱 통과될 예정
전문가들, "제도 회피 막아야"
#A씨는 우연히 핸드폰을 보다 게임 콘텐츠 이용료 14만 원이 결제됐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확인해 보니 A씨의 자녀가 A씨 몰래 스마트폰에 게임을 설치한 것이었다. A씨는 앱 마켓 사업자에 결제 취소와 환급을 요구했지만, 환급 정책은 해외 게임사의 규정에 따른다는 안내를 받았다. 해외 게임사업자에 직접 환급을 요구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B씨는 평소 즐겨하던 게임을 이용하던 중 사용하지 않은 아이템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음향도 오류가 생겨 해외 게임사업자에 시정과 환급을 요구했지만 거부당했다. 구체적인 정책 사항을 문의했지만 환급 사유는 밝힐 수 없다는 답변만 반복했다.
(해외게임사 국내시장 진출과 이용자 보호 자료집 사례)
해외 게임사와 관련된 게임 이용자 피해가 증가하고 있다. 시행된 지 7개월 된 확률형 아이템 표시 의무 위반 사례 역시 해외 게임사가 60%를 차지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럼에도 국내 진출은 더욱 활발해져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 10위권에 있는 게임들 중 절반을 해외 게임사가 차지하고 있다. 해외 게임사를 대상으로 '국내 대리인 제도'가 신속히 제정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일부 전문가들은 제도의 실효성을 지적하며 더 구체적인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용자 '기만'하는 해외 게임사 늘어
서비스 제공과 관련된 공지도 제대로 되지 않아 이용자들 피해도 잇따르고 있다. 국내법에 따르면 인터넷을 통해 게임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 종료 30일 전 종료 공지가 의무화돼 있지만, 홍콩 디깅게임즈(배틀삼국지), 해피게임즈(삼국지 혜택판), 이티게임즈(에픽아레나) 등 다수의 해외 게임사들은 이를 준수하지 않고 서비스를 종료하기도 했다.
확률형 아이템과 관련한 위반 사례도 해외 게임사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 2월 게임물관리위원회 확률형 아이템 관련 1225건에 대한 모니터링을 실시한 결과 266건에 대해 시정요청을 실시했다. 이 중 60%에 달하는 158건이 해외 게임사의 게임물인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시정요청 이후에도 수정되지 않을 경우 시정권고로 넘어가게 되는데, 시정권고 대상자 5건 모두 해외 게임사다. 넥슨은 최근 확률형 아이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아 219억 원의 보상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게임물관리위원회 김범수 자율지원본부장은 "이용자가 구제 요청을 했을 때 해외 게임사의 경우 취소와 환급을 거부하거나 무대응으로 일관하다 보니 피해 구제가 곤란한 상황"이라며 "게임 생태계를 해치는 외국 사업자에 대해 어떻게 책임을 물을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규제 사각지대가 역차별로 연결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 게임사 묶어두는 '국내 대리인 지정 제도'…실효성은?
법안의 골자는 국내에 주소나 영업장이 없는 게임 배급업자와 게임제공업자를 대상으로 게임 이용자 수와 매출액을 고려해 국내대리인을 지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해외 개인정보처리자,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 부가통신사업자 등은 법에 따라 국내대리인을 지정하도록 돼 있다. 타 입법 사례에 비추어 대상 해외 게임사가 국내 대리인을 지정하지 않을 경우 2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의무화하도록 개정이 추진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제도 회피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해외 게임사들이 서류만 있는 회사를 허위로 지정하거나 급조된 사업장을 지정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혁우 배재대 교수는 "지정된 대리인에 대해 어디까지 의무를 부과할 것인지, 문제가 발생하면 어떻게 처벌을 물을 것인지 구체적으로 설계해 제도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외 게임사들의 지속적인 무대응을 규제할 수 있는 방안도 필요하다. 이근우 가천대 교수는 "해외 게임사를 제재하는 전제가 낮아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며 "국내 대리인 제도의 취지는 좋지만 대리인도 지정하지 않고 과태료도 내지 않는 해외 사업자는 어떻게 이후에 조치를 취할 것인지 꼼꼼히 따져보고 난 뒤에 입법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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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박성은 기자 castleis@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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