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점 검찰청을 가다]④ "마약 밀반입 원천 차단".. 국제범죄 최전선에서 싸우는 인천지검

김민정 기자 2022. 8. 22.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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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범죄, 국제공조로 포위망 좁혀
경찰·세관·해경과 유기적 협력 체제
국제범죄, 관세법 위반 등 기업 범죄로 연결
"수사권 축소로 마약 유통 사범 수사 못해"

식품의약, 특허, 조세, 산업기술 유출 등 검사의 수사 영역에서 유독 전문성이 돋보이는 분야가 있다. 대검찰청은 일찌감치 전국 각 검찰청에 지역별 특성을 고려해 ‘중점 검찰청’을 지정하고 수사 역량을 집중시켰다. 최근에는 각 중점청에 합수단 부활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력으로 무장하고 묵묵히 제 할 일을 하는 ‘중점청 검사’들을 총 7회에 걸쳐 만나본다.[편집자주]

인천광역시 미추홀구 인천지방검찰청에서 국제범죄수사부와 강력범죄수사부 검사들이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나상현 검사, 정주희 검사, 이재인 검사, 김태형 부장검사, 김한민 검사, 김지웅 검사, 오정은 검사, 박아름 검사./인천지검

국내에서 소비되는 불법 마약류의 대다수는 해외산이다. 주로 국제우편물과 여행객 수하물을 통해 밀반입돼 소셜미디어(SNS) 등을 통해 퍼져나간다. 해외에서 우리나라로 밀수품을 보낼 때 타깃이 되는 곳이 ‘인천’이다. 대한민국의 관문인 인천국제공항과 인천항을 모두 끼고 있기 때문이다.

인천지검은 마약뿐만 아니라 외화 반출이나 수출입 가격 조작 등의 범죄를 최전선에서 막고 있다. 인천지검이 ‘문지기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범죄의 양상이 전국 방방곡곡으로 퍼져나갈 수 있다.

◇ “마약범죄, 뿌리 뽑겠다”… 범죄 확산 ‘방파제 역할’

인천지검은 인천공항에 파견된 마약 수사관(공항수사팀)을 통해 국제 정보를 수집하고 국제 마약 밀수 및 공급 사범 단속에 주력하고 있다. 이를 통해 밀수입·밀입국 사범의 국내 유입을 원천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

최근 대검찰청이 마약 범죄에 엄정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인천지검의 역할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검찰의 수사 개시 범위 중 하나인 ‘경제범죄’에 마약·조직범죄를 포함하는 시행령을 내놓으면서 직접 수사를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다. 현재 인천지검이 인천경찰청‧세관‧해경과 함께 꾸린 ‘마약 수사 실무 협의체’는 올 하반기 전국 검찰청에서 권역별로 확대될 예정이다.

대검은 2018년 4월 인천지검을 국제범죄 중점검찰청으로 지정했다.

인천지검은 국제범죄수사부(옛 외사범죄형사부)와 강력범죄수사부를 주축으로 한다. 국제범죄수사부는 김태형 부장검사(사법연수원 35기)를 필두로 김한민 검사(38기), 김지웅 검사(43기), 박아름 검사(45기), 오정은 검사(변호사 시험 5회)로 구성됐다. 마약 수사를 총괄하는 강력범죄수사부는 김연실 부장검사(34기)를 선봉으로 이재인 검사(42기), 정주희 검사(45기), 나상현 검사(변시 5회)가 근무하고 있다.

김 부장검사는 지난 16일 조선비즈와 만난 자리에서 “인천지검이 우리나라로 밀려드는 국제범죄에 대응하는 방파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국제범죄를 막아내지 못하면 전국으로 범죄가 확산된다는 절실한 마음으로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출국장에서 열린 '마약류 밀반입 예방 캠페인'에서 관계자가 마약 탐지견을 이용한 마약류 탐지 시범을 보이고 있다./뉴스1

◇ 활개치는 마약 범죄… ‘국제공조’로 포위망 좁혀

마약 범죄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국경이 닫히면서 잠시 줄어드는 듯했지만, 최근 빗장이 풀리면서 다시 활개를 치고 있다. 인천지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까지 압수한 밀수 필로폰은 39.3kg에 달한다. 이는 2021년 압수량(35.4kg)이나 2020년 압수량(15.13kg) 보다도 많은 수치다. 엑스터시는 올해 상반기까지 1만1827정이 압수됐다. 2021년 1714정, 2020년 1871정 대비 10배가량 많은 양이 한국으로 유입된 것이다.

인천지검은 마약에 대응하는 공조 체계를 구축하면서 수사를 펼치고 있다. 인천지검은 인천세관과 공조수사를 통해 인천공항 및 인천항을 통해 국내로 반입되는 마약류의 해외 공급 사범과 국내 유통 사범을 추적‧검거하고 있다. 국가정보원과도 마약 관련 동향을 교환하며 국제범죄에 대응한다.

국제 마약 조직과 내국인이 손을 잡고 국내로 대량의 마약을 수입하는 사례가 늘면서 2019년 8월 인천지검 강력부에 ‘국제마약조직 추적수사팀’이 신설됐다. 동남아시아, 미국 등 한인 밀수입자를 추적하고 검거하는 게 주된 역할이다.

지난 1월에는 인천경찰청‧세관‧해경과 함께 마약 수사 실무 협의체를 발족했다. 밀수·유통 조직 정보를 보다 적극적으로 공유하기 위해서다. 수사 개시 범위 밖 사건에 대한 수사단서 제공 등 체계적으로 수사를 전개하고 있다.

국내 유관기관뿐 아니라 미국 마약단속국(DEA), 연방수사국(FBI), 국토안보수사국(HSI) 및 태국, 베트남, 캄보디아 등 외국 수사기관과 공조 체계를 구축하고 범죄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이재인 검사는 이달 미국 DEA와 인도네시아 마약청이 주관하는 IDEC(International Drug Enforcement Conference)에 한국 대표로 참여했다. 30여개국 수사기관과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해외기관과 적극적인 공조 관계를 맺는 성과를 거뒀다.

인천지검은 2020년 6월 태국 마약청과 공조해 일명 ‘아시아 마약왕’ A씨를 검거했다. 수년간 캄보디아에서 국내로 610억원 상당의 필로폰을 밀수하면서 태국에서 4년 간의 도피 행각을 벌이던 중 검찰에 붙잡힌 것이다. A씨는 캄보디아와 태국을 오가면서 대학생이나 가정주부 등 국내 운반책과 텔레그램 등으로 연락하며 18.3㎏ 상당의 필로폰을 21차례에 걸쳐 국내로 밀수했다.

◇ “기업 범죄·편법 증여로 이어지는 국제범죄 엄단해야”

마약 등 강력범죄 외에도 인천지검은 전국에서 국제범죄 사건(관세법, 외국환거래법, 대외무역법, 출입국관리법 위반 관련)이 가장 많이 처리되는 곳이다. 지난해 기준, 국제범죄 송치 건수는 564건으로 서울중앙지검(384건)과 부산지검(232건)보다 많았다.

인천지검은 인적·물적 인프라가 전국 최대 규모인 인천세관과 인천공항출입국사무소 등을 지휘하면서 국제범죄를 막고 있다. 인천지검 공항 분실 소속 인천공항 국제협력팀은 여행자 정보 사전확인 시스템(APIS, Advanced Passenger Information System)을 활용해 국내에 입국하는 수배자의 신병을 즉시 확보한다. 수사기관의 사전 요청에 따라 출입국관리사무소가 (대상자가 입국하기 전) 수사기관에 통보할 경우 검거하는 구조다.

지난해 6월 수출가격 조작 등 회계분식을 통한 부정거래 사건을 수사해 관련자들을 구속 기소하고 범죄수익 환수 조치에 성공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B상장사 대표는 회계분식으로 투자를 유치한 뒤 중소기업지원금을 편취하고, 회삿돈을 횡령해 관세법 위반(수출가격 조작), 자본시장법위반, 특경법위반(사기·횡령)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또 범죄수익 약 530억원에 대해 추징보전 조치를 내렸다.

김한민 검사는 “국제범죄를 단순히 수출입과 관련된 범죄로만 생각하면 오산”이라며 “결과적으로 기업 범죄나 불법적인 자금세탁, 편법 증여와 이어진다는 점에서 중요성이 크다”고 했다.

몸에 해로운 성분으로 구성된 ‘짝퉁 마취크림’을 밀반입한 일당을 검거하기도 했다. 타투나 눈썹문신 등을 하기 전 바르는 마취크림은 전문의약품이다. 그러나 국내에서 비의료인이 하는 문신 시술은 불법이다. 그러다 보니 전문의약품을 구하기 어려운 점을 노린 ‘짝퉁 마취크림’이 전국으로 유통됐다.

오정은 검사는 “성분 검증이 안 되고, 원가와 판매량 차이가 엄청나 5~10배 이상 이익을 거둔 것으로 보인다”면서 “국내에서 유통될 수 없는 약이 불법으로 밀수입돼 유통되면서 국민 건강에 미칠 영향력이 컸다”고 했다.

마약범죄처럼 국제범죄도 홀로 수사해서는 한계가 있기에 인천지검은 국제협력을 계속해서 강화해나갈 계획이다. 심우정 인천지방검찰청장은 내달 국제검사협회(IAP, International Association of Prosecutors) 집행위원 취임을 계기로 김태형 부장검사, 오정은 검사와 총회에 참석한다. 또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DC, UN Office on Drugs and Crime)를 방문해 UNODC, IAP과 한국 법무·검찰 간 내실 있는 협력도 강화할 방침이다.

인천지방검찰청 국제범죄수사부와 강력범죄수사부 검사들이 회의를 하고 있다./인천지검

◇ “수사권 축소로 ‘마약 유통 사범’ 눈 뜨고 놓칠 판”

검사들은 지난해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검찰의 직접 수사에 제동이 걸리면서 마약 수사 과정에서 어려움이 크다고 입을 모았다. 수사권 조정 이후 검찰은 500만원 이상 밀반입 마약류에 대해서만 직접 수사가 가능해졌다.

또 수사 중 공범이나 여죄가 발견되더라도 소위 ‘직접 관련성’이 없는 경우에는 자체 수사가 불가능하다. 검찰이 세관이나 경찰에 사실상 수사를 의뢰해야 하는 구조가 된 셈이다.

이에 인천지검은 자구책의 일환으로 마약 수사 실무 협의체를 운영하고 있지만, 단일한 수사조직이 아닌 유관기관과 협의 내지 공조로 문제점을 완전히 해소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또 마약 밀반입 사범뿐만 아니라 마약 유통 사범까지 수사권 범위가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인 검사는 “마약을 해외에서 밀반입해오는 조직과 국내에서 유통하는 조직이 있는데 수사권 조정으로 국내 유통 사범 수사를 못 했다”면서 “눈 뜨고도 못 잡는 경우가 많아 답답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코로나19로 억눌렸던 여행길이 열리면서 해외에서 마약류 물품을 들여오는 사례도 많아지고 있다.

정주희 검사는 “최근 마약 합법화 국가에 다녀온 여행객들이 현지에서 쉽게 마약을 접하고 몰래 들여오는 사건이 상당히 많아졌다”면서 “위법한지 몰랐다고 변명하지만, 분명히 불법인 만큼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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