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 모인 자리에서 제발 이러지 마요.." 중년 동창 모임에서 가장 보기 싫은행동

오랜만에 동창 모임에 나가면 마음이 묘해집니다. 학창 시절 함께 도시락을 먹고 시험을 걱정하던 얼굴들이 어느새 희끗한 머리와 깊어진 주름을 하고 앉아 있습니다. 처음에는 반갑습니다. 누가 어디에 사는지, 건강은 어떤지, 자녀들은 잘 지내는지 안부를 묻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조금 지나면 분위기가 달라지는 모임이 있습니다. 대화가 추억보다 집값으로 흘러가고, 건강보다 자녀의 직업을 묻기 시작합니다. 누가 더 좋은 동네에 사는지, 누구 자녀가 대기업에 들어갔는지, 퇴직 후에도 어떤 직함을 유지하는지를 자연스럽게 비교합니다. 중년 동창 모임에서 가장 보기 싫은 행동은 술을 많이 마시는 것도, 말이 조금 많은 것도 아닙니다. 바로 자신의 형편과 가족 이야기를 꺼내 사람을 은근히 줄 세우는 태도입니다.

이런 사람은 대놓고 자랑하지 않는 척합니다. “우리 아들은 별거 아니야”라고 말한 뒤 회사 이름을 정확히 밝히고, “집은 그냥 오래 살던 곳이야”라면서 시세가 많이 오른 동네라는 사실을 덧붙입니다. 여행 사진을 보여 주면서도 어디를 다녀왔는지보다 호텔 등급과 비용을 먼저 이야기합니다. 그러고는 상대에게 묻습니다. “너희 애는 어디 다니니?”, “아직 그 동네 살아?”, “연금은 얼마나 나오니?” 질문처럼 들리지만, 실제로는 비교할 재료를 모으는 경우가 많습니다. 누군가 대답을 피하면 형편이 좋지 않은 것으로 단정하고, 말수가 줄면 괜히 위축된 사람처럼 바라봅니다. 반가운 친구를 만나러 온 자리가 어느 순간 서로의 인생을 채점하는 면접장이 되어 버리는 것입니다.

가장 불편한 점은 이 행동이 한 사람만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자녀가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한 사람은 아무 말 없이 웃지만 마음은 무거워집니다. 배우자를 먼저 떠나보낸 사람에게 부부 여행 이야기가 길어지고, 경제적으로 힘든 친구 앞에서 집과 재산 이야기가 반복되면 자리는 점점 차가워집니다. 자랑하는 사람은 좋은 일을 나누었을 뿐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듣는 사람의 사정을 살피지 않은 자랑은 기쁨을 나누는 말이 아니라, 상대의 부족한 부분을 비추는 조명이 되기 쉽습니다. 중년 이후에는 누구나 보이지 않는 사연 하나쯤 품고 살아갑니다. 겉으로 웃고 있어도 병원비를 걱정할 수 있고, 자녀 문제로 잠을 설치고 있을 수 있습니다. 그 자리에서 꼭 자신의 성공을 증명해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동창 모임이 더 피곤해지는 순간은 비교가 험담으로 넘어갈 때입니다. 자리에 없는 친구의 이혼과 사업 실패, 자녀 문제를 자세히 이야기하며 “학창 시절부터 그럴 줄 알았다”고 결론을 냅니다. 누가 살이 쪘는지, 누가 늙어 보이는지, 누가 경제적으로 어려워졌는지를 재미 삼아 말합니다. 함께 웃는 사람도 있지만 속으로는 모두 같은 생각을 합니다. 내가 먼저 일어나면 다음에는 내 이야기가 저렇게 오르지 않을까. 사람은 자신이 없는 자리에서 어떻게 다뤄질지를 현재의 대화에서 짐작합니다. 남의 약점을 쉽게 꺼내는 사람이 있는 모임에서는 누구도 편안하게 속마음을 말하지 못합니다. 결국 만남은 이어져도 관계는 점점 얕아집니다.

좋은 동창 모임은 누구의 인생이 더 잘 풀렸는지 확인하는 자리가 아닙니다. 서로 다른 시간을 살아온 사람들이 잠시 옛날의 편안함으로 돌아가는 자리입니다. 자녀 이야기를 하더라도 성취보다 건강과 안부를 묻고, 재산보다 요즘 무엇을 하며 지내는지 물어보는 편이 좋습니다. 누군가 말하기 곤란해하는 질문에는 더 파고들지 말아야 합니다. 자랑하고 싶은 일이 생겼다면 짧게 이야기한 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 주십시오. 친구의 좋은 소식에는 진심으로 축하하고, 힘든 이야기가 나오면 충고보다 먼저 마음을 받아 주는 것이 좋습니다. 오래된 친구일수록 예의를 덜 지켜도 되는 것이 아니라, 오래 보고 싶기 때문에 더 조심해야 합니다.

중년 동창 모임에서 가장 보기 싫은 행동은 결국 우정을 나누는 자리에서 인생의 서열을 확인하려는 태도입니다. 학창 시절에는 같은 교실에 앉아 있었지만, 그 뒤의 삶은 누구에게나 다르게 흘렀습니다. 많이 가진 사람이 더 잘 산 것도 아니고, 자녀가 성공한 사람이 더 훌륭한 부모인 것도 아닙니다. 다음 모임에 나간다면 무엇을 보여 줄지보다 누구의 이야기를 따뜻하게 들어 줄지 먼저 생각해 보십시오. 오늘 줄인 자랑 한마디와 멈춘 비교 하나가 친구의 마음을 지키고, 10년 뒤에도 만나면 부담보다 반가움이 먼저 드는 오래된 인연을 남겨 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