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서울=인천~부산=전부 1시간 30분?

이 사진을 보라. 인천에서 출발하면 서울이나 수원, 부산, 심지어 제주도까지도 1시간 30분이면 갈 수 있다고 주장하는 내용이다. 더 신기한 건 이 법칙이 인천 내부에도 적용돼서, 인천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 이동하는데도 1시간 30분이 걸린다고 한다.

인천토박이들은 이 게시글에 ‘시공간을 왜곡하는 블랙홀 도시 인천’,‘90분 특별시 인천’ 같은 댓글을 달며 격하게 공감을 표했는데, 이게 진짜 사실일까. 이메일로 ‘인천 1시간 30분 밈 팩트체크 해달라’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했다.

[인천시 관계자]

“이런 얘기를 처음 듣는 건 아니다. 우리 시민들 관점에서 바라보면 그렇게(인천에서 국내 주요 도시까지 1시간 30분이 걸린다고) 해석될 여지도 있다고 하는 거죠.

인천시에 전화할 때만 해도, 장난전화 취급을 받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인천시 관계자는 뜻밖에 ‘그럴 수도 있다’는 제법 긍정적인 답변을 해줬다.

근데, 맞다도 아니고 아니다도 아니고, 그렇게 해석될 여지도 있다는 말은 무슨 말일까. 그래서 호기심 많은 왱구님들을 위해 인천을 찾아가 직접 실험해 봤다.

우선 인천발 서울행. 낮 12시 출발하는 시외버스를 타고 창밖의 풍경을 감상하다보니 어느덧 서울 잠실역 부근. 롯데월드 타워를 배경으로 인증샷을 찍은 시간은 오후 1시 25~26분. 얼추 1시간 30분이 걸렸다.

다시 인천 터미널 복귀. 이번에는 인천발 수원행 버스에 탑승했다. 인천 터미널 출발 시간은 오후 4시 5분. 도로 위 차량 행렬을 뚫고 또 한참을 달린 뒤 수원터미널을 배경으로 인증샷을 찍은 건 오후 5시 32~33분. 인천에서 수원까지 1시간 27분이니까, 이번에도 대략 1시간 30분이 걸렸다.

다시 또 인천 복귀. 이번엔 인천 내 이동. 지하철을 타고 도전했는데, 인천 지하철 1호선 남쪽 종점인 송도달빛축제공원 역에서 출발해 인천 지하철 북쪽 종점인 검단오류역까지 이동했다. 오후 8시에 출발했는데, 도착하니 오후 9시 21분이었다. 1시간 21분, 이번에도 1시간 30분 가까이 소요됐다.

다음은 서울이나 수원보다 훨씬 먼 부산이나 제주도....에 가려고 했는데, 마침 설 명절이라 여긴 직접 가보지 못하고 대신 시간 계산을 해봤다.

두 지역 모두 김포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이동해야 하는데, 인천공항에도 국내선 항공기가 들어오긴 하지만, 부산 대구에서 출발하는 해외노선인 경우에만 이용 가능하기 때문이다.

우선 인천 부평에서 출발한다고 가정해보자. 김포공항까지는 이렇게 지하철로 약 30분 가량이 소요된다.

이후 김포공항에서 제주까지는 비행기로 1시간 10분, 부산까지는 1시간 5분 가량이 걸리니까 순수하게 이동시간만 기준으로 하자면, 인천~제주 1시간 40분, 인천~부산이 1시간 35분쯤 걸린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 정도면 1시간 30분 법칙에 맞는다고 할 수 있다.

물론 비행기의 경우라면 짐 부치는 수속 시간이 별도로 필요하고, 무엇보다 ‘도어 투 도어’로 출발지와 목적지를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계산을 하자고 들면, 그건 완전히 다른 얘기가 된다.

[인천시 관계자]

“교통학에서는 OD 분석이라고 하는 거예요. 시작하는 시점이 어디고 데스티네이션(목적지)가 어디냐라는 관점으로 접근을 하는 건데. (인천 1시간 30분 법칙은) 특정 기준이 없기 때문에 모두가 옳다라고 하기는 어려움이 있어요. 분명하게.”

그러니까 교과서적으로 말하자면, Origin(출발)과 Destination(도착)이 없는 1시간 30분 법칙이란 건 애초에 성립이 불가능하다는 얘기.

그렇다면 ‘90분 특별시 인천’은 다 페이크란 얘기일까. 사실 이거야말로 인천시 관계자의 “그렇게 해석될 여지도 있다”는 말의 진짜 뜻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인천 밈이 진짜 의미하는 바는, 인천의 남다른 교통 인프라에 대한 인천 사람들의 자부심이라고 봐야 한다.

당장 떠올려봐도 인천엔 인천국제공항과 인천항이 있고, 이 둘과 연계한 각종 물류와 여객 운송 라인이 어느 도시보다 촘촘하게 구축돼 있다.

[인천시 관계자]

"1883년도에 인천이 부산, 원산 이래로 세 번째로 개항이 됐어요. 고려시대 때도 그때는 해운으로서 중국과 교류하던 시절인데. 조선시대 때도 한양으로 가기 위해서는 우리가 강화를 관통해서 한강 하구를 타고 올라간 거거든요. 역사적 측면에서도 인천이 교통의 요지 역할을 해왔다고 보여집니다.

여기서 반전은 이렇게 발달한 광역 교통과 비교해 인천의 시내 교통은 상대적으로 불편하다는 것. 인천은 섬이 많고 면적도 대구에 이어 광역시 가운데 2번째로 넓은데도, 지하철 노선은 2개 밖에 없다. 또 경인아라뱃길과 경인고속도로가 인천 도심을 관통해서 남북 간 교통이 불편하다.

[하헌구 인하대 교수]

“인천이 넓어서 그런것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인천 내에서 왔다갔다 하는 경우에는 남북교통이 서울가는 교통에 비해서 남북의 경우가 동서에 비해서 불편했다.”

그러고보면 1시간 30분 밈에는 인천 내 열악한 교통 상황에 대한 아쉬움도 한 스푼쯤 담겨 있는 셈. 인천시 측도 이런 상황을 인지하고 인천 지하철 3호선을 포함해서 다양한 해법을 찾고 있다고 하니, 조만간, 적어도 인천 안에서는 1시간 30분 밈이 깨지게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