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구 나오는데 단돈 1천 원!… 영화 '밤낚시'가 보여준 가능성 [스프]

2024. 6. 27.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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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즐레]

 
(SBS 연예뉴스 김지혜 기자)

사람들이 돈을 쓸 때 가장 중요시하는 요소가 가성비와 가심비다. '가격 대비 성능'과 '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을 뜻하는 이 말들은 지갑이 얇아진 시대에 더 까다롭게 적용된다.

영화의 재미로 관람료를 책정할 수 있다면, 최근의 한국 영화에 대한 관객의 적정 관람료는 얼마일까. 저마다의 기준으로 다른 가격을 제시하겠지만 확실한 것은 1만 5천 원까지 오른 관람료가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관객은 많지 않을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쳐온 영화계는 관객들의 가심비를 만족시켜 주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그러다 보니 "재미도 없는 영화를 1만 5천 원에 보라고?"라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관객들은 한 달에 1만 원 남짓한 돈만 내면 무제한으로 드라마와 영화를 볼 수 있는 OTT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위기의 극장은 관객의 발길을 돌리기 위해 여러 방안을 모색해 왔다. 영국의 좌석 차등제라던가 프랑스의 정액제 같은 이야기도 물밑에서 나왔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이 많고 실현 가능성이 제로에 가까워 사담에 그칠 뿐이었다. 문제는 영화였다. 아무리 위기라도 영화가 재밌으면 관객을 찾는다는 것을 '파묘', '범죄도시4'의 천만 흥행이 보여줬다.

연중 가장 많은 영화들이 쏟아지는 여름 시장을 앞두고 국내외 기대작들이 잇따라 개봉하기 시작했다. 이 길목에서 매우 도전적인 시도가 있어 눈길을 끈다. 손석구 주연의 영화 '밤낚시'의 개봉과 선전이다. 12분 59초 분량의 단편 영화가 극장에 개봉을 한다는 것부터 화제였다. 관람료는 단돈 1천 원. 간식거리를 의미하는 '스낵'을 영화와 연결시켜 '스낵무비'라는 네이밍으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가심비에 중점을 둔 흥미로운 시도다. 영화를 기획한 현대자동차와 공동제작한 스태넘과 마켄필름 아시아 그리고 과감하게 극장의 문을 열어준 CGV의 협업이 만들어낸 도전이다.


 

'광고 영화' 한계 극복한 참신한 단편…제약이 만들어낸 독창성

'밤낚시'는 어두운 밤 전기차 충전소에서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사건을 다룬 휴머니즘 스릴러. 한 줄의 로그라인만 보면 뻔한 단편 영화가 예상되지만, 근래 보기 드문 신선도를 자랑한다.

이 작품은 현대자동차가 전기차 '아이오닉5'를 광고하기 위해 기획됐다. 태생적 한계로 인해 자동차의 디자인이나 기능을 부각한 '광고성 영화'가 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공개된 작품에서는 광고보다 영화가 먼저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단 한 번도 자동차의 외형이 풀샷으로 나오지 않는다.

'밤낚시'는 기획 단계에서부터 콘셉트가 명확했다. 이른바 '자동차의 시선을 담은 영화'. 연출을 맡은 문병곤 감독은 이 콘셉트를 바탕으로 시나리오(문병곤·홍석재 공동 집필)를 개발했고, 조형래 촬영감독은 전기차에 달린 7개 카메라로 촬영을 진행했다. 자동차가 전면에 부각되는 일은 없지만 자동차 카메라의 동선 내에서 인물의 액션이 벌어지기 때문에 관객의 시선은 내내 자동차 언저리에 머물게 된다.


정체불명의 남자 로미오(손석구)는 외부로부터 어떤 지령을 받고 늦은 밤낚시에 나선다. 그가 당도한 곳은 인적이 드문 전기차 충전소다.

로미오의 본격적인 낚시가 시작되면 꽤나 역동적인 액션이 펼쳐지는데 자동차의 전면, 후면, 측면, 실내에 설치된 카메라 7대가 인물의 동선에 따라 교대로 움직인다. 스크린 상단에는 자동차 모양의 그림을 삽입해 현재 어떤 위치의 카메라가 움직이는지 표시가 된다.

콘셉트와 형식만 부각되는 건 아니다. 스토리텔링도 흥미로운 구석이 있다. 영화는 시작부터 미스터리한 무드로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고 예측할 수 없는 전개로 관객의 허를 찌른다. 낚시의 대상 또한 반전 카드로 작용한다.

단편 영화는 장편과 달리 기승전결의 구조와 논리적 플롯을 요하지 않는다. 참신한 아이디어와 확실한 임팩트가 중요하다. '밤낚시'는 미니멀한 설정으로 제작 효율을 높였고, 적게 보여주면서 오히려 호기심을 자극한다. 영화가 끝나고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지는 건 덤이다.

'칸의 총아' 문병곤 감독, 11년 만의 귀환 "경찰 보디캠서 영감"

영화를 연출한 문병곤 감독은 대중에게는 다소 낯설 수 있지만 영화계에서 오랫동안 주목받아 온 인물이다.

문병곤 감독은 2013년 칸 국제영화제에서 영화 '세이프'로 단편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전 세계에서 가장 잘 만든 단편 영화들이 경합을 벌이는 이 부문에서 한국 영화가 최고상을 받은 건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후 문병곤 감독은 국내외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여러 제안을 받았지만 장편 데뷔작 작업에 몰두했다. '세이프'의 장편화 작업을 꽤 오랫동안 준비했지만 결실을 맺지 못했고, 드라마와 영화 등 여러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었다. 이때 오랜 지인인 손석구가 현대자동차의 이번 계획을 제안하며 '밤낚시' 프로젝트에 합류했다.

'자동차의 시선을 담은 영화'라는 기획은 제약이 아닌 장점으로 작용했다. 문 감독은 "이야기가 있어 영화를 찍자고 한 게 아니라 '자동차 영화'라는 기획이 있고 그에 따른 이야기를 찾다 보니 '뭐가 좀 더 적당할까'를 고민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그 결과, 푸티지 영상 형식을 떠올렸다. 어떤 집단에서 증거 확보용으로 쌓아놓은 영상인데 그중 한 파일이 유출된 것처럼 연출하고 싶었다. 유튜브에서 본 경찰 보디캠 영상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기록 영상 포맷으로 보이기 위해 스크린에 시간, 위치, 목표물을 지칭하는 영어식 표기 등을 영상에 표기했다"고 밝혔다.

또한 영화의 반전이라고 할 수 있는 낚시의 대상에는 '공생'의 메시지도 담았다. 로미오와 낚시 대상과의 사투는 유튜브에서 본 물개 구조 영상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전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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