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세는 이제 노인 아니다?" 기초연금 싹 다 뜯어고치는 충격 시나리오

1981년 제정된 현행 65세 노인 기준을 75세로 단계적 상향하는 기초연금 개편 논의가 본격화되었다. 급격한 고령화에 따른 연금 재정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2033년부터 5년마다 1세씩, 혹은 내년부터 2년마다 1세씩 기준 연령을 올리는 시나리오가 정부에 제시되었다. 연령 상향이 적용될 경우 2065년까지 최대 600조 원 이상의 예산이 절감될 것으로 분석되었다.

▮▮ 40년 전 멈춰선 노인 기준, 국가 재정의 시한폭탄이 되다

대한민국 노인복지의 근간인 노인복지법이 제정된 1981년 당시 국민 기대 수명은 70.7세였다. 2026년 현재 기대 수명은 비약적으로 늘었으나 법적 노인 연령은 45년째 만 65세에 멈춰 서 있다. 1988년 1.55명이었던 합계출생률이 0.80명으로 반토막 난 인구 절벽 상황에서 현행 제도는 국가 재정을 파탄으로 몰고 갈 시한폭탄이 되었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의 연금 지출 부담이 2050년 국내총생산(GDP)의 41.4%에 달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을 내놓았다. 이는 주요 7개국(G7) 평균인 11.7%의 3.5배를 상회하는 수준으로 선진국 중 가장 가파른 재정 악화를 예고한다. 실제로 기초연금 지출은 2025년 24조 3천억 원에서 2065년 67조 7천억 원까지 불어날 것으로 분석되어 재정 절벽에 대한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재정 건전성 확보라는 당위성 뒤에 숨겨진 구체적인 절감 시나리오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 603조 원의 유혹, 75세 상향이 가져올 세 가지 시나리오의 실체

정부 용역을 수행한 홍익대 산학협력단의 보고서는 노인 기준 상향 강도에 따른 세 가지 재정 절감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첫 번째 안은 2033년부터 5년마다 1세씩 올려 2058년 이후 70세에 도달시키는 방안으로 약 203조 8천억 원의 재정을 아낄 수 있다. 두 번째는 내년부터 2년마다 1세씩 빠르게 올려 70세로 조정하는 안이며 절감액은 372조 5천억 원으로 급증한다.

가장 강력한 효과를 내는 세 번째 시나리오는 잔존 기대 수명이 15년에서 20년 이하로 줄어드는 시점에 맞춰 노인 기준을 자동 조정하는 방식이다. 이 모델을 적용하면 노인 연령은 2056년 이후 75세까지 단계적으로 상향된다. 이 경우 2065년까지의 재정 절감 규모는 무려 603조 4천억 원에 달하며 GDP 대비 부채 비율을 0.33%포인트 낮추는 강력한 임팩트를 준다.

하지만 이 같은 막대한 재정 절감 수치 이면에는 노인들의 삶을 지탱하던 복지 혜택의 증발이라는 어두운 단면이 존재한다.

▮▮ 무임승차부터 임플란트까지, ‘복지 사각지대’로 내몰리는 낀 세대

노인 연령이 75세로 높아질 경우 은퇴를 앞둔 5060 세대는 극심한 소득 공백의 공포에 직면한다. 정년은 60세 안팎인데 수급 연령만 75세로 밀려나면 무려 15년이라는 소득 공백기가 발생하여 노후 안전망이 완전히 해체된다. 이는 단순한 수치 조정을 넘어 은퇴자들을 생계 위협과 노인 빈곤의 덫으로 밀어넣는 가혹한 처사다.

특히 한국교통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지하철 무임승차 혜택을 단순히 연령만 높이는 것보다 기초연금 수급자(하위 70%)로 제한할 때 비용이 72% 절감되어 더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무분별한 연령 상향은 노인의 이동권을 박탈하여 사회적 고립을 심화시키고 건강 악화를 초례할 뿐이다. 65세부터 적용되던 임플란트와 틀니 혜택마저 사라지면 취약 노인들의 의료 안전망은 사실상 붕괴된다.

우리보다 앞서 이 진통을 겪은 해외 선진국들의 사례는 한국 사회에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준다.

▮▮ 해외에서 배운 교훈, 자동조정장치의 성공과 프랑스의 분노

독일과 일본은 연금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자동조정 기제를 적극 도입했다. 독일은 순임금 조정 방식을 통해 재정 안정을 꾀했고 일본은 인구 구조 변화에 따라 급여를 조정하는 거시경제 슬라이드를 도입해 지출 통제에 성공했다. 스웨덴은 확정기여형(DC) 체제를 운영하면서도 수급액이 부족한 이들을 위해 최저보증연금(GP)이라는 안전장치를 두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냈다.

반면 사회적 합의가 결여된 개혁은 처참한 실패를 맛보았다. 프랑스는 수급 연령을 62세에서 64세로 늦추려다 전국적인 대규모 시위에 직면하여 제도 시행을 일시 중단하는 정치적 리스크를 겪었다. 칠레 역시 민간 중심의 적립식 연금제를 도입했다가 낮은 가입률과 수익률 탓에 노인 빈곤율이 급등하며 전면적인 제도 개혁 요구를 받고 있다.

결국 성공적인 개혁의 열쇠는 재정 수치와 인간의 존엄 사이에서 최적의 균형점을 찾는 일이다.

▮▮ 재정 건전성과 노후 보장의 외줄타기, ‘하후상박’식 정교한 설계가 답이다

정부는 노인 연령 상향의 민감성을 고려해 저소득층을 더 두텁게 보호하는 하후상박식 개편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한정된 재원을 모든 노인에게 평등하게 나누기보다 중위소득과 연계하여 빈곤층에 집중하는 방식이 재정 효율성과 노후 보장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논리적 해법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 또한 현행 소득 하위 70% 지급 방식을 더 정교한 소득 기준으로 재설계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중요한 것은 노동 시장의 구조적 개편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정년 연장이나 고령자 재고용 제도 등 소득 보전 대책이 뒷받침되지 않은 채 연령만 높이는 개혁은 5060 세대에게 닿을 수 없는 가짜 권리만을 양산할 뿐이다. 노후 안전망이 무너지지 않도록 저소득층을 보호하는 차등 지급 원칙을 확립하고 실질적인 노동권 보장이 수반되는 입체적인 정책 추진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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