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중음악상 추다혜 “결국 누군가의 마음 닦아내는 일이길”

“저는 그냥 저희 음악이 누군가에게 힐링이 됐으면 좋겠어요. 마음이 좀 정화되고, 응어리가 조금 풀리고, 그런 역할을 했으면 좋겠어요.”
지난달 26일 열린 한국대중음악상(한대음)에서 최고 영예인 ‘올해의 앨범’과 ‘최우수 알앤비&솔 노래’ 2관왕에 오른 밴드 ‘추다혜차지스’(추다혜∙김다빈∙김재호∙시문)의 리더 추다혜가 꺼낸 말은 소박했다. 지난 6일 서울 마포구 연남동 인근 카페서 만난 추다혜는 고집스레 밀고 온 낯선 음악이 “결국 누군가의 마음을 닦아내는 일이길 바란다”는 작은 바람을 말했다. 추다혜차지스의 음악이 흥겹고 기이하고 들끓으면서도 이상하게 위로를 건네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올해의 앨범상 수상 순간은 실감이 잘 나지 않았다고 했다. 평단의 호평이 이어졌고 후보에 오른 뒤에는 욕심도 났지만, 시상식 당일에는 오히려 “왠지 못 받을 것 같다”는 쪽에 마음이 기울어 있었다. 다른 수상자들을 보며 체념하던 찰나 팀 이름이 불렸다. “저희 넷이 다 얼떨떨해서 의자에서 빨리 못 일어났어요. ‘진짜 우리야?’ 이러면서요. 먼저 받은 ‘최우수 알앤비&솔 노래’ 수상 때 준비한 소감을 거의 다 말해버린 탓에 당황했었죠.”
추다혜차지스의 출발은 계산된 기획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희문, 신승태와 함께했던 퓨전 국악 밴드 ‘씽씽’ 활동을 마무리할 즈음 “나만의 프로젝트를 시작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때 우연히 무속인의 굿을 보게 됐다. “보고 나서 ‘아, 저걸 해야겠다’ 싶었어요.” 대학에서 민요를 전공한 그에게 무속인들이 부르는 무가는 전혀 다른 세계였다. “전공 과정도, 체계화된 교수법도 없는 장르”였다. “실제 굿판에서 전해지는 노래를 찾아다니고, 선생님을 수소문하고, 녹음하고, 가사를 받아 적고, 다시 편집하는 지난한 과정”이 이어졌다. 그래도 그는 기어이 제주도까지 무속인을 찾아가 “이걸 배워서 내 음악을 해보고 싶다”고 졸랐다.

밴드 결성도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먼저 기타리스트 시문을 섭외했다. 전통 소리에 대한 이해가 있던 그에 이어 다른 멤버들까지 “이건 안 들어본 소리인데 재밌겠다”며 자연스럽게 합류했다. 어느새 팀은 밴드가 됐다. 이름에도 그런 뜻이 담겼다. ‘차지’는 “누군가의 몫”을 뜻하는 우리말이다. “굿이 복을 빌고 액운을 몰아내는 의식이라면, 이 음악을 듣는 이들 모두가 복을 자기 몫으로 가져가길 바라는 마음”에서 붙인 이름이란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밴드의 첫 앨범이 2020년 ‘오늘밤 당산나무 아래서’다. 밴드는 자신들의 음악을 ‘사이키델릭 샤머니즘 펑크’라고 정의했다. “펑크는 장르 구분이라기보다 무속 음악이 품은 신명과 야성, 즉 ‘펑키함’에 가깝다”는 것이 추다혜의 설명이다.

추다혜차지스는 대중의 기류에 맞춘 적이 없다. 멤버 모두 취향이 조금 덜 뻔하고, 조금 더 낯선 쪽으로 마음이 기운다. 그래서 음악은 늘 실험 쪽으로 흐른다. 다만 그 실험이 차갑거나 현학적이지 않다.
추다혜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건 가사다. 그는 “메시지와 정서가 먼저 있어야 노래의 형태가 나온다”고 했다. 뮤지션이라기보다 “작가처럼 접근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실제로 그의 영감은 “다른 뮤지션보다 굿판과 오래된 자료, 아시아 각지의 무속 다큐멘터리”에서 더 많이 온다.
케이팝 중심의 한국 대중음악 시장에서 이런 음악을 하는 이유를 묻자, 추다혜는 사명감 같은 큰 단어는 대신 “소수에게라도 힐링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번에 상을 받은 앨범 ‘소수민족’도 그런 맥락이다. “다수 속에서 연약해 보일 수 있지만, 있는 그대로 존재하는 소수의 강인함과 유니크함이 자신들이 해온 음악과 닮아 있다”고 했다.

다음 앨범 계획을 묻는 말에 그는 “요즘은 너무 다 빠르다”며 웃었다. 정규 앨범은 시간이 걸리는 작업이고, 추다혜차지스의 음악은 더더욱 음악 콘셉트와 리서치가 중요하다. 대신 다음 3집을 향한 구상은 또렷하다. “새로운 지역의 무가를 발굴하고, 외부 협업을 통해 새로운 에너지를 불어넣는 것”이다. 밴드는 올해 상반기 인천과 부산에서 단독 공연 및 아시안 팝 페스티벌 참가, 하반기 일본 도쿄와 유럽 투어를 도는 빡빡한 일정을 보낼 예정이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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