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배우들이 AI 딥페이크 기술에 떨고 있는 이유

조회수 2024. 5. 20.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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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영화의 공습] 배우와 감독, 작가 등 창작자들, 일자리 잃을까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살인자o난감'은 주인공 손석구의 어린 모습을 AI 딥페이크로 구현한 장면으로 눈길을 모았다. 사진출처=화면 갈무리

“심장이 쿵쾅거렸다.”

지난해 10월 주연작 ‘화란’으로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송중기는 화려한 영상기술력을 담아낸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듄’을 보고 이렇게 말했다.

CG(컴퓨터그래픽)와 특수시각효과, 거대한 세트 등 최첨단 기술력으로 만들어진 영화의 위용에 짓눌린 탓일까, 아니면 장대한 스펙터클에 감동한 것일까.

어쨌든 ‘듄’은 송중기에게 인상 깊은 작품이었음을 일러준다. 그는 “발전된 기술 덕분에 다양한 장르를 접할 수 있고, 현장에서도 작업할 때 도움을 많이 받는다”고 덧붙였다.

다만, 그는 “기술보다 사람이다. 영화는 사람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주객이 전도되면 안 된다는 생각을 막연하게 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부각되는 상황에 그의 말을 대입시키면 과장일까.

이에 앞서 지난해 7월14일 미국 배우·방송인 노동조합(SAG-AFTRA)과 작가조합(WGA)이 영화·TV 제작자연맹(AMPTP)에 맞서 1960년 이후 63년 만에 동반 파업을 결행했다.

118일 동안 이어진 파업은 11월9일 양측이 최저임금 인상, 스트리밍 플랫폼의 재상영 분배금 증액, 건강·연금보험에 대한 기여금 확대 등에 합의하며 끝났다.

이와 함께 또 하나의 쟁점이 있었다.

바로 영화와 드라마 등 제작에 있어 AI(Artificial Intelligence·인공지능)를 어떻게 활용하고 그 속에서 창작자들이 어떻게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느냐는 문제였다.

‘AI의 공습’이 빼앗아갈지 모를 배우와 작가 등 창작자들의 ‘일자리’에 관한 것이기도 했다.

쟁점은 생성형 AI 챗GPT를 선보이며 관련업계의 선두주자로 떠오른 미국의 오픈AI가 올해 3월 동영상 생성형 AI ‘소라’를 통해 만든 7편의 영상이 안겨준 충격 속에서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실제로 올해 개봉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인디아나 존스: 운명의 다이얼’ 속 해리슨 포드를 비롯해 2019년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아이리시맨’의 로버트 드 니로와 조 페시 등 주인공들의 젊은 시절 얼굴 모습이 AI로 만들어졌다.

한국에서도 AI를 활용한 영상 콘텐츠는 낯설지 않다.

최근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시리즈 ‘살인자ㅇ난감’의 주인공 손석구의 어린 시절 모습, JTBC 드라마 ‘웰컴투 삼달리’에 등장한 고 송해의 모습 등이 AI를 활용한 이미지 합성 기술인 ’딥페이크‘를 통해 구현됐다.

이 같은 기술력이 더욱 발전한다면 비교적 긴 분량의 장편영화를 완성하는 건 시간문제라는 전망이 나온다.

생성형 AI를 통해 만든 3분 분량의 단편영화 ‘원 모어 펌킨(One more pumpkin’으로 올해 2월 제1회 두바이 국제AI 영화제 경쟁부문에서 수상한 권한슬 감독은 현재 기술력으로는 “장편(영화)는 아직 힘들다”고 밝혔다.

그는 하지만 “(현재의)기술 발전 속도를 보면 올해 안에 가능할 것이다”고 내다봤다.

영화나 드라마 제작현장에서 배우와 감독, 작가 등이 느낄 수 있을 만한 위기감이 빠르게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의 시각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특히 톱스타급 배우나 유명 작가들은 초상권 및 성명권이나 저작권 계약을 통해 자신들의 능력을 빌려 금전적 이득을 취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배우들이나 작가들로서는 더욱 힘겨운 현실을 맞을 수 있다는 목소리도 크다.

또 이들이 내놓는 콘텐츠를 계약이나 사전 협의 없이 AI 영상기술을 통한 제작에 활용하는 것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이와 관련해 올해 AI 영화 경쟁부문을 신설하며 출품작을 접수 중인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는 “해당 기술을 사용한 부분 및 분야를 밝히고 이를 증빙하는 비디오 녹화, 스크린 캡처, 설명 등 증명하는 자료를 반드시 제출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영화제는 AI 영화 관련 다양한 무대와 함께 AI 영상기술이 영화산업에 미치는 영향, 저작권과 일자리 등 AI를 둘러싼 우려의 논쟁 등 다양한 의견을 담아낼 콘퍼런스도 열기로 했다.

그만큼 AI 영화가 영화산업에 미칠 파장이 적지 않은 상황임을 말해준다.

우려가 커질수록 많은 영화관계자들은 “인간” 또는 “사람”의 중요성을 더욱 강조한다.

영화 '오펜하이머'의 한 장면. 미국 원자폭탄의 개발 과정에 얽힌 이야기를 통해 신기술에 대한 인간의 책임을 물었다. 사진제공=유니버설 픽쳐스

미국의 원자폭탄 개발에 관한 이야기를 그린 ‘오펜하이머’를 지난해 선보인 할리우드의 대표적 연출자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미국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많은 AI 연구자들이 지금 이 순간을 ‘오펜하이머 모멘트(Oppenheimer moment)’로 부른다”고 말했다.

원자폭탄 또는 핵폭탄처럼 새로운 기술력이 세상에 의도하지 않은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것이라는 ‘경고’, 그리고 그 속에서 인간은 어떤 입장을 취하며 책임을 질 것인가에 관한 ‘깊은 고뇌’의 언급이다.

그는 “AI는 궁극적으로 도구로 간주돼야 하며, 이를 사용하는 방식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또 다른 연출자이자 ‘아바타’ 등 최첨단 영상기술력을 활용한 작품을 잇따라 선보여온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인터뷰에서 ‘소라’를 언급했다.

그는 “그걸로 영화를 만들 수는 없다”고 단언했다. 이어 “언젠가는 생성 AI가 날 대체할 수는 있겠지만, 아놀드 슈워제네거 같은 배우를 대체하기는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한국계 할리우드 배우 존 조도 “예술은 인간의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다. 영화를 보러 간다고 했을 때 인간의 경험에 대한 스토리텔링을 보고 싶은 것이다”면서 “인간만이 할 수 있는 표현을 AI가 빼앗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최첨단 영상기술력이 그 발전의 속도를 높이더라도 "인간"과 "사람"을 대체할 수 없을 것이라는 믿음.

과연 현실적 확신일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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