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딥페이크 사건’ 주범 1심 징역 10년···“인격 말살 범죄, 경악스러워”
“익명성에 취해 피해자·사법체계 조롱”
“텔레그램의 보안성 악용 범죄에 경종 필요”
서울대 동문 등 여성 수십명의 사진으로 허위 영상물을 만들어 유포한 이른바 ‘서울대 딥페이크(인공지능을 기반으로 가짜 이미지·동영상을 만들어내는 기술) 사건’의 주범 박모씨(40)가 1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1부(재판장 박준석)는 30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성 착취물 제작·배포) 등 혐의로 기소된 박씨에게 검찰 구형과 같은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다른 주범 강모씨에게는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들에게 각각 8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와 5년간 아동·청소년·장애인 관련 시설 취업제한도 명했다.
박씨와 강씨는 2021년 7월부터 지난 4월까지 서울대 동문 12명 등 여성 61명의 허위 영상물을 제작해 텔레그램 대화방에 유포한 혐의를 받는다. 박씨는 피해자들의 졸업사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온 사진 등을 강씨에게 전달했고, 강씨는 딥페이크 기술을 이용해 허위 영상물을 제작했다. 이들이 제작·배포한 허위 영상물은 2000개가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자 중에는 미성년자도 포함돼 있어 아동·청소년성보호법 위반 혐의가 적용됐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제작한 허위 음란물은 그 자체로 혐오감이 들 뿐만 아니라 그를 두고 나눈 대화도 경악스러울 정도”라며 “피고인이 참회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반성은 너무 늦었고, 피해자들은 이미 심각한 피해를 입은 데다 그 피해는 회복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들은 마치 사냥감을 선택하듯 피해자를 선정해 텔레그램이라는 가상공간을 빌려 지극히 일상적 사진을 이용해 장기간에 걸쳐 성적 모욕을 하고 조롱하며 인격을 말살시켰다”고 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범행은 서로 웃으며 인사할 수 있는 지인이라면 악한 일을 하진 않을 것이라는 최소한의 사회적 신뢰마저 훼손해 사회 전반에 큰 충격을 줬다”며 양형 사유를 밝혔다.
이날 재판부는 박씨 측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박씨는 평소 강박증 등을 앓고 있었다며 심신미약을 주장했다. 재판부는 “정신병적 증세로 범행했다기보다는 기존 피고인들의 피해의식, 사회적으로 잘 나가는 여성에 대한 열등감과 증오심을 텔레그램이 보장하는 익명성과 집단 분위기에 취해 사법체계를 조롱했다”고 했다. ‘범행의 상습성이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범행 기간만 약 3년6개월이고 피해자들도 다수인 점, 범행 기간동안 공백기 이외 1~3일 간격으로 꾸준히 영상물 유포했던 점, 범행 기간 대비 업로드 양 및 유포 일수를 고려하면 상습성 있었다고 인정된다”고 했다.
박씨는 그간 법정에서 “피해자들이 고통받길 원한 것이 아니다”라며 울먹이는 모습 등을 보이기도 했으나, 재판부는 “언제든 범행을 중단하고 반성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그러지 않았다”며 “해당 발언이 진실된 건지 의심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텔레그램을 악용한 성범죄 등 디지털 범죄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필요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재판부는 “텔레그램의 보안성을 이용한 각종 범죄가 우후죽순으로 퍼지고 있는 반면, 텔레그램의 속성으로 인해 범죄를 단죄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며 “피고인들도 피해자들, 제보자들의 수년에 걸친 노력 끝에 간신히 체포됐으며 그 과정에서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들었다”고 했다. 이어 “선량한 사회구성원들은 이런 범죄를 당하지 않기 위해 자신의 SNS에 사진을 올리지 않는 것 외에 할 수 것이 없는 무방비 상태”라며 “법과 도덕을 중대하게 무시한 결과가 어떤 것인지 인식시키고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것이 사법부의 일”이라고 했다.
피해자 측 조윤희 변호사(공동법률사무소 이채)는 선고 직후 기자들과 만나 “박씨에 대해 검찰의 구형량이 그대로 선고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라며 “피해자 입장에서 피해가 굉장히 컸던 점을 고려하면 긍정적인 판결”이라고 말했다.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406041536001
https://www.khan.co.kr/national/court-law/article/202409261847001
김나연 기자 ny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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