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장 시간 노동 자랑이냐”…일본도 1600시간인데 한국은 ‘무려’

WP, 한국 주 69시간 근로시간 MZ세대 반발 조명
대통령실, 주 60시간 이상 무리...보완 지시

16일 한국노총 주최로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주69시간 노동시간 개편안 폐기 촉구 기자회견에서 한국노동조합총연맹 김동명 위원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출처 = 연합뉴스]

미국 유력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가 한국의 주 최대 69시간 근로시간 개편방안을 둘러싼 ‘MZ세대’의 반발을 조망해 눈길을 끈다.

WP는 17일(현지시간) ‘한국 정부는 69시간제를 원한다. 청년층은 반발한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청년층 반발로 한국 정부가 이례적으로 69시간제 도입 결정을 재검토할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대통령실은 앞서 윤 대통령이 논란이 일고 있는 근로시간 개편안에 대해 주 60시간 이상은 무리라며 보완 지시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일주일에 최대 52시간보다 많은 50시간 중반대가 유력한 방안으로 거론된다.

WP는 한국에서는 법적으로 주 40시간 근무가 기본이고 초과 근로는 12시간으로 한정됐지만 현실적으로는 대부분 20~30대가 이를 넘어서 근무를 해도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WP에 따르면 대기업에 근무하는 30세 임모씨는 주 5일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까지 근무해 주당 근무시간이 70시간이 넘는다. 하지만 52시간을 넘는 초과 근로에 대해서는 어떤 보상도 받지 못하고 있다.

의학 분야 연구원인 35세 대니얼 김에 대한 사례도 WP는 소개했다.

그는 지난 8개월 간 오후 10시 이전에 퇴근한 사례가 없다. 주 80시간을 근무한 셈이다. 하지만 동종업계에서는 흔한 일이라고 그는 설명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초과근무에 시달리는 MZ 세대에게 최장 69시간 공식 도입은 거대한 분노를 살 수 밖에 없다고 WP는 지적했다.

이같은 MZ 세대의 분노는 곧장 대통령 지지율에도 악영향을 줬다.

실제 근로시간 개편안 발표 나흘 뒤인 지난 10일 갤럽 조사에서 20~30대의 윤석열 대통령 업무수행에 대한 부정 평가는 각각 66%와 79%로 크게 뛰었다.

현재 한국의 연간 평균 근로시간은 1915시간으로 미국(1791시간)은 물론이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1716시간을 크게 웃돈다. 한때 장시간 노동의 대표국으로 꼽혔던 일본의 지난해 평균 노동시간은 1607시간이다.

레이 쿠퍼 시드니대 교수는 “장시간 노동은 일과 육아의 충돌을 초래하며 결국 저출산으로 이어진다”며 “한국은 노동시간 측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으로 이는 자랑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