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도안 결선투표 승리…30년 종신집권 열었다

심판론 불구 52% 득표
민족주의 카드로 표심 모아
푸틴 "친애하는 친구" 반겨
리라화 역대 최저수준 기록

28일(현지시간)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대선 승리 후 관저 밖에 모인 지지자들에게 연설하고 있다. 이번 승리로 2028년까지 정권을 잡게 된 에르도안 대통령은 추가로 5년 재임이 가능해 2033년까지 집권할 수도 있다. AFP연합뉴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2차 결선투표까지 가는 치열한 접전 끝에 대선에서 승리하며 재선에 성공했다. 이번 재선으로 에르도안 대통령은 2003년 처음 정권을 잡은 후 2033년까지 최장 30년에 달하는 사실상 종신 집권에 도전할 수 있게 됐다.

28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선거관리위원회인 최고선거위원회(YSK)는 에르도안 대통령의 대선 결선투표 승리를 공식 발표했다. 아흐메트 예네르 YSK 위원장은 국내외 투표함 99.43%를 개표한 결과 에르도안 대통령이 52.14%를 얻어 승리했다고 밝혔다. 제1 야당인 공화인민당(CHP) 케말 클르츠다로을루 대표는 47.86%를 득표했다.

이번 결선투표 결과에 따라 2018년 취임한 에르도안 대통령은 2028년까지 추가로 5년간 집권하게 됐다. 중임 대통령이 임기 중 조기 대선을 실시해 당선되면 추가 5년 재임이 가능한 튀르키예 헌법에 따라 2033년까지 집권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이 경우 2003년 총리로 시작한 그의 집권 기간은 30년까지로 연장된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이번 대선 승리는 선거 직전 예상을 뒤집은 결과다. 이번 대선은 지난해 10월 기준 전년 대비 85%가 넘는 극심한 인플레이션에 리라화 가치 폭락 등으로 경제가 파탄되기 직전인 상황에서 치러졌다. 지난 2월에는 21세기 최악의 재난으로 꼽히는 대지진이 발생했고, 이에 대한 정부의 부실 대응과 부패 문제가 정권 심판론으로 이어졌다.

심각한 경제난에 튀르키예 대지진 등 겹악재를 맞은 에르도안 대통령이 꺼내 든 카드는 민족주의였다. 그는 불리한 판세가 지속되자 튀르키예 최대 안보 위협으로 쿠르드족의 분리독립 시도를 쟁점화하는 것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이날 각국 정상은 에르도안 대통령의 재집권 성공에 축하 메시지를 타전했다. 타스·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에르도안 대통령의 재선이 확실시되자 '친애하는 친구'라고 호칭하며 축하의 뜻을 전했다고 크렘린궁전이 밝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트위터에 짧게 축하 메시지를 올리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으로서 협력을 강조했다. 그는 "에르도안 대통령의 재선을 축하한다"며 "나토 동맹국으로서 양자 이슈와 공동의 글로벌 도전과제에 대해 협력을 이어갈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에르도안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자 튀르키예 리라화 가치는 하락세를 이어가며 역대 최저 수준에서 거래됐다.

[한재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