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올겨울 주식시장, 따뜻할 것 같지 않다”

최진렬 기자 2024. 9. 27.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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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호 LS증권 리테일사업부 대표 “역사적으로 연준 피벗 이후 예고 없이 경기침체 시작돼”

"많은 사람이 주식시장에서 하루하루 날씨를 맞히고 싶어 한다. 그런데 인간이 날씨를 맞힐 수는 없다. 계절 변화, 즉 온도 변화를 감지할 수 있을 뿐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기준금리를 인하하기 시작했는데, 이것은 좋은 시그널이 아니다. 많은 사람이 이번 겨울이 따뜻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하지만 올겨울이 따뜻할 것 같지는 않다."

윤지호 LS증권 리테일사업부 대표가 9월 24일 인터뷰에서 향후 증시 상황에 대해 내놓은 전망이다. 이날 윤 대표는 "주식시장을 계절로 본다면 지금은 최소 9월은 지났다"며 "다가올 겨울을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미국 내 약한 고리인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실업률이 치솟으면서 경기가 급격히 악화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국가부채와 가계부채가 부담스러운 수준까지 도달한 탓에 정부의 재정 정책과 민간소비로 경제를 지탱하는 것 역시 임계점에 다다랐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윤지호 LS증권 리테일사업부 대표. [박해윤 기자]

소규모 기업이 고용 흔들 것

윤 대표는 한국 증시에 대해 "미국이 버텨주다 보니 애매한 박스권 장세가 이어지고 있는데, 내년에는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경기를 지탱하던 미국 경기가 꺾이면서 한국 증시가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날 윤 대표는 "경기침체는 예고 없이 온다"고 거듭 강조했다.

연준의 빅컷(기준금리 0.5%p 인하)에 대해 미국 증시는 긍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당초 시장에서는 '설마 빅컷을 하겠느냐' '빅컷이 나타나면 주가는 빠질 것'이라는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빅컷이 이뤄졌고, 오히려 증시는 강한 모습을 보였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기자회견 이후 부상한 단어가 있다. 바로 '재조정(recalibration)'이다. 과거 연준이 금리를 인상한 후 유지하다가 인하하면 이를 정책 전환을 의미하는 '피벗(Pivot)'이라고 표현했다. 피벗을 두고 재조정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이유는 '상황이 변한 것이 아니며, 단지 물가가 조금 내려왔을 뿐이니 정책을 재조정해 기존 분위기를 이어가겠다'는 의도를 전하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두 가지를 질문하고 싶다. 첫째, 연준은 '과거와 다르다'고 말했지만 실제로는 경기침체를 예고하는 변화가 발생한 것이 아닐까. 둘째, 연준은 '고용지표를 봤더니 7월에 기준금리를 인하했어야 했다'고 했는데, 이는 '실기했다'는 의미가 아닐까."

‌2025년 1분기를 특히 우려하는 것 같은데.

"미국 서비스업이 지금은 굉장히 단단해 보이지만, 제조업이 많이 흔들리고 있다. 경기가 곧 '부자의 경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전미자영업연맹(NFIB) 소기업 낙관지수, 공급관리협회(ISM)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를 보면 미국 소규모 제조업 분야 등이 매우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그래프1 참조). 이들 때문에 고용이 흔들리지 않을까. 서비스업이 버텨주니 경기가 괜찮을 것이라고 얘기하는 사람도 있지만, 제조업이 흔들리면 사회가 돌아가는 힘이 약해진다. 이 흐름이 본격적으로 나타나는 시기가 2025년 초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는 미국 대선이라는 큰 정치적 이벤트가 있다. 어느 정부든 선거를 앞둔 시점에는 재정을 방만하게 운영했다. 그간 정부가 재정 정책을 펼치며 경기를 끌어왔는데, 이와 관련된 에너지가 급속히 고갈될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과 공화당 후보 중 누가 대통령에 당선하든 내년 초 재정 문제가 불거질 전망이다."

이자 부담 어마어마하게 상승

윤 대표는 당장 실업률이 어느 수준인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은 노동시장이 유연해서 경기가 안 좋아지면 실업률이 바로 치솟는다"며 "당장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좋게 나오지만 저소득층이 힘들어지면서 고용시장 쪽에서 무엇인가 문제가 생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연준은 이를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해 정책을 펼치고 있으나, 역사적으로 연준이 시장을 앞서간 적은 없으며 항상 후행적이었다"고 덧붙였다.

추후 경기가 악화될 것이라는 데는 대다수 사람이 동의한다. 다만 그 정도가 경기 둔화일 것이라고 주장하는 목소리도 많다.

"연준이 피벗을 하고 난 뒤 대개 예고 없이 경기침체가 시작됐다. 소위 낙관론을 주장하는 사람은 미국 소비가 이후에도 이어질 것이라고 본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낮다는 사실도 근거로 든다. 사실 이는 너무나 당연하다. 그간 금리가 상승하다 보니 사람들이 집을 사지 않았기 때문이다. 중요하게 살펴볼 것은 가계 소득 대비 이자 부담의 정도인데, 관련 비용이 어마어마하게 상승하고 있다. 소득 수준을 유지하려고 추가로 아르바이트를 하는 경향도 관측된다. 시장에서는 (불법 이민자 등으로) 노동 공급이 늘어 실업률이 상승했을 뿐이라는 주장이 나오지만, 이 점이 아닌 것만은 거의 확실하다."

경기에 민감한 반도체 기업의 이익 전망치가 갑작스레 수정되면서 주가가 크게 하락하는 현상도 있었다.

"반도체에서 가장 큰 문제가 됐던 것은 인공지능(AI)과 관련해 수요가 어마어마하게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였다. 사람들이 AI 노트북과 AI 스마트폰 등으로 기기를 교체할 것이라 예상했고, 이에 대비해 재고를 쌓아둔 상태였다. 하지만 수요가 재고를 충족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AI와 관련한 '킬러 애플리케이션'이 나오지 않으면서 사람들이 지갑을 열지 않은 것이다. 소비재는 두 가지 형태로 나뉜다. 식품, 화장품 등이 포함되는 필수소비재와 자동차, 가구, 스마트폰 등이 속하는 경기소비재다. 지갑이 두둑할 때는 경기소비재 소비 성향이 강하게 나타난다. 특히 관련 기업이 신제품을 출시할 때 판매가를 올리면 소비 성향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뜻이다. 최근 출시된 스마트폰을 보면 사용되는 D램이 증가했는데 판매가는 이전과 같다. 스마트폰이 잘 팔리지 않으리라고 보는 것이다."

AI에 대한 시장 기대가 과도한 부분이 있다고 보나.

"미국은 AI 인프라에 투자해 경기를 부양하려 하고 있다. 이 부분이 2025년 시장을 결정지을 변수라고 본다. 기업들이 AI에 돈을 너무나 많이 투자하고 있고, 이 때문에 엔비디아 칩이 많이 사용됐다. 문제는 투자한 만큼 돈을 벌어들일 수 있느냐다. 투자한 만큼 돈을 벌어들인다면 버블은 유지된다. 하지만 그렇지 못하면 버블은 터진다. 향후 설비투자(CAPEX) 비용을 극복하느냐의 싸움에 들어가게 될 테고, 상황이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 AI 가전제품을 구경한 적이 있는데, 일반 가전제품과 차별점이 특별히 보이지 않았다. 특히 테크 부문의 경우 감가상각 기간이 짧은 만큼 비용 부담에 직면할 수 있다."

금리 하락 멈출 때가 매력적인 시기

경기침체가 다가오고 있다면 어떻게 대비하는 것이 좋을까.

"주식투자 난도가 가장 낮은 때는 호황기가 아니라, '불황의 끝'이다. 문제는 불황의 끝이 언제인지 알기 어렵다는 점이다. 금리 사이클은 힌트가 될 수 있다. 사람들은 금리인상기를 두려워하는데, 올라갔던 금리가 일정 수준을 유지할 때는 시장이 확 무너지지 않는다. 제일 두려운 때는 금리를 내리기 시작할 때다. 물론 연준은 경기침체가 오지 않으리라 믿고 있다. 하지만 과거 연준이 한 해 기준금리를 0.5%p씩 한두 번 내리면 실업률이 치솟았다(그래프2 참조). 이 정도면 우연이라고 보기 어렵지 않을까. 금리라는 것은 결국 경기를 가늠하는 가장 중요한 잣대다. 장기적으로 불황의 끝에 주식을 매수하고 싶다면 가장 매력적인 핵심 전략은 금리 사이클이 하락을 멈출 때 사는 것이다. 하지만 막상 이때가 되면 다들 주식을 사지 않는다."

올해 가장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 있다면 무엇일까.

"금리가 빠른 속도로 내려가느냐 아니냐가 매우 중요하다. 연준은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0.25%p씩 2번 인하하겠다고 발표했다. 이것이 지켜지지 않고 한 번 더 빅컷이 나오면 이상을 감지해야 한다. 다시 말하지만 고용지표는 갑자기 악화되는 경향이 있다. 실업률이 4.5%에 다가서면 이 역시 시그널이 될 것이다. 올해 4분기 시장이 폭락하지는 않겠지만 내년 1분기에는 기온차를 느낄 것으로 전망된다. 그전에 포트폴리오를 조정해야 하지 않을까. 지금은 가을에 들어선 상황이며, 겨울을 대비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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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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