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트럼프, 이 대통령을 '위대한 지도자'로...시종일관 화기애애"

이성택 2025. 8. 26.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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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축산물 추가 개방·주한미군 감축 등 거론 안 돼
"한국서 숙청 또는 혁명"이라던 트럼프, 확대 회담선 언급 안 해
"경주 APEC 와서 김정은과 만나라" 권유에 "슬기로운 제안"
골프 애호가 트럼프, 한국 여성 프로 골퍼 실력 비결 물어
이재명 대통령이 25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방명록을 작성하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25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이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종료됐다고 대통령실이 전했다. 140여 분간의 회담에서 농축산물 개방 등 후속 관세 협상이나 동맹의 현대화 등 민감한 주제는 거의 다뤄지지 않았다. 이재명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한국에 초청하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만남을 권유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도 호응했다고 한다.


농축산물 추가 개방·주한미군 감축 등 거론 안 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미국 워싱턴 브리핑에서 "당초 예상보다 긴 정상회담은 시종일관 화기애애했고, 양 정상이 서로에 대한 호감을 쌓는 시간이었다"고 전했다. 언론에 공개된 소인수 회담 이후 진행된, 오찬을 곁들인 비공개 확대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 대통령에게 현재 한국의 정치적 상황에 대해 묻고, 교역 및 관세 협상에 대한 간단한 점검을 했다고 한다. 강 대변인은 "이어 두 정상은 미국 조선업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강 대변인은 농축산물 추가 개방 관련 논의는 "아예 안 나왔다"고 전했다. 앞서 미 측이 요구한 주한미군 감축 등 전략적 유연화에 대해서도 회담에서 언급이 없었다.

당초 대통령실은 △통상의 안정화 △동맹의 현대화 △새로운 협력 분야 개척 등을 한미 정상회담 목표로 삼았다. 강 대변인은 "그조차도 이야기가 안 될 정도로 분위기가 좋았다"며 "(가령) 무역 이야기를 하자고 했는데, 친밀하고 사적인 분위기로 이야기가 진행됐다"고 말했다.

단, 이날 회담에서 다뤄지지 않았다고 미국의 통상 압박이나 한국의 국방비 추가 부담 요구,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등 한미 간 민감한 이슈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강 대변인은 후속 논의 진행 여부에 대해 "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이날 회담이 민감한 현안 논의보다는 두 정상이 신뢰를 쌓는 장으로 활용되며 특정 의제에 대한 공동 발표문 등은 없을 것으로 전해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5일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한국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가"라며 "숙청 또는 혁명같이 보인다"라고 썼다. 트루스소셜 캡처

"한국서 숙청 또는 혁명"이라던 트럼프, 확대 회담선 언급 안 해

정상회담 직전 트럼프 대통령은 돌연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한국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가. 숙청 또는 혁명같이 보인다", "그런 상황에서는 우리가 거기서 사업을 할 수 없다"고 언급해 한국 대표단을 긴장시켰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정작 비공개 확대 회담에서 이 문제를 꺼내지 않았다. 언론에 공개된 소인수 회담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교회 압수수색에 관한 소문이 있었는데, 오해라고 확신한다"고 수습했다.


"경주 APEC 와서 김정은과 만나라" 권유에 "슬기로운 제안"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을 오는 10월 경북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초청하며 "가능하다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만남도 추진해보자"고 권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매우 슬기로운 제안", "당신은 전사다", "당신은 미국으로부터 완전한 지원을 받게 될 것이다"라며 흡족해했다.

강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은) 당신은 위대한 사람이고 위대한 지도자다, 한국은 당신과 함께 더 높은 곳에서 놀라운 미래를 갖게 될 것이다, 난 언제나 당신과 함께 있다'라는 메시지를 직접 써서 이 대통령에게 전달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대통령실이 25일 공개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선물.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 직후 이 대통령과 한국 측 참모진에게 백악관 기념 메달과 트럼프 대통령이 사인을 한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모자와 오찬 메뉴판 등을 선물로 줬다. 워싱턴=연합뉴스

골프 애호가 트럼프, 한국 여성 프로 골퍼 실력 비결 물어

이 밖에도 두 정상은 다양한 주제로 환담을 나눴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우리 둘은 비슷한 배경을 가지고 있다"며 두 정상 모두 과거 암살 위협으로 목숨을 잃을 뻔했던 상황을 언급했다. 골프 애호가인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여성 프로 골퍼들은 왜 그리 실력이 좋은가"라고 호기심을 보였다. 이 대통령은 "아마도 손재주가 좋은 민족적 특성과 연관이 있는 듯하다"고 답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대통령을 수행한 참모진들의 이름표와 식탁에 올려둔 메뉴에 직접 자신의 사인을 해줬다. 식사를 마친 뒤 이 대통령 등과 함께 다시 자신의 집무실로 돌아가 조지 워싱턴, 링컨 등 역대 미국 대통령의 초상화를 소개해 주고, 이 대통령에게는 트럼프 대통령 자신의 피습 사진이 실린 책을 선물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대통령의 참모진들을 기념품방으로 데려가 마음에 드는 모자와 골프공, 골프 핀, 와이셔츠, 커프스핀 등을 고르도록 하고 기념품에 사인을 해줬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을 마치고 헤어질 무렵에 재차 "김정은을 만나라고 한 지도자는 처음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정말 스마트한 사람이다, 똑똑한 사람이다"라고 거듭 칭찬했다고 강 대변인은 전했다. 강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은 '대단한 진전, 대단한 사람들, 대단한 협상이었다'며 이 대통령과 기분 좋게 인사를 나눴다"고 말했다.

워싱턴=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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