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성어로 본 오늘] 호가호위(狐假虎威)

송금호 2026. 3. 2.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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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금호 작가·언론인

여우가 호랑이의 위세를 빌려 다른 짐승들을 겁준다는 말로, 본인의 실력 없이 권력자, 집단, 부모의 도움만 이용해 일을 도모하는 사람을 비판하는 표현이다.

곧 치러질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자들이 권력자의 위세를 등에 업거나 소속 정당의 지지도가 우세해 당선이 쉬운 지역을 골라 나서는 행태, 즉 치열한 노력 대신 타인의 권세와 집단의 세력에 기대는 태도를 꼬집는 고사성어로 적당하겠다.

중국 전국시대 역사서 <전국책> '초책(楚策)' 편에 나온다.

초(楚)나라 선왕이 신하들에게 "북방 국가들이 우리나라의 재상 소해휼을 두려워하는 이유가 무엇인가"를 묻자, 소해휼과 정치적 갈등관계에 있던 신하 강을(江乙)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여우가 자기를 잡아먹으려는 호랑이에게 거짓으로 '나를 먹지 마라. 천제(하늘)이 나를 모든 동물의 우두머리로 삼으셨다. 나를 먹으면 천제의 명을 거역하는 것이다. 못믿겠거든 뒤에서 나를 따라 다녀봐라'고 했고, 이에 여우가 앞서고 호랑이가 그 뒤를 따르니 모든 동물이 도망치는 것을 본 호랑이가 '과연 그렇구나'라고 믿었습니다. 지금 북방이 소해휼을 두려워하는 듯 보이지만 실은 왕의 군사력을 두려워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유래된 말이 호가호위(狐假虎威)로, 앞에 나서는 사람이 마치 대단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뒷 배경으로 말미암은 것을 비꼬는 고사성어로 인용되고 있다.

6·3지방선거와 함께 국회의원 보궐선거의 열기가 한창이다. 여기저기서 자신을 알리려는 예비후보들의 인사가 출퇴근길 주민들의 눈길을 끌고, 북 콘서트도 많이 열린다. 각 정당은 기초 및 광역단체의 장과 의원 후보들을 선정하기 위한 여론조사를 벌이는 등 검증 작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기존 인물들 외에 새롭게 나선 분들도 많은데 '공천이 곧 당선'으로 인식되는 지역에서는 이미 치열한 물밑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민주당이 절대, 또는 대체로 우세한 호남과 수도권, 국힘당이 절대지역인 대구·경북지역이 그런 곳이다. 어떤 정당은 암행어사 출도까지 한다니, 공정 경쟁을 위한 것이라지만 당 지휘부의 임김이 작용할지도 염려된다.

비교적 당선이 손쉬운 지역에서는 너나 할것 없이 당 공천을 받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데, 그 과정에서 비방과 음해, 정치적 결탁, 금품 수수 등 여러가지 불법도 은밀히 자행되고 있다. 이처럼 일부 예비후보들이 금품이라는 호랑이, 또는 권력자나 정치 거물이라는 호랑이, 또는 거대 정당이라는 호랑이를 뒷배로 두고 있으니, 유권자는 안중에 없는 오만한 태도로 현대 판 호가호위가 아닐수 있다.

인천 모 지역의 국회의원 보궐선거구에도 느닷없이 나타난 고위직 출신 인사가 명함을 내밀고 있는데, 누가 보더라도 최고 권력자를 호랑이로 삼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하다. 게다가 이제 처음 정계에 진출하는 분이 자신의 역량을 보여주기보다는 은근히 뒷배에 더 신경쓰고, 치열한 광야의 싸움터가 아닌 쉽게 안주할 둥지를 골랐다는 인상이어서 더 그렇다.

호가호위는 본래 궁여지책의 하나로 남을 속이는 것이거늘, 그로서 출발해 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원, 또는 국회의원이 되더라도 뒷배인 호랑이가 사라지거나 국민이 알아차리면 냉혹한 심판으로 곧 나락 위기를 맞을것이니 잘 생각해 볼일이다.

/송금호 작가·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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