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년 만에 정상에서 만나는 호랑이와 사자...'달빛 시리즈' 주인은?

이석무 2024. 10. 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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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후 광주 동구 라마다플라자충장호텔 라벤더홀에서 열린 2024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KIA타이거즈와 삼성라이온즈의 미디어데이에서 양 팀 감독과 선수들이 우승컵을 놓고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왼쪽부터 KIA 김도영, 양현종, 이범호 감독, 삼성 박진만 감독, 강민호, 김영웅. 사진=연합뉴스
KIA타이거즈 제임스 네일. 사진=연합뉴스
삼성라이온즈 원태인.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호랑이’와 ‘사자’가 맞붙는 ‘달빛 한국시리즈’가 31년 만에 열린다.

정규시즌 1위로 한국시리즈에 직행한 KIA타이거즈(KIA)와 정규시즌 2위를 차지한 뒤 플레이오프를 통과한 삼성라이온즈(삼성)는 21일부터 2024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KS) 7전 4선승제 승부를 벌인다.

1·2차전은 KIA의 홈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3·4차전은 삼성의 홈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다. 5·6·7차전은 다시 광주로 돌아와 맞붙는다. 과거에 있었던 서울 중립경기는 열리지 않는다. 정규시즌 1위 팀에 홈 어드벤티지를 주겠다는 것이 한국야구위원회(KBO)의 의도다

31년 만에 열리는 ‘달빛 한국시리즈’…KIA 절대 우위 이을까

KIA와 삼성이 KS에서 만나는 것은 역대 네 번째이자 1993년 이후 31년 만이다. 앞선 세 번의 맞대결은 KIA의 전신인 해태 타이거즈 시절에 이뤄졌다. KIA는 해태 시절 포함해 총 11번 KS에 진출해 모두 우승 헹가래를 쳤다. ‘KS 불패신화’가 진행 중이다.

삼성은 KS에서 KIA에 세 차례나 희생양이 됐다. 1986년, 1987년, 1993년 KS에서 당시 해태에 무릎을 꿇었다. 영호남 갈등이 극에 달했던 시기였다. 두 팀이 KS에서 만날 때마다 여러 웃지 못할 해프닝이 끊이지 않았다.

해태와 삼성이 처음 만났던 1986년 KS에선 해태가 4승 1패로 이겼다. ‘국보투수’ 선동열의 존재가 어마어마했다.

당시 삼성의 무기력한 패배에 분노한 대구 야구팬들은 KS 3차전을 마친 뒤 지금도 회자되는 ‘해태 버스 방화사건’을 일으켰다. 이후 해태와 삼성은 버스 손해배상 문제를 놓고 한동안 갈등을 빚었다.

다음 해 1987년에도 두 팀은 KS에서 다시 만났다. 이때도 최강 전력을 자랑한 해태는 삼성에 단 1패도 허락하지 않고 4승으로 시리즈를 마무리했다. 삼성도 김시진, 이만수, 장효조 등 호화멤버를 자랑했지만 해태의 벽은 너무 높았다.

1993년 KS는 7차전까지 가는 접전이 펼쳐졌다. 이때도 마지막에 웃은 팀은 해태였다. 혜성처럼 등장한 ‘슈퍼신인’ 이종범이 KS 시리즈를 집어삼켰다.

이후 해태는 2001년 KIA로 간판을 바꿨다. 2000년대 이후 KIA는 두 차례, 삼성은 7차례나 KS 우승을 이뤘지만 두 팀이 대결한 적은 없었다. ‘해태’가 아닌 ‘KIA’로서 삼성과 KS를 벌이는 것도 올해가 처음이다.

◇체력·상대전적 등 절대 유리한 쪽은 KIA…이변 노리는 삼성

두 팀의 상황을 비교하면 절대 유리한 쪽은 KIA다. KIA는 올 시즌 상대 전적에서는 12승 4패로 삼성을 압도했다. 정규시즌에서 팀 타율 0.301, 팀 OPS(출루율+장타율) 0.828로 1위를 차지했다. 팀 평균자책점도 4.40으로 1위였다.

게다가 9월 30일 정규시즌 최종전을 치른 뒤 3주 이상 충분한 휴식을 취했다. 특별한 부상 공백도 없다. 타구에 맞아 턱관절 골절 수술을 받았던 외국인 투수 제임스 네일도 건강하게 돌아와 KS를 준비해 왔다.

반면 삼성은 LG트윈스와 플레이오프 4경기를 치렀다. 두 차례 우천 취소 덕분에 일정이 빡빡한 것은 아니었지만, 투수들의 체력이 신경 쓰이지 않을 수 없다. 부상 선수도 고민이다. 외국인 에이스 코너 시볼드는 플레이오프(PO)에 이어 KS도 출전이 어렵게 되었다. 여기에 팀의 기둥 구자욱마저 왼쪽 무릎 부상으로 정상 출전이 불투명하다.

물론 단기전은 숫자나 데이터만으로 승부를 예측할 수 없다. 3주 이상 경기를 치르지 못한 KIA 입장에선 떨어진 경기 감각 회복이 고민이다. 반면 삼성은 이미 4경기를 치른 만큼 경기 감각면에서 KIA보다 훨씬 유리하다.

◇‘1차전 이기면 우승 확률 71.4%… 네일 vs 원태인 선발 맞대결

KS 같은 단기전에서 1차전의 중요성은 설명이 필요 없다. 역대 KS 1차전 승리 팀의 우승 확률은 71.4%(42번 증 30번)나 된다. 최근 두 차례 KS에선 1차전을 진 팀이 역전 우승을 이뤘지만 그렇다고 1차전의 무게감이 줄어드는 것은 결코 아니다.

KIA는 평균자책점 1위 제임스 네일이 1차전 선발로 나선다. 네일은 정규 시즌 26경기에 선발 등판해 12승 5패 평균자책점 2.53을 기록했다. 지난 8월 24일 NC다이노스전에서 타구에 얼굴을 맞아 턱뼈가 골절되는 부상을 입었고 수술을 받았다. 가을 야구 등판이 불투명했지만 놀라운 회복 속도를 보이면서 극적으로 KS에 합류했다. 최근 두 차례 연습경기에서 정상적인 투구를 보여주면서 몸 상태에 이상이 없음을 입증했다.

이범호 KIA 감독은 “네일은 올 시즌 최고의 투수였고 평균자책점 1위다”며 “네일과 양현종을 두고 고민했는데 네일을 먼저 내세우는 게 더 좋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삼성은 다승왕 원태인이 나선다. 원태인은 정규 시즌 15승(6패)을 달성하며 공동 다승왕을 차지했다. 가을 야구에서도 호투를 펼쳤다. 지난 15일 LG와 PO 2차전에 선발 등판해 6⅔이닝 1실점으로 승리 투수가 됐다.

박진만 삼성 감독은 “우리는 순서대로 PO를 치렀기 때문에 KS 1차전은 원태인이 나설 차례다”며 “다승 1위답게 믿음이 가는 투수”라고 강조했다.

이석무 (sport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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