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 Pick] 주요상권 늘어난 뽑기방… 미동 없는 임대료, 불경기 ‘궁여지책’
소상공인 점차 탈출… 권리금 ‘추락’
수원 나혜석거리 한복판 7곳 성업
공실률 소폭 하락… ‘불황 아이콘’
인건비 부담없는 ‘무인점포’ 대세

경인지역 주요 상권에 ‘인형뽑기방’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불경기에 상가 권리금은 곤두박질치고 있지만, 임대료는 제자리걸음 수준이어서 인건비 부담이 없는 뽑기방이 목 좋은 자리로 꼽히는 상가에 속속 들어서고 있다. 내수위축에 버티기 힘들다며 소상공인이 떠난 자리를 뽑기방이 대신하는 상황이다. 경기침체의 민낯이다.
지난 18일 찾은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 나혜석 거리. 식당과 카페, 호프집 등 먹거리, 즐길거리가 다양해 늘 유동인구가 많던 거리는 예전의 활기를 잃은 모습이었다. 스타벅스 등 프랜차이즈 커피 브랜드에만 비교적 사람이 몰려 있는 편이었고, 식당이나 거리에는 오가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조용한 거리를 채우는 것은 이따금 뽑기방에서 나오는 음악소리였다. 이날 기준 나혜석 거리에는 7여개의 뽑기방이 운영되고 있었다. 모두 목 좋기로 유명한 나혜석 거리 중앙에만 자리했다.
맞은편 인계박스도 상황은 비슷했다. 한때 카페로 운영되던 곳과 술집은 화려한 불빛을 내뿜는 뽑기방으로 바뀌어 있었다. 인계박스 주요 거리에도 환한 조명과 음악으로 무장한 뽑기방이 5~6개 운영되고 있었다. 한 공간에 네컷사진과 뽑기방이 함께 있는 점포도 있었다.

인천 역시 거리의 풍경은 동일했다. 인천 남동구 구월동 로데오거리 중심 상권 건물들마다 1층에 뽑기방이 운영되고 있었다. 좁은 골목에는 뽑기방이 2~3개씩 몰려있는 경우도 있었다.
낮이고 밤이고 환한 뽑기방이 자리한 중심거리에서 조금 벗어나면 분위기는 사뭇 달라졌다. ‘임대문의’ 현수막이 붙은 상가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어서다.
한국부동산원 상업용부동산 임대동향조사에서도 인계동과 구월동의 공실률이 여실히 나타난다. 지난해 분기별 인계동 중대형상가 공실률은 ▲1·2분기 11.2% ▲3분기 17.7% ▲4분기 15.1%를 기록했다. 수원역 등 도내 주요 상가 대부분 3분기에 정점을 찍고 4분기에 공실률이 감소하는 양상을 나타냈다. 구월동 또한 지난해 1분기 10.9%에서 4분기 9.6%로 상가 공실률이 소폭 줄었다.
이는 뽑기방 신규 창업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행정안전부 지방행정인허가데이터에 따르면 경기도에서 영업 중인 청소년게임제공업소(인형뽑기·오락실)는 1천684곳에 달한다. 이중 지난해 4분기에 허가를 받은 업소는 177곳 수준이다. 3분기 148곳 대비 19.6% 늘어난 수치다. 실제 업소명을 보면 인형뽑기, 가챠샵 등이 주를 이루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역 부동산 업계에서는 뽑기방 등이 늘어나는 것은 경기침체를 뜻한다고 분석한다. 임대료와 인건비 부담은 여전한데, 소비가 위축돼 마진이 남지 않다 보니 자영업에 뛰어들려는 이들이 없어서다. 이에 따라 자영업자의 상가 권리금은 줄곧 내리는데, 월 임대료는 크게 변동이 없어 고정비 부담이 적은 게임업소가 늘어나는 것이란 게 업계의 진단이다.
수원시의 한 상가전문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지난해 권리금 1억8천만원에 내놨던 상가가 빠지질 않으면서 최근 권리금을 5천만원으로 낮췄는데도 문의가 없는 게 지금의 현실”이라며 “그런데도 임대료는 크게 바뀌지 않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인건비가 크게 들지 않는 뽑기방들이 목 좋은 곳에 떡하니 들어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천 남동구의 한 상가전문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권리금이 과거엔 2억원대에서 지금은 1억원 수준으로 반토막이 났다”며 “매출은 잘 안 나오는데 영업이익은 있어야 하고, 인건비 부담은 크니 뽑기방이나 무인네컷 등 무인 점포로 가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윤혜경·유진주 기자 hyegyung@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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