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공기반 사람반' 쓱세일 가보니…'1+1' 꺼낸 이유
쓱데이 3일간…이마트 매출 전년 동기 2.1배
'롯키데이' 후 전략 부재…쓰라린 두번째 패배
"영광참굴비 20개 세일합니다. 얼마 없어요. 이제 마지막 물량이에요." 쓱세일 마지막날이었던 지난 2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이마트 영등포점. 수산코너에서 점원의 힘찬 목소리가 울려퍼지자 근처 카트가 일제히 매대를 향했다. 채 몇 분이 지나지 않았지만 매대 앞에는 카트를 앞세운 주부들이 구름같이 몰리기 시작했다. 점원도 놀란 듯 "천천히 움직이시라"며 당황해했다.
지난 주말 이마트는 인산인해를 이뤘다.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쓱세일'이 진행되면서다. 쓱세일은 신세계그룹이 야구단 SSG랜더스의 KBO리그 우승을 기념해 연 할인 행사다. 고물가 시대를 맞아 소비자들이 몰리면서 개점 전부터 사람들이 늘어서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특히 이번 쓱세일은 그동안 이태원 참사 애도로 취소됐던 유통업계 연말 할인전의 첫 재개 행사다.
'이마트서 플렉스'
이마트는 행사 기간 여러 '핫' 아이템을 선보였다. 계란(총 60구)를 9980원, 삼겹살과 목심을 100g 당 1548원에 판매했다. 이외에도 신세계포인트 적립 시 주요 식품을 최대 50%까지 할인해 팔았다. '1+1', '2+1' 상품들이 대표적이다. 냉동 만두와 라면, 스낵, 시리얼, 조미료 등 인기 식품 카테고리 상품들이 대상이었다. 행사 시작 전부터 전단지가 온라인에 공유되는 등 입소문을 탔다.
할인 상품으로 카트를 가득 채운 고객들이 매대마다 가득했다. 계산대의 줄은 돌고 돌아 매장 안까지 길게 늘어서 있었다. 점심이 지난 시간이지만 계산까지 1시간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고 했다. 맘 카페에서 쓱세일 소식을 접했다는 주부 A씨는 "평상시에는 주로 동네 마트를 갔었는데, 이마트에서 할인한다는 전단지를 보고 영등포점을 방문했다"며 "치약과 샴푸 등 생필품과 간식류를 주로 샀다. 저렴하게 살 수 있는 것 같아서 평소보다 구입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고객이 몰린 탓에 인기 상품은 구경조차 할 수 없었다. 계란 매대는 이미 텅텅 비어있었고, 육류 매대도 이미 '싹쓸이'가 이뤄진 후였다. 결제 금액 5만원 이상 고객에게 증정한다는 'SSG랜더스 타포린백'도 이미 오전 중에 다 동이 났다고 했다. 그야말로 고물가의 위세를 몸소 체험했다. 육류 코너에서 만난 한 남성 고객은 "고기 사러 왔는데, 과자와 라면만 사서 간다"고 아쉬워했다.
직접 '장' 봤더니
기자도 직접 장 보기에 나섰다. 여기저기 카트가 분주하게 오갔다. 사지 않으면 손해를 볼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전단지를 보며 라면과 과자, 냉동 식품을 카트에 담았다. 평소 쓰지도 않던 세제와 락앤락 통도 넣었다. 하지만 이내 장 보기를 포기했다. '1+1' 이벤트에 이것저것 담긴 했지만 혼자 사는 입장에서 '이걸 언제 다 먹을까'는 고민이 들었다. 결정적으로 계산 대기 시간이 너무 길었다. 영등포점은 배송도 안 된다고 했다. 결국 물건을 다시 제 자리에 돌려놨다.
쓱세일의 핵심 할인 전략은 1+1이다. 한 중년 여성은 2+1 할인이 진행 중인 라면 매대 앞에서 고민하다가 라면 세 뭉치를 모두 카트에 집어넣었다. 그의 카트에는 휴지와 세제 등 같은 상품이 2개씩 담겨 있었다. 사실 1+1, 자체브랜드(PB) 상품 등을 제외하면 할인율은 평소와 비슷했다. △사과(1.8㎏) 1봉 7980원 △배(3㎏) 1봉 7900원 △우유 한 팩(서울우유 1ℓ) 2870원 △두부(풀무원 3입) 5480원 △냉동만두(비비고 2종) 9480원 △무 2480원 △깐마늘(300g) 4780원 등 이었다.
물건을 많이 사둘 것이 아니라면 실속이 크지 않다는 얘기다. 냉장 식품 매대에서 제품을 고르던 주부 B씨는 "과일, 채소류는 생각만큼 저렴한지 잘 모르겠다"며 "냉장떡볶이, 분말카레가 1+1 이라서 여러 개를 샀는데, 생각해 보면 할인이 가공식품류에 편중된 느낌"이라고 했다.
이후 기자는 영등포점 인근 롯데마트 양평점도 방문했다. 이마트의 할인율이 확실히 높은지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쓱세일의 '여파'는 분명했다. 동 시간대임에도 이마트와 비교해 확실히 손님이 적었다. 다만 할인율에 있어선 롯데마트도 크게 뒤지지 않았다. 쓱세일처럼 라면과 조미료, 냉동식품을 1+1로 내놓고 있었다. 6990원에 내놓은 계란 한 판도 있었다. 이마트 인기 제품이 다 팔린 데다, 계산 시간까지 고려하면 차라리 롯데마트를 올 걸이라는 후회가 들었다.
쓱세일 1+1의 '노림수'
앞서 쓱세일은 50% 할인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이는 1+1에 기반한 전략이었다. 2개 가격을 1개 가격에 판매하니 50% 할인인 셈이다. 1+1은 유통업계의 대표 할인 전략이다. 1+1로 물건을 구매하는 사람들은 2개가 필요해서가 아니다. 무의식적으로 가성비를 따지는 심리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소비자는 ‘한 개 가격으로 두 개를 샀다’는 만족감을 받을 수 있다.
소비자는 제품의 효용보다 '개당 가격'만 머릿속에 남긴다. 이는 소비자의 계획된 예산보다 더 큰 소비를 이끌 수 있다. 특히 1+1은 집객에 최적화된 전략이다. 1+1은 동일 메뉴를 하나 더 준다. 이 때문에 다른 사람을 한 명 더 데리고 오는 경우가 많다. 손님이 다른 손님을 끌어오는 셈이다. 이마트가 1+1을 꺼내든 배경에는 고물가도 있다. 올해 초부터 식품 기업들은 대거 식품 가격을 올렸다. 여기서 가격을 낮춰봐야 체감 할인은 크지 않다. 차라리 '+1'이 더 효과적이라는 얘기다.
앞서 신세계는 이태원 참사로 쓱데이를 취소했다. 예기치 못한 참사로 준비했던 물량을 예정대로 소진할 수 없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재고는 큰 부담이 된다. 단기간 빠르게 팔 방법이 필요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1+1 전략을 꺼내들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때마침 야구는 신세계에게 큰 명분이 됐다. 스토리도 좋았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통큰 결단'이 쓱세일의 '배경'이 됐다.
롯데는 '없던' 것
사실 실속 면에서 쓱세일과 롯데마트의 차이는 크지 않았다. 승부는 마케팅 전략에서 갈렸다. 신세계는 취소된 '쓱데이'를 '쓱세일'로 흥행시키는데 성공했다. 이는 소비자 심리를 꿰뚫었던 결과다. 야구 우승에 할인을 덧입혀 소비자 공감을 샀다. 1+1식 할인 전략도 적중했다. 연례행사식 연말 할인 행사가 더 특별해 보이는 효과를 낳았다. 앞으로 SSG랜더스에 대한 대중들의 기대감도 높아졌다. SSG랜더스 우승 때마다 '할인'을 기대하는 심리다. 신세계에겐 큰 소득이다.
롯데에게 이번 쓱세일의 성공이 더 아프게 다가오는 이유다. 특히 롯데에게 올해는 중요한 시기였다. 신세계의 '쓱데이'에 맞서 대대적인 반격을 시작하려던 첫 해였다. 유통군 통합 할인 행사인 '롯키데이'를 공들여 준비했지만 예상치 못한 상황에 흐지부지 끝나고 말았다. 문제는 이태원 참사 그 이후였다. 롯데는 상황을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했다. 신세계와 달랐던 점이다.
롯데는 올해도 연말 할인전에서 패배한 분위기다. 이를 만회하려면 다시 또 1년을 기다려야 한다. 소비자들은 이제 연말만 되면 신세계를 기다린다. 이런 분위기는 계속해서 굳어져 가고 있다. 물론 롯데도 충분한 역량이 있었다는 점이 뼈아프다. 야구도 유통도 롯데가 신세계보다 먼저였다. 하지만 이를 '연결'시킨 것은 신세계가 처음이다. 이번 쓱세일이 그 대표 기록으로 남게 됐다.
신세계는 이번 쓱세일로 또 다른 홈런을 만들어 냈다. 3일간 진행한 쓱세일 매출은 전년 동기(11월 3주차 금~일요일) 대비 2.1배 증가했다. 이는 계획 대비 140% 달성률이다. 이마트가 40% 할인한 삼겹살·목살은 행사 3일간 매출 33억원을 기록했다. 이외에도 이판란(30구X2판, 총 60구)은 9980원에 판매해 전량 완판되며, 계란 전체 분류 160.7%라는 매출 고신장을 견인했다.
한전진 (noretreat@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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