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진하이솔루스는 수소연료탱크 제조 기업 중에서도 기술 집약도가 가장 높은 고압복합용기를 양산하는 국내 유일의 사업자다. 현대차 수소차 라인업에 연료탱크를 독점 공급하고 있다. 현대차가 상당한 수준의 시장점유율을 유지한 덕분에 일진하이솔루스도 성장을 이어갈 수 있었다.
수소차 시장, 특히 승용차 부문이 정체 국면에 접어들면서 성장 한계가 뚜렷해지고 있다. 승용차 중심의 제한된 수요를 넘어 수소 활용 전반을 아우르는 공급축으로 역할을 확대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독보적 기술력…'구조적 한계' 극복 과제
친환경 수소연료저장 솔루션 기업 일진하이솔루스는 일진그룹의 미래 포트폴리오 전환을 이끄는 핵심축으로 꼽힌다. 1999년 설립된 한국복합재료연구소(KCR)를 모태로 하며, 2011년 일진다이아몬드에 인수되며 성장 기반을 마련했다. 2014년 일진전기의 환경사업부를 양수하면서 수소연료탱크와 매연저감장치를 함께 다루는 친환경 모빌리티 전문업체로 입지를 굳혔다.
수소 모빌리티 초기 시장이 형성되고 정부 주도의 제도적 기반이 갖춰지면서 일진하이솔루스도 이에 발맞춰 빠르게 성장했다. 2018년 286억원에 불과하던 매출은 현대차의 넥쏘 양산이 본격화된 2019년 885억원으로 세 배 이상 늘었고, 2020년에는 1136억원까지 증가했다. 수소차 보급 속도와 생산량이 기업 실적에 그대로 반영되는 구조였다.
다만 성장의 기반이 특정 완성차 OEM에 집중된 점은 구조적 한계였다. 특히 FCEV는 구조적으로 고효율·저가형 대중차량이 되기 어렵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기술력은 있지만, 경제성·인프라·수요 측면에서 전기차에 비해 확산 여건이 현저히 불리하다.
일진하이솔루스는 2023년부터 2년 연속 적자라는 쓴맛을 봤다. 지난해 매출은 95억원에 그쳤다. 2022년 1091억원 대비 10분의 1도 안 되는 수준으로 급감한 것이다. 현대차의 넥쏘 판매량이 부진했을 뿐만 아니라 신규 출시까지 지연된 탓이다. 현대차는 안정적인 실적 기반인 동시에 성장을 제약하는 울타리가 된 형국이다.
일진하이솔루스의 기술력이 부족했기 때문은 아니다. 오히려 비금속 라이너 기반 고압복합용기를 상업화한 몇 안 되는 기업으로 기술 완성도는 글로벌 시장 내에서도 손에 꼽힌다. 수소차 산업은 전통적인 제조업과 달리 실질적인 소비자 수요보다는 정부 정책이나 완성차 업체의 전략에 따라 수요가 유도되는 구조다. 보조금, 충전소 인프라, 공공 수요 확대 등 정부의 제도적 노력에도 실제 수요로 이어지지 않으면 제품 경쟁력과 무관하게 기업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불황 딛고 반등 성공할까
최근 상황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정부는 2040년까지 1200개의 수소충전소를 구축하겠다는 중장기 계획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액화수소충전소 등 상용차 중심 인프라 확충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수소버스의 경우 2019년 첫 출시 이후 누적 판매량 1000대를 돌파했고, 연료보조금 단가도 1kg당 5000원으로 상향됐다. 정체된 승용차 중심 구조에서 상용차 보급으로 중심축이 이동하는 흐름이 구체화되는 양상이다.
일진하이솔루스는 일짜감치 상용차 중심의 수요에도 대비를 했다. 지난해 87억원을 투입해 완주공장 생산능력(CAPA)을 확충했다. 정부의 수소버스 보급 확대 정책과 맞물려 향후 물량 증가가 본격화될 것에 대비한 움직임이다. 단순 수요 수혜를 기다리기보다 국내외 시장을 겨냥한 공급 기반을 함께 마련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OEM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현대차가 신형 수소차 ‘디 올 뉴 넥쏘’를 출시했다. 첫 출시 이후 7년만의 완전변경 모델인 만큼, 다시금 수소차 수요를 자극할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일진하이솔루스 또한 이에 따른 실적 반등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일진하이솔루스 관계자는 “작년에 1차적인 캐파 증설은 마무리 지었다”며 “전반적으로 시장이 침체돼 있다 보니 당장은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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