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항상 붙어다니는 청춘남녀의 비밀, 알고 보니...
[인터뷰] '원더랜드'로 돌아온 박보검이 풀어낸 고민과 성장
"오랫동안 기다려온 작품이라 개봉이 기뻐요."
감염병 사태로 생산 활동이 멈추다시피 하면서 영화산업도 예외는 아니었다. 극장에 관객이 들지 않으면서 신작들은 개봉을 미뤘다. 5일 개봉한 '원더랜드'(감독 김태용·제작 영화사 봄)도 크랭크업 이후 3년만에 관객을 만나는 작품이다.
4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박보검은 '원더랜드'가 마침내 개봉하게 된 것에 대해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원더랜드'는 죽은 사람을 인공지능으로 복원하는 영상통화 서비스 원더랜드를 통해 소중한 사람과 다시 만나는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극중에서 박보검은 의식불명 상태로 등장, 여자친구 정인(수지)에 의해 인공지능으로 복원되는 태주란 인물을 연기했다. 얼마 후 태주가 기적처럼 눈을 뜨며 자신과 똑같이 생긴 인공지능의 존재로 인해 혼란을 느끼는 인물을 그렸다.
'원더랜드'는 2022년 전역한 박보검이 대중에게 선보이는 첫 영화로, 또 백상예술대상 시상식을 여섯 차례나 함께 이끌고 있는 수지와 처음 작품 호흡을 맞춘 영화로 관심을 모은다. 이날 인터뷰를 통해 박보검은 '원더랜드'에 출연한 계기, 수지와 호흡에 대해 차분하게 얘기하는 한편 군 입대 전과 후의 달라진 생각들에 대해서도 진솔하게 풀어냈다.
박보검의 이야기를 최대한 그대로 전달하기 위해 인터뷰 내용을 일문일답으로 소개한다.
- '서복'에 이어 또 AI(인공지능)를 소재로 한 작품인데 '원더랜드'에 출연한 이유는.
('서복'은 줄기세포 복제와 유전자 조작으로 탄생한 실험체를 둘러싼 이야기로 박보검과 공유가 주연을 맡았다.)
"보고 싶은 사람 또는 그리운 사람을 영상 통화로 만난다는 설정 자체가 흥미롭고, '과연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을 AI 기술로 극복할 수 있을까'가 궁금했다."
"처음 작품에 참여할 때에는 '원더랜드'의 이야기가 '언젠가 올 수 있겠지' 생각하며 설레는 마음이었는데, 어느 새 그런 세상이 가까이 다가와 있다. (AI가 화두인)지금, 우리 영화가 눈앞에 와있는 고민과 질문을 던져줄 수 있을 것 같다. 우리가 전하려고 하는 이야기의 메시지가 잘 전달되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 영화를 보고 난 소감은.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에는 큰 감동을 느꼈고, 원더랜드 서비스를 신청해보고 싶다고 생각도 했었다. 영화를 보고 나니 사람들의 이기적인 마음으로 인해 안 좋게 활용될 수도 있고, 윤리 문제도 있어서 지금은 '내가 신청할 수 있을까' 다시 생각하게 됐다."
- AI 태주와 현실 태주로 1인2역을 연기했다. 인공지능 태주와 현실 태주의 어떤 점을 부각시키고, 또 차별화를 두려고 했나.
"AI 태주를 AI라고 의식하며 연기한 것은 없었다. AI 태주는 현실 태주와 정인(수지) 사이에 남겨진 사진, 영상, 그리고 정인의 기억으로 구현된 캐릭터다. 정인에게 이상적인 태주의 모습을 투영한 인물이니까 밝고 즐겁게 연기했다."
"현실 태주에 대해서는 (김태용)감독님이 '태주가 깨어났을 때 조금 이상한 모습으로 보였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태주는 AI 태주를 보며 자신이 진짜인지 AI 태주가 진짜인지 혼란스러웠을 거라고 생각했다. 현실 태주는 자신의 존재에 대한 의구심 가득한 인물로 연기했다."
- 영화가 옴니버스 형식으로 진행되는 까닭에 태주·정인의 서사가 다소 생략된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는데.
"정인과 태주의 과거 이야기는 처음부터 시나리오에 없었다. 그래서 우리끼리 연기를 위해서 '이들이 어떤 삶을 살았고, 얼마나 깊은 관계의 연인이기에 정인이 태주를 인공지능으로 살려냈을까'를 생각해봤는데, '둘 다 부모님을 일찍 여의고 10대 때부터 만나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가족이지 않았을까'는 결론을 내렸다. 그렇게 생각하며 연기를 했던 것 같다."
- 만약 원더랜드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다면 누구를 가장 보고 싶나.
박보검은 이 질문을 받고 지난 2022년 3월26일 투병 끝에 눈을 감은 고 방준석 음악감독을 언급했다. '원더랜드'는 방 음악감독의 유작으로, 방 음악감독과 달파란 음악감독의 공동작업을 완성됐다.
"방준석 음악감독님이 보고 싶다. '감독님이 만든 음악이 여러 사람들의 도움으로 이렇게 잘 나왔어요' 말씀드리고 싶다."
- 본인이 영화 같은 상황에 놓여서 여자친구가 원더랜드 서비스를 신청한다면? 반대로 본인 정인 같은 상황에 놓인다면.
"'그럴 수도 있지'라고 생각할 것 같다. 그런데 여자친구는 과연 제 동의를 받고 했을까."(웃음)
"저라면 AI로 복원하지 않고 정인 옆에서 간호하고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이 영화의 엔딩 장면이 좋았다. 그 장면을 보면서 '이 순간 내 옆에 있는 사람을 더 많이 아끼고 소중히 생각해줘야 겠다'고 생각했다."
- 수지와 호흡이 좋았던 것 같다. (행사장)커플룩도 화제였다.
"평소에도 공식 일정이 있으면 상대방 의상에 맞추는 걸 좋아하는 편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의도하지 않았는데 각자 준비해놓은 의상(제작발표회 때)이 비슷해서 놀랐다. 그 이후부터 함께하는 자리가 있을 때마다 서로의 옷을 비슷하게 맞춰입었다."
"수지와 호흡은 영화에서 다 보여지지 않은 부분들을 채우는 방식으로 상의했다. 태주라면 정인을 좋아하는 마음을 어떤 식으로든 표현해 남겨뒀을 것 같아서 수지에게 '촬영할 때마다 함께 사진을 찍어보면 어떨 것 같냐'고 제안해 사진으로 표현하게 됐다. 저희가 찍어놓은 사진들이 꽤 많다. 영화가 잘되면 다른 사진도 '공개하자' 그러고 있다."
- 영화가 개봉하기 전 뮤지컬을 먼저 선보였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
"군대에 다녀온 이후로 하고 싶은 작품, 역할이 더 다양해졌다. 어렸을 때에는 작품을 선택할 때 한계가 있었다. 내가 경험하지 못했거나 공감하지 못하면 이야기를 잘 표현할 수 없을 것 같은 생각이 컸었다. 나이가 들고 많은 사람을 만나고 경험치가 쌓이면서 장르, 역할 폭도 넓어지는 것 같다. 뮤지컬도 그 일부분이었다."
- 군대에 있으면서 어떤 생각, 고민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는지 궁금하다.
"예전에는 저보다 상대방의 마음을 신경썼던 것 같다. 상대가 마음 편하면 저는 아무래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군대에서 생활하면서 계급이 올라갈 때마다 후임들을 케어하다 보니까 문득 '나는 이렇게 챙주는데 누가 나를 챙겨주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군대에서 동기들이 챙겨주기는 했지만, 그때까지의 삶을 돌아보니 자신을 돌보고 사랑하는 시간이 충분하지 못했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군대에서 자신에게 '잘하고 있어'라고 격려해주면서 많이 충전할 수 있었던 시간을 보냈다."
- 도전하고 싶은 작품, 역할이 다양해지고 있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제가 액션을 해본 적 없다. 이번에 소원을 풀었다고 하기에는 쑥스럽지만 '굿보이'라는 작품에서 복싱 금메달리스트 출신 경찰로 나온다. 뮤지컬도 그렇고 액션도 그렇고 정말 도전하고 싶고 배우고 싶은 것들이 너무 많다."
- 박보검은 늘 반듯하고 건강한 청년의 모습을 지키고 있는데 그 비결은.
"저는 현장에서 늘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이 되고 싶었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좋은 에너지를 가진 사람과 일하면 상대도 힘을 많이 받는다. 제가 그런 사람이 되고 싶고 그 마음을 변치 않으려고 생각하며 일을 하려 한다."
"VIP 시사회 때 저는 지금까지 함께 작업한 감독님, 작가님, 동료 배우들, 대학 동기들, 군대 친구들을 초대를 했는데 감사하게도 다 와주셔서 울컥했다. 작품이 상을 받고 안 받고를 떠나서 더 좋은 작품으로 인사드리면서 그 속에서 조금이라도 더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