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아이오닉 9을 직접 타보고 나서 든 솔직한 생각이다. 성능도, 실내도, 편의사양도 팰리세이드를 압도한다. 6,715만 원부터 시작하는 가격도 110.3kWh 배터리와 532km 주행거리를 생각하면 합리적이다. 하지만 왜 이렇게 디자인이 아쉬울까.

스타리아에서 시작된 현대차의 새로운 패밀리 룩이 아이오닉 9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길쭉한 주간주행등과 파라메트릭 픽셀은 분명 미래지향적이다. 공기저항계수 0.259라는 수치도 인상적이다. 하지만 정작 길에서 마주치면 ‘멋있다’는 감탄보다는 ‘특이하다’는 반응이 먼저 나온다.

반면 성능과 실용성은 확실히 한 수 위다. 전장 5,060mm, 축거 3,130mm의 넉넉한 체급에 가속 페달을 밟는 순간 즉시 전달되는 토크의 시원함은 팰리세이드의 2.5 터보나 하이브리드로는 느낄 수 없는 전기차만의 매력이다. 무소음 가속과 함께 5초대 초반의 가속 성능은 그야말로 다른 차원이다.

실내 완성도도 확실히 플래그십답다. 12.3인치 파노라믹 커브드 디스플레이는 팰리세이드보다 훨씬 세련됐고, 190mm까지 전후 이동하는 유니버설 아일랜드 2.0 콘솔은 혁신적이다. 6인승 2열의 독립형 릴렉션 시트는 마사지 기능에 리모컨까지 제공되는 퍼스트클래스급 편의사양이다.

주행 성능에서도 전기차의 장점이 확실하게 드러난다. 저속에서 진동이나 변속 충격이 전혀 없는 정숙성은 팰리세이드의 2.5 터보로는 흉내 낼 수 없다. 21인치 대구경 타이어에도 불구하고 승차감이 상당히 우수하며, ESC 제어 기술도 한층 발전해 안정적인 거동을 보인다.

복합 연비 4.1~4.3km/kWh도 대형 전기 SUV로서는 준수한 수준이다. 연료비로 따지면 팰리세이드 대비 월등히 경제적이고, 정부 보조금까지 고려하면 실구매가격도 비슷한 수준이다.

그런데 왜 디자인만 보면 아쉬움이 남을까. 객관적으로 완성도 높은 디자인이지만, 한국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멋진 SUV’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있다. 투싼이나 싼타페, 팰리세이드로 이어진 현대차 SUV의 역동적이고 남성적인 디자인 언어와는 확실히 다른 방향이다.

아이오닉 9은 분명 팰리세이드보다 모든 면에서 진화한 차다. 성능도, 효율성도, 편의사양도, 심지어 승차감까지도 우수하다. 다만 디자인에 대한 호불호만 극복한다면, 팰리세이드를 완전히 대체할 수 있는 현대차의 새로운 플래그십이 될 것이다.

전기차 전환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아이오닉 9은 분명 매력적인 선택지다. 디자인이 마음에 든다면 주저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여전히 팰리세이드의 디자인이 그립다면, 조금 더 기다려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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