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지나도...” 日 ‘아카시시 참사’ 유족, 이태원 분향소 찾았다 [김기자의 현장+]

김경호 2023. 3. 17.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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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시시 압사 참사’ 유족, 서울 광장 이태원 참사 분향소 찾아 추모...“조금식 해결해 나갔으면 바란다”며 이태원 참사 유족 위로
양 참사 유사점 앞서 언론서 조명
일본 아카시 시(市) 불꽃축제 육교 압사사고 유족인 시모무라 세이지(下村 誠治 씨와 미키 기요시(三木 淸)가 17일 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합동분향소를 방문해 조문하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 잊힐 질거라고 했는데, 가면 갈수록 가슴에 응어리가 맺힙니다. 2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마음은 똑같습니다. 20년이 지나도 아이는 성장하지 않고 그대로 있어 마음이 더 아픕니다”(아키시시 참사 유족)

“억울한 희생이 하루빨리 해결 돼 우리 아이가 저세상에서 편히 쉬었으면 좋겠습니다”(이태원 참사 유족)

일본 아카시시 불꽃 축제 참사 유가족들이 17일 오전 9시10분쯤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 이태원 참사 시민분향소 직접 찾아 희생자를 추모한 뒤 유가족들과 만나 자리에 이같이 말했다. 고 최제혁씨의 어머니 김현숙씨가 “이렇게 와 주셔서 정말 감사드린다. 큰 힘이 된다”고 하자 시모무라 세이지(下村 誠治)씨는 “힘을 내시라”라며 유족을 위로하고 아픔을 나눴다.

‘아카시시 압사 참사’ 유족은 준비한 흰 국화꽃을 희생자들의 영정 앞에 내려놓고, 두 손을 모은 채 약 5초간 희생자 추모의 시간을 가진 뒤 분향소 중앙으로 이동해 분향했다. 이들은 함께 참석한 통역사의 안내를 받아 일본인 희생자들의 영정 앞에서도 추모하기도 했다. 이후 아카시시 참사 유가족들은 이태원 유가족 3명과 인사를 만나 약 30여분간 대화를 나눴다.

일본 아카시시 압사 참사는 지난 2001년 효고현 아카시시 육교에서 일어난 대형 사고로 불꽃축제 중 인파가 한꺼번에 몰려 참사가 발생했다. 노인과 어린이 등 11명이 사망하고 247명이 다쳤다. 당시 사고 한달 만에 축제 주최측인 아카시 시청 주도로 조사위원회가 꾸려졌고, 유족들을 인터뷰하는 등의 조사를 거쳐 이듬해인 2002년 1월 보고서만 142쪽, 자료편 295쪽짜리 사고조사보고서가 완성됐다고 한다.

지난해 10월 발생한 이태원 참사와 유사점이 있어 언론의 조명을 받았다. 두 참사 모두 군중에 의한 압사라는 점과 경찰의 미온적 대처로 지적된 공통점이 있어 주목받았다.

이후 형사재판을 거쳐 2004년 경찰관과 경비회사 책임자에게는 금고형, 아카시 시 직원 3명에게 집행유예가 내려졌고 2010년 상고 기각으로 형이 확정됐다. 그러나 당시 경비 책임이 있던 경찰서장과 부서장에 대해선 검찰이 불기소 처분을 내렸고, ‘검찰심사회’가 이를 4차례나 뒤집고 법이 개정되면서 기소할 수 있었다고 한다. 다만 경찰서장은 2007년 이미 사망했고, 부서장에 대해서도 2014년 법원이 면소(공소권 없음)를 확정해 처벌이 이뤄지지 않았다.

두 손 모은 시모무라씨는 “우리도 처음에는 정부가 책임을 외면했다”며 “시민들의 응원이 컷다. 미디어의 힘을 빌려 15년 동안 조금씩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어 “긴 싸움이 될 것이다. 우리도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위로를 전했다.

아키시시 참사 유가족인 미키 기요시(三木 淸)씨는 “원인 규명이 되지 않으면 재발 방지로 나아갈 수 없는데 이를 위한 재판까지 15년이 걸렸다. 유가족을 향한 비난의 목소리를 참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며 “그래도 언론매체에 목소리를 꾸준히 내 여론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여론이 있어 재발 방지 대책이 세워졌다”고 말했다.

송진영 10·29 이태원참사유가족협의회 부대표는 “동조해주시고 방문해주셔서 감사하다. 저희와 너무 비슷한 상황이다. 책임자 처벌과 원인 규명이 가장 어려운 일인 것 같다"며 "양측 유가족은 똑같은 마음으로 원인 규명, 책임자 처벌을 원했는데 일본 정부 또한 책임지지 않고 회피하는 모습을 보여 오래 걸린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일본 아카시 시(市) 불꽃축제 육교 압사사고 유족인 시모무라 세이지(下村 誠治 씨와 미키 기요시(三木 淸)가 17일 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합동분향소를 방문해 희생자들을 추모한 뒤 유가족을 위로하고 있다.
 
한편 이날 1시30분쯤부터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재난참사의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피해자들의 노력’을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시모무라씨는 “유족들에게 제대로 설명하고, 그들의 생각과 감정을 담고, 무엇보다 유족들이 납득할 수 있는 보고서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제도화된 게 큰 의미가 있다”며 “유족이 납득하지 못하는 보고서를 만드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꼬집었다.

시모무라씨는 “시민들이 심의하는 검찰심사회를 통해 (경찰 간부들을) 강제 기소로 재판에 넘길 수 있었다”며 “자식들 잃은 아픔에 마땅한 형사처벌이 있을 수 없지만 그래도 (재판을 통해) 많은 부분이 밝혀진 것에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희생자 모임의 전(前) 회장인 미키씨는 사고 당시 순간을 술회하며 연대 의사를 드러냈다. 미키씨는 “왜 아카시 불꽃놀이에 갔을까 매우 후회했다. (딸) 유이나는 축제나 불꽃놀이, 야시장 등을 매우 좋아하므로 아이들을 기쁘게 하려고 갔다”고 전했다.

미키씨는 이후 민·형사 재판을 진행한 것을 언급하며 “나는 유이나를 그냥 희생자로 만들고 싶지 않았다”며 “유이나는 사고 때 제 가슴 위에서 죽었다지만 지금도 제 가슴 속에서 계속 살아서 함께 기쁨도, 슬픔도, 억울함도, 분노도 나누며 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종철 협의회 대표는 “공무원의 과실로 국민이 사망했을 때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할 수 있도록 법을 만들어달라. 159명을 죽인 그 사람들을 대한민국 법이 지켜주고 있는 현실이 너무 안타깝다”며 “공무원의 직권남용과 직무유기로 인해 국민이 죽었다면 당연히 그 죄도 무거워야 한다”고 호소했다.

세계일보는 이번 참사로 안타깝게 숨진 분들의 명복을 빌며, 유족들의 슬픔에 깊은 위로를 드립니다.

글·사진=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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