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터사이클에 에어백이 달렸다는 얘기를 듣는다면 모터사이클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은 “와 진짜야? 그럼 사고 날 때 자동차만큼이나 안전하겠네?”라고 말할지 모르겠지만 모터사이클에 대해서 조금 아는 사람들은 아마도 이렇게 말할 가능성이 높다. “그거 이미 혼다가 2007년에 골드윙에 장착해 선보인 기술인데 왜 최초인 것처럼 호들갑이야?”

맞다. 혼다가 골드윙에 에어백을 장착한 것은 2007년의 일로 혼다는 에어백 골드윙을 선보인 이후로 계속 내놓고 있고 지금도 판매 중이다. 모터사이클 모델 중 최초의 시도였고 그래서 평가도 좋았으며 라이더들의 반응 역시 긍정적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가격이다. 골드윙은 혼다 모터사이클의 플래그십 모델이자 가장 고가의 모델로 가격이 4,400만 원 수준이다. 웬만한 중형자동차와 맞먹는 수준의 가격이라 접근성이 좋지 않다. 이 정도 가격이라면 아무리 리스나 렌탈이 활성화되고 접근성이 좋아진다 하더라도 부담감이 적을 수는 없다. 그래서일까? 혼다가 골드윙에 에어백을 최초로 장착한 것이 2007년이니까 지금으로부터 20년에 가까운 시간이 흘렀지만 에어백을 장착한 모터사이클은 추가로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혼다 골드윙 에어백 모델은 상징적인 의미로 비춰질 정도였고 대신 입거나 몸에 장착하는 에어백 같은 제품들이 출시되기도 했다.

20년에 가까운 시간이 흘러 드디어 두 번째 에어백 장착 모델이 나왔는데 바로 야마하의 삼륜 트라이크인 트리시티 300 모델의 2026년형 모델이다. 혼다의 골드윙이 세계 최초로 에어백 시스템이 내장된 양산형 모터사이클이라는 타이틀을 얻은것 처럼 트리시티 300은 세계 최초 에어백 시스템이 내장된 양산형 스쿠터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누군가는 그래봐야 결국 2인자 아닌가, 혼다가 골드윙에 해놓은 것을 뒤늦게 쫓아가는 것 이외에 다른 의미가 없다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여기에는 생각보다 큰 의미가 존재한다.

우선 제품부터 설명을 하자면 트리시티 300에 장착된 에어백 시스템은 전면 충돌 시 라이더의 부상을 최소화하기 위해 설계됐고 야마하와 자동차 안전 전문 기업인 오토리브가 같이 공동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에어백은 핸들바 아래 쪽 전면 에이프런 내부에 장착되어 있으며 전면 충돌이 센서에 감지되면 즉각적으로 반응해 에어백이 위쪽으로 전개되는 방식이다. 에어백이 위쪽으로 팽창하면서 라이더의 가슴과 복부 방향으로 펼쳐지는 이유는 자동차처럼 얼굴이나 가슴이 스티어링 휠에 부딪히지 않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라이더의 몸통을 받아주는 쿠션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모터사이클이 전면의 장애물이나 자동차와 충돌 시 발행하는 급격한 감속(G-force)을 센서가 감지해서 일정 기준 이상의 충격일 때만 에어백이 작동하도록 되어 있으며 이는 수 ms(밀리초) 단위로 매우 빠르게 전개된다. 즉 앞으로 강하게 들이받을 상황이 감지되면 에어백이 자동으로 터지게 되는 작동 방식인데 이 에어백이 설치된 목적은 하나인데 바로 라이더가 앞으로 튕겨나가는 것을 줄이는 것이다. 사고가 날 때 라이더가 핸들 위 앞으로 몸이 날아가는 것을 방지하고 충격 에너지를 흡수해 상체의 부상을 감소시키며 핸들 및 차량 구조물과의 직접적인 충돌을 완화시키기 위함이다.

참고로 트리시티 같은 구조의 스쿠터는 라이더의 자세가 직립형(upright)이기 때문에 도심에서 저속 혹은 정면으로 충돌하는 사고가 많이 일어난다. 이런 조건이 에어백의 작동에 가장 효과적인 상황인데 그래서 실제 사고 시 도움이 많이 되는 것이다. 아쉽게도 측면 충돌이나 후방 충돌에는 에어백의 효과가 미비할 수밖에 없는데 이것은 모터사이클의 구조상 어쩔 수 없는 것으로 그래서 야마하도 에어백의 효과를 완전한 보호가 아닌 보조 안전장치라고 설명하고 있다.

앞에서 언급했던 야마하 트리시티 300 에어백 모델의 생각보다 큰 의미는 바로 현실적이라는 것이다. 앞서 언급했던 혼다의 골드윙은 혼다의 제품 라인업 중에서도 가장 고가의 플래그십 모델이라 사천만원이 넘는 가격대이기 때문에 접근성이 좋지 않고 부담이 있을 수밖에 없지만 트리시티는 누구나 접근이 가능한 가격대에 누구나 타기 쉽고 부담이 없는 스쿠터이기 때문에 현실적이라고 할 수 있다. 고가의 모델에 과시하듯 장착되어 있는 상징적인 의미의 기술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덕을 볼 수 있는 기술이라는 의미다.

게다가 혼다는 골드윙에 장착된 에어백 기술을 개발하고도 20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다른 모델에 장착하지 않았는데 야마하의 에어백 기술은 스쿠터에 장착된 기술이기 때문에 비슷한 스쿠터 모델에 장착되어 대중화 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야마하는 비슷한 스쿠터 모델들을 많이 가지고 있고 현재도 판매 중이기 때문에 이 기술이 좀 더 다양한 모델에 장착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물론 트리시티에 장착된 모델의 흥행 성적을 지켜봐야 하겠지만 성공하게 된다면 가능성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참고로 트리시티 300은 에어백이 포함된 모델과 포함되지 않은 일반 모델 중 선택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는 트리시티 300이 수입되지 않는 모델이라 아쉽긴 하지만 현실적인 선에서 좀 더 안전한 모터사이클을 만들기 위한 야마하의 이런 시도들이 라이더들을 사고의 부상으로부터 좀 더 적극적으로 지켜줬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