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정 같은 사람 만날까 무서워”…여대생들 과외 앱 탈퇴

송유근기자 2023. 6. 2.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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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피해자가 될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부산대에 다니는 김모 씨(25·여)는 2일 스마트폰에서 과외 중개 애플리케이션(앱)을 삭제했다.

한국외대 재학생 박모 씨(21·여)는 "알고 보니 저는 물론 친구 대부분이 정유정이 사용했던 과외 중개 앱에 가입돼 있더라"며 "이번 일을 계기로 상당수가 중개 앱 이용을 중단하겠다고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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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부산 금정구 소재 20대 여성 A 씨 집에서 A 씨를 살인한 후 나온 정유정(23)이 자신의 집으로 가 캐리어를 챙겨 다시 피해자 집으로 향하고 있다. KBS뉴스 방송화면 캡처
“내가 피해자가 될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산대에 다니는 김모 씨(25·여)는 2일 스마트폰에서 과외 중개 애플리케이션(앱)을 삭제했다. 또래 20대 여성을 살해한 정유정이 과외 중개 앱을 통해 범행 대상을 물색한 것을 알고나서 불안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김 씨는 “앱을 통하면 과외 구하기 쉽다는 말을 듣고 몇 개월 전에 가입했는데 정유정이 내 정보를 봤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아찔하다”고 했다.

● 과외 중개 앱 탈퇴 움직임 확산

온라인 과외 앱을 통해 처음 만난 또래 여성을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정유정(23)이 2일 오전 부산 동래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2023.6.2/뉴스1
정유정의 엽기적인 범행 수법이 드러나면서 대학가에 여대생들을 중심으로 과외 중개 앱을 탈퇴하는 ‘엑소더스(대탈출)’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정유정이 사용한 과외 중개 앱에는 과외교사가 약 45만 명, 학생 및 학부모 회원이 약 120만 명 가입돼 있다. 한국외대 재학생 박모 씨(21·여)는 “알고 보니 저는 물론 친구 대부분이 정유정이 사용했던 과외 중개 앱에 가입돼 있더라”며 “이번 일을 계기로 상당수가 중개 앱 이용을 중단하겠다고 한다”고 전했다.

과외 중개 앱 대부분은 과외교사로 등록할 때 얼굴 사진과 학교, 거주지역 등을 등록하게 한다. 정유정이 사용한 중개 앱의 경우 학생증 등 신분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도 올리라고 한다. 학생 또는 학부모 회원으로 등록하면 이들 정보를 손쉽게 확인할 수 있다.

전화번호도 쉽게 얻을 수 있다. 동아일보가 과외 중개 앱 및 사이트 10곳을 확인한 결과 4곳은 학생이나 학부모 회원으로 가입하면 클릭 몇 번으로 5, 10분 내에 과외교사의 개인 연락처를 확인할 수 있었다. 1곳은 전화번호가 기재돼 있지 않았지만 통화 버튼을 누르면 곧바로 과외교사에게 연결됐다.

나머지 5곳은 과외 신청을 하거나 채팅 상담 요청을 하면 과외교사가 메시지나 전화로 답하는 방식이었다. 이 중 한 서비스에 동아일보 기자가 정유정이 했던 것처럼 ‘중학생 3학년 여학생 영어과외를 원하는 학부모’로 가입하자1분도 안 돼 “상담드릴 수 있다. 전화상담 지금 가능하시냐”는 과외교사의 메시지가 왔다.

● 중년 남성으로부터 ‘만나자’ 연락도

과외 중개 앱이 성범죄 등의 통로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는 예전부터 제기돼 왔다.

경기 성남에서 중개 앱으로 과외를 여러 번 구했다는 박모 씨(27·여)는 “취업을 위해 찍은 프로필 사진을 올렸는데 온 연락 10개 중 1, 2개는 과외와 상관없이 중년 남성이 ‘만나자’고 연락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한 번은 ‘과외는 관심 없고 대화만 하면 된다. 원하는 금액을 주겠다’는 메시지도 받았다”고 했다. 일본어 과외를 해줄 수 있다고 올린 정모 씨(24·여)는 “일본어 자격증을 따고 싶다는 30대 초반 남성을 만났는데 첫 만남에서 일본어 얘기는 안 하고 ‘사진이랑 실물이 똑같다’는 식의 말만 해 도망쳤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과외 등을 중개하는 앱의 경우 신상 정보 노출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최경진 가천대 법학과 교수(개인정보전문가협회장)는 “일부 앱에서 필수사항으로 돼 있는 전화번호 등 중요 정보는 선택사항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며 “앱 업체가 과외교사를 인증해 인증마크를 달아주는 방식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송유근기자 big@donga.com
소설희기자 facthee@donga.com
최원영기자 o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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