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스복·한복·전통공예까지…전통·현대 공존하는 이색 특화상권

영등포 댄스스포츠·종로 한복·마전교 매듭 등 경기침체 속 생존한 특화상권 명소
ⓒ르데스크

서울의 지하도 상가들이 방공대피시설로 시작된 역사를 넘어 댄스복, 한복, 전통공예품 등 특화된 상권으로 재탄생하며, 온라인 쇼핑의 대세 속에서도 독자적인 생존 전략을 이어가고 있다. 독특한 아이템과 오프라인에서만 느낄 수 있는 매력을 앞세워 소비자들에게 지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이들 지하도 상가는 단순한 판매 공간을 넘어 댄스, 전통문화, 패션 등 다양한 주제로 고객들과 소통하며 생존을 넘어 특화된 명소로 자리 잡고 있다. 상인들은 여전히 후계자 부재와 소비 패턴 변화라는 과제에 직면해 있지만, 독특한 품목과 현지화된 경험으로 고객을 유인하며 상권으로서 그 가치를 이어가고 있다.

1977년 개장한 영등포시장 지하도상가는 2000년대 중반 댄스스포츠 붐과 함께 전문화를 시작했다. 현재 30여 개 매장이 댄스스포츠 의상과 신발을 전문으로 판매하며, 화려한 스팽글 드레스와 큐빅 장식의 의상들이 쇼윈도를 채우고 있다. 장년층은 물론 2030세대까지 찾는 이곳은 2만 원대의 합리적인 가격대로 동호인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

▲ 영등포시장 지하도상가는 장년층은 물론 2030세대까지 찾는 이곳은 2만 원대의 합리적인 가격대로 댄스스포츠 동호인들에게 여전한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은 영등포 지하도 상가 댄스 스포츠 특화 상권. ⓒ르데스크

영등포시장 지하도상가 2번 출구로 나오면 콜라텍과 댄스 교습소, 캬바레가 즐비하다. 거리에는 손을 잡고 걷는 장년층 커플의 모습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지하 영등포역을 중심으로 의류매장들이 줄지어 있고, 옷가지들이 촘촘히 걸린 모습은 서울의 여느 지하상가와 다르지 않다.

지하상가 끝에서 왼쪽으로 돌아 영등포시장지하쇼핑센터로 발걸음을 옮기면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무대 위에서나 볼 법한 화려한 스팽글 드레스와 라틴 댄스화가 진열대를 채우고 있다. 커다란 꽃 프린팅의 원피스, 형광색 헤어밴드까지 다채로운 상품들이 쇼윈도를 채우며 독특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댄스 스포츠 의상을 전문적으로 다루다보니 이를 취미삼아 활동하는 이들 사이에선 이곳은 없어선 안될 장소다. 상인 이종란(63·여)씨는 “연령층은 다양해서 장년층은 물론, 2030 세대들도 취미생활을 즐기기 위해 찾고 있다”며 “우리 가게에서 마련한 옷을 입고 댄스 대회해서 2등 소식을 알려주던 손님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밝혔다.

한복의 전통과 현대의 공존, 종로5가 지하상가…개량한복 통해 활로 모색

1980년대 광장시장 한복 상인들이 지하로 자리를 옮기며 형성된 종로5가 지하상가는 현재 20여 개의 한복 전문점이 운영되고 있다. 이곳에서는 전통 혼수 한복부터 현대적 디자인이 가미된 개량 한복까지 다양한 한복을 선보인다. 전통 비녀와 노리개 같은 장신구도 진열장을 장식하며 관광객의 발길을 붙잡는다.

한복특화 상권이 형성된 역사를 들여다보면 마냥 즐겁지만은 않다. 1980년대 당시 지상의 임대료 상승으로 인한 부담과 상권 변화를 피해 유동인구가 많은 지하로 내려온 게 한복 특화 상권이 형성된 시초다.

▲ 종로5가 지하상가는 현재 20여 개의 한복 전문점이 자리잡으면서 한복 특화상권으로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은 종로5가 지하쇼핑센터 한복 특화 상권. ⓒ르데스크

다양한 한복을 취급하는 상권답게 한복의 종류도 다양하다. 혼수용 한복부터 양복 원단까지 수십년 한복 전통을 가진 광장시장 수준의 품질을 갖고 있다. 특히, 하늘색 치마와 분홍빛 저고리가 어우러진 단아한 혼수 한복은 물론, 꽃무늬 누빔 저고리 같은 현대적 한복이 젊은 층의 관심을 끌고 있다.

종로지하쇼핑센터의 풍경은 지하상가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화려한 모습을 자랑한다. 광장시장에서 구입한 호떡을 하나씩 들고 있는 관광객들 사이로 고운 빛깔의 한복들이 줄지어 걸려있다. 반짝이는 비녀와 노리개는 진열장을 가득 장식하고 있어 외국인 관광객들과 방문객들에게 이색적인 볼거리를 제공한다.

50년 가까이 영업중이라는 한복 가게 상인은 “지상에서 한복을 판매하다가 상권이 변해 사람들이 줄어들자, 유동인구가 많은 지하로 내려오게 됐다”며 “전통한복을 찾는 젊은이들이 많지 않아서 전반적인 상가 사정이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전통한복만으로는 유지하기가 힘들어 개량 한복 등을 판매하고 있다”고 밝혔다.

부채부터 매듭까지…전통공예 숨결이 살아 있는 마전교 지하도상가

서울 종로5가 인근에 자리한 마전교 지하도상가는 40년 역사를 자랑하는 전통공예 특화 상권으로, 도심 한복판에서 전통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다. 한때 의류 상점과 조화를 이루던 이곳은 현재 매듭 중심의 전통공예품 거리로 거듭나며, 국내외 방문객들에게 전통문화의 아름다움을 전하고 있다.

마전교 지하도상가는 25개의 점포가 밀집된 상권으로, 전통 매듭을 비롯한 다양한 공예품을 판매한다. 이곳에서는 천 원대의 매듭 장식부터 정교한 자수 작품에 이르기까지 부담 없는 가격으로 고품질의 전통공예를 만날 수 있다. 복주머니, 부채, 조화, 전통 보자기 등 다양한 상품들이 형광등 불빛 아래 진열되어 형형색색의 매력을 뽐낸다.

특히, 매듭 공예는 과거 왕실과 양반가에서 사용된 장신구로부터 발전된 것으로, 현대에 이르러서는 액세서리와 실용품으로 그 용도가 확대되었다. 최근에는 아이돌 그룹의 무대 의상에 매듭 장식을 활용한 사례가 주목받으며, 젊은 세대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 마전교 지하도상가는 25개의 점포가 밀집된 상권으로, 전통 매듭을 비롯한 다양한 공예품을 판매하고 있다. 사진은 마전교 지하도상가 전통 공예품 특화 상권. ⓒ르데스크

25개의 점포가 모인 마전교 지하도상가는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하다. 르데스크의 취재 결과, 현재 5개의 전통 매듭 공예품점이 명맥을 잇고 있다. 부채나 복주머니 같은 전통 장식품은 단순한 기념품을 넘어, 한국의 문화와 미학을 담은 예술품으로 평가받는다. 이러한 공간은 전통을 잇고 현대적으로 발전시키며, 지역사회와 전통문화가 공존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전통 매듭은 과거 왕실과 양반가의 장신구나 의복 장식으로 사용됐다. 노리개나 허리띠 장식은 물론, 가구나 장식품에도 쓰였다. 최근에는 아이돌 그룹 아이브가 ‘해야’ 무대의상에 전통 매듭으로 만든 귀걸이를 활용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에어팟 케이스 고리나 카드지갑 끈 등으로도 활용 가능하다.

형광등 불빛 아래서도 존재감이 돋보이는 알록달록한 복주머니가 진열장을 장식하고, 다양한 색상의 털실이 한 켠에 가득 쌓여있다. 다양한 색깔로 정교하게 짜인 매듭들은 전통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 천원대의 전통 부채와 장식 매듭부터 2000원대의 브로치, 3000원대의 조화와 보자기, 8000원대의 자수 작품까지 부담 없는 가격으로 전통 공예의 아름다움을 만날 수 있다.

마전교 지하도상가는 단순히 상업적 공간을 넘어, 한국의 전통과 역사를 보존하고 이를 현대적 맥락에서 재조명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소비 패턴의 변화 속에서도 특화된 매력을 유지하며 전통문화를 알리는 이곳은 단순한 쇼핑 공간을 넘어 전통의 가치를 전하는 문화적 거점으로 자리 잡고 있지만 상인들은 판매량 감소로 인한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

이일호 상인위원장은 “마전교 지하도상가는 광장시장을 끼고 있는 입지로 한 때는 상인들이 들어오고 싶어하는 최고의 입지였다”면서도 “지금은 온라인 쇼핑과 전통공예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면서 상인들이 매출 감소를 호소하고 있는 실정이다”고 말했다. 이어 “개인적인 구매를 하기보다 판매를 위해 오는 단골업자들이 대부분이다보니 소비자들의 관심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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