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단절 여성 줄었다' 통계의 불편한 진실

통계청이 매년 집계하는 경력단절 여성 수가 4년째 감소 추세를 보였다.

22일 통계청이 발표한 '기혼 여성의 고용 현황'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경력단절 여성은 139만 7000명으로 작년 동기간 대비 5만 1000명이 줄었다. 경력단절 여성 수는 지난 2017년 183만 1000명에서 2018년 184만 7000명으로 늘어난 후 4년 연속 감소 추세를 보였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경력단절 여성 숫자에 대한 통계보다 이들이 재취업을 할 경우 겪는 구직의 질 문제가 논의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경제적 이유로 맞벌이 느는 추세.. 경력단절 후 재취업 시 구직의 질 떨어져'

한림대학교 사회학과 신경아 교수는 최근 몇년 간 경력단절 여성의 절대적 수가 줄어든 것은 여성의 경제활동 증가, 맞벌이 가정의 증가에 따른 자연스러운 추세라고 말한다.

신 교수는 "집값 등 물가가 급격히 인상되고 교육비 지출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사람들 대부분이 맞벌이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아이를 키우는 기혼 여성의 경우 학원비 등 사교육비를 충당하기 위해 일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통계청이 지난 6월 발표한 '2021년 하반기 지역별고용조사 맞벌이 가구 및 1인 고용 현황'에 따르면 유배우 가구 총 1,258만 7000 가구 중 맞벌이 가구는 582만 3천 가구로 전년 대비 23만 가구 증가했다.

특히 18세 미만 자녀가 있는 유배우 가구 430만 9천 가구 중 맞벌이 가구는 229만 9천 가구로 전년대비 13만 5천 가구 증가했다.

신 교수는 이런 맞벌이 가정의 증가 추세 속 경력단절 여성이 다시 경력을 갖게 되는 상황에서 "이들이 이전에 가졌던 직업과 동일한 수준의 임금이나 고용안정성을 보장 받기 어려운 문제가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아이를 위해 재취업한 여성들이 돈을 벌기는 벌지만 크게 벌지 못하고 취업의 질 자체가 불안정하거나 저임금의 직업을 가질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경력단절 문제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예방인데 이를 위한 조치가 미약하다"며 돌봄을 위한 사회 시스템의 미비, 노동 시간의 절대 길이 및 노동 시간과 장소의 유연성 문제 미해결을 가장 시급한 문제로 꼽았다.

이러한 문제의 해결 없이는 경력 단절 예방을 이룰 수 없고, 경력 단절 여성이 재취업할 때에도 동일한 문제들로 인해 이전에 다녔던 직장과 같은 수준의 임금이나 고용안정성을 가진 직장에 다닐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신 교수는 "애초 경력단절의 이유가 육아이고, 나중에 양육비를 위해 다시 돈을 벌러 나오더라도 또다시 돌봄 문제로 인해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며 "자녀의 돌봄과 관련해서 한국 사회 시스템을 계속해서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여성이 출산을 준비하거나 출산하는 과정에서 몸이 아프거나 부부가 아이를 양육할 때 아이가 갑자기 아픈 상황 등 돌발 상황이 있는데 이에 대한 대책이 없는 경우가 많다"며 "절대 노동시간 자체를 늘리지 않는 범위 안에서 근무 시간과 장소를 노동자들이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폭을 늘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또 높은 사교육 비용에 대해 "한국 사회에서 부모들이 자녀 교육에 대해 갖는 기대가 굉장히 높다"며 "하지만 돌봄이나 교육 시설에 있어 국가가 지원하는 공공시설로는 부모들의 기대가 충족되지 않는 데다 경제적 계층에 따라 누릴 수 있는 것이 차이가 나는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출산·양육 지원금 일시적 도움은 되지만.. 돌봄·교육 인프라 확충이 더 시급'

실제 아이를 양육하며 휴직 중에 있거나 사표를 낸 기혼 여성들 역시 가장 필요한 지원으로 돌봄과 교육 시설 등 인프라의 확충을 꼽았다.

광주광역시 소재 공공기관에 재직 중 지난 2020년 초 첫째 아이를 출산한 오 씨(30세)는 양육을 위해 최근 육아 휴직 1년을 더 연장 신청했다. 오 씨는 출산 이후 남편의 직장이 위치한 경기도 용인시로 와 아이를 양육하고 있다.

오 씨는 출산 시 지원 받는 100만 원 정도의 금액이 "분명 도움은 되지만 일시적"이라며 "임신 중 여러가지 검사를 해야 하는데 만삭이 될 수록 그 종류도 많아지고 엄마 입장에서 기본 검사와 풀 패키지 검사가 있다고 하면 비싸더라도 풀 패키지를 선택하게 돼 체감상 지원금은 금방 소진된다"고 말했다.

오 씨는 "지원금을 준다는 것은 일시적인 개념이기 때문에 그보다는 아이를 기르면서 필요한 인프라 구축이 더 시급하다고 느낀다"며 "지금은 남편 직장을 따라 수도권 용인에 와 있어서 병원이나 문화시설이 잘 되어있지만 앞으로 돌아가야 할 광주만 해도 그렇지 못하다"고 말했다.

오 씨는 특히 0세부터 입학이 가능하고 오전 7시 30분부터 오후 7시 30분까지 전일제 운영을 하는 어린이집의 확충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오 씨는 "직장 다니는 엄마들은 양가 부모님이 아이를 봐줄 수 없는 상황이고 아이가 오후 4시 반이면 칼 같이 끝나는 유치원에 다닌다고 하면 아이의 하원을 도와주고 몇 시간 돌봐줄 하원 도우미를 고용해야 한다"며 "그 비용이 80만원 정도라고 하면 대기업 다니는 경우가 아니고서야 250만원 남짓 월급 중 너무 비중이 크니 '차라리 내가 일을 안하고 내가 내 새끼 보는 게 낫겠다, 일을 그만두는 게 낫겠다'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 씨는 현재 국공립어린이집 3곳에 대기를 걸어두고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지난해 9월 아이를 낳으면서 휴직한 정 씨(37세) 역시 어린이집에 대기를 걸어뒀지만 "언제 입소가 가능할지 미지수"라고 전했다.

정 씨는 "최근 퇴사를 결정하고 지난주 금요일 사직서를 내 복직 생각은 하고 있지 않지만 출산 후 여성이 나라에서 제공하는 출산휴가 3개월, 육아휴직 1년의 휴가 기간만 사용하고 복직하는 건 정말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정 씨는 또 "결국 12~15개월 아기를 두고 복직하기 위해서는 어린이집에 아기를 위탁하거나 조부모를 비롯한 주변 가족들의 도움 혹은 베이비시터를 고용해야 한다"며 "주변 사례를 보면 베이비시터 비용으로 약 200만원이 들던데 대기업에 다니는 여성이 아닌 이상 그 비용을 감당하면서까지 어린 아기를 맡기고 부담없이 복직을 선택할 여성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변 사례 중 바로 복직하는 엄마들의 사례는 회사에 직장 어린이집이 있는 경우이거나 국가에서 보장한 육아휴직 1년 외 회사에서 1년 추가 혜택이 있는 직장에 다니는 경우 2년 정도 아기를 양육하다 어린이집에 보내면서 복직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현재 직장에 다니지 않는 기혼 여성의 경력단절로 인한 미취업 비율은 지난해 대비 오히려 증가했다.

해당 통계에는 15~54세 기혼 여성 중 직장에 다니고 있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미취업자 인원)가 포함됐는데 직장에 다니지 않고 있는 경우 중 경력단절로 인한 미취업 사례의 비중이 약 1.5% 증가한 것이다.

올해 기혼 여성 중 미취업 인원은 302만 7000명이고, 이 중에서 46.2%(139만 7000명)가 경력단절을 경험했다. 작년의 경우, 기혼 여성 중 미취업 인원의 수는 324만명이었으며, 이 중 44.7%(144만 8000명)가 경력단절을 경험했다.

기혼 여성의 전체적인 숫자의 경우 작년 832만 3000명에서 올해 810만 3000명으로 약 22만 명 감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