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기 지났단 말 믿지마"…61세 '예스마담' 외침에 박수를
[편집자주] 뉴스와 이슈 속에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의 이야기를 통해 뉴스와 이슈를 짚어봅니다.
"큰 꿈을 꾸세요. 꿈이 실현된다는 걸 보여주길 바랍니다. 그리고 여성 여러분, 황금기가 지났다는 말을 절대 믿지 마세요."
배우 양자경(량쯔충, 미셸 여)이 61세의 나이로 미국 아카데미(오스카)에서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이번 수상은 할리 베리에 이어 유색 인종으로는 두 번째이며, 아시아계 및 말레이시아 출신 배우로는 최초다.
1980~90년대는 홍콩을, 2000년대 들어서는 미국을 주름잡았던 량쯔충은 한때 주춤하기도 했으나 2010년대 후반 반등에 성공하면서 2022년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로 다시금 우뚝 섰다.
이는 량쯔충이 자신의 길을 포기하지 않은 덕분으로 보인다. 그는 영화 '게이샤의 추억', '미이라 3: 황제의 무덤' 등이 대중들로부터 아쉽다는 평가를 받았을 때도 좌절하지 않고 꾸준히 다양한 작품에 도전했고, 그 결과 '제2의 전성기'를 맞게 됐다.
말레이시아 화교 출신인 량쯔충의 원래 꿈은 배우가 아닌 발레리나였다. 영국 왕립 무용학교에 입학할 때까지만 해도 그는 발레리나로 무난히 성장할 것 같았으나, 척추 부상을 당하면서 발레리나의 꿈을 접고 배우의 길로 나아가게 됐다.
량쯔충은 1983년 미스 말레이시아에서 우승하면서 연예계로 들어섰다. 그는 성룡과 CF를 찍은 것을 계기로 홍콩에서 활동하게 됐고, 1985년 개봉한 '예스 마담'이 큰 인기를 얻으면서 스타로 떠올랐다. 무엇보다 대부분의 액션 연기를 본인이 직접 소화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많은 찬사를 받았다.
그러나 1987년, 사업가와 결혼하며 연예계를 잠시 떠나게 됐다. 5년간 공백을 가졌던 그는 1992년 이혼 후 화려하게 영화계로 복귀했다. 일각에서는 량쯔충의 은퇴가 장기적으로 봤을 때 더 나은 선택이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당시 작품을 계속 찍던 홍콩 배우들은 지나친 이미지 소비로 인해 하락세를 탔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쟁자가 없다고 하더라도 1990년대는 이미 홍콩 영화의 쇠퇴기였고, 현실에 안주하지 않던 량쯔충은 할리우드로 시선을 돌리게 됐다. 이때 량쯔충은 영국 유학으로 인해 자연스러운 영어 연기가 가능한 점과 스턴트를 직접 해내는 여배우라는 자신의 장점을 어필했다.
그는 007 시리즈 '네버 다이'에 본드걸로 출연해 기존의 본드걸과 다른 자신만의 매력을 발산했다. 본드와 함께 격투 장면을 소화하면서 "본드걸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는 호평을 받았다. 이 작품을 이름을 알린 그는 1997년 피플지가 선정한 '가장 아름다운 50인' 중의 한 사람으로 뽑히기도 했다.
량쯔충이 2000년 주윤발과 함께 출연한 영화 '와호장룡'이 호평과 더불어 흥행에 성공하면서 그 역시 전 세계적으로 인지도를 높이게 됐으나 이후 행보에는 약간의 아쉬움이 존재한다.
영화 장쯔이, 공리 등과 함께 출연한 영화 '게이샤의 추억'은 "동양에 대해 무지한 서구인의 환상이 만들어낸 할리우드 영화"라는 혹평을 받으며 제작자와 감독의 이름값 대비 아쉬운 흥행 성적을 받아들이게 됐다. 이후 출연한 영화 '미이라 3: 황제의 무덤', '검우강호' 역시 평론가와 대중을 모두 만족시키지는 못하는 작품들이었다.
그러나 2017년 스타트렉 TV 시리즈인 '스타 트렉: 디스커버리'에서 필리파 조지우 역을 맡으며 재기에 성공했다. 특히 극 중 중국계 말레이시아 억양이 강한 영어를 구사하며 "아시아계 정체성을 잘 살렸다"는 극찬을 받게 됐다.
2018년에는 영화 '엽문 외전'을 통해 자신의 강점인 액션 연기를 선보였다. 특히 같은 해 미국에서 큰 화제를 모은 영화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에 출연하며 "량쯔충은 량쯔충"이라는 호평을 받았고, 당시 기준 동양계 주연 미국 영화 흥행 1위를 기록하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2021년에는 마블 유니버스에 합류해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에서 잉난 역할을 맡아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다. 출연 분량은 많지 않았으나 같은 조연인 양조위와 함께 주연 이상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리고 2022년, 량쯔충은 할리우드에 진출한 후 처음으로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를 통해 단독 주연을 맡았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는 미국에 이민 와 세탁소를 운영하던 에블린(양자경)이 세무조사에 시달리던 어느 날 남편(키 호이 콴)의 이혼 요구와 삐딱하게 구는 딸로 인해 대혼란에 빠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는 당초 제한적으로 개봉했으나 호평이 이어지면서 북미 전역으로 확대 개봉했고, 량쯔충을 2022년 12월 타임지 '올해의 아이콘'으로 선정되게 했을 뿐만 아니라 량쯔충에게 수많은 트로피를 안게 해줬다.
그는 △제47회 새턴상 여우주연상 △제94회 미국비평가협회상 여우주연상 △제80회 골든 글로브 여우주연상 △제29회 미국 배우조합상 여우주연상 등을 비롯해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아시아 여성 최초로 여우주연상을 받게 됐다.
오스카 트로피를 품에 안은 량쯔충은 "(이 수상이) 저와 같은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는 어린 아이들에게 희망의 불꽃이 되길 바란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이 상을 우리 엄마와 세상의 모든 엄마에게 바친다"며 "그분들이 바로 영웅이다. 그분들이 아니었다면 누구도 오늘 이 자리에 있지 못했을 것이다. 역사가 만들어진 순간이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아울러 수상 소감에서도 여성을 강조했던 그는 뉴욕타임스(NYT) 기고문을 통해 자신에게 모인 관심을 여성 문제로 돌려달라고 부탁했다.
량쯔충은 "내 직업 생활에서 잊을 수 없는 이 순간에 감사하면서도 전 세계의 주목을 나에게서 전 세계의 관심을 끌 만한 문제로 돌리고 싶다"며 "위기는 기존의 깊은 불평등을 드러낸다. 가난한 사람들, 특히 여성과 소녀들이 가장 큰 피해를 입는다"고 호소했다.
그는 여성 리더십과 여성의 교육에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나는 60세이고 이제 막 생애 첫 오스카상을 수상했다. 내가 만난 위기의 최전선에 있는 여성 영웅들과 비교할 수는 없지만, 내 직업상 할 수 있는 일은 이런 여성 영웅들이 스포트라이트를 받도록 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차유채 기자 jejuflowe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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