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가 노출콘크리트를 선택하는 이유

철근콘크리트 구조 위에 다른 마감재를 대지않고 그대로 마무리하는 노출콘크리트 공법.알려진지 적잖은 시간이 지났지만 ‘하다 만 것 같다’, ‘먼지 날릴 것 같다’, ‘추울 것 같다’는 대중의 감상은 여전하다.

하지만, 꾸준히 시도되는 것도 사실. 실내 노출콘크리트를 직접 적용하고 사는 선아키텍처 건축사사무소 박성일 소장에게 그 매력과 주의사항을 들어본다.


박성일 소장은 자신과 가족의 집을 직접 지으며 실내를 노출콘크리트로 마감했다. ⓒ이재우

올해 6월호에 <지우네 집>이 온라인에 공개되고 실내 노출콘크리트에 대한 반응이 상당했다. 실제로도 문의를 많이 받았나

여러 방향으로 많은 문의를 받았다. 노출콘크리트로 집을 지으려는 분이 꼭 보고 싶다며 우리 집을 방문하기도 했다. 그분은 노출콘크리트라는 것이 ‘차갑고 건조하지 않을까’하는 염려가 컸는데 직접 공간에 들어와 둘러본 뒤에는 아주 마음에 든다며 본인 집도 노출콘크리트를 생각하고 있다는 말을 전하기도 했다. ‘아내분 설득이 어렵지 않을까요’하고 농담 반 조언을 하기도 했는데, 세상에는 참 다양한 취향의 사람이 있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포털사이트 메인에 우리 집이 올라간 뒤 부정적인 댓글도 있었다. 그중에는 잘못된 정보들도 많아서 바로잡는 댓글을 달기도 했다.
<지우네 집>은 일반적인 시공 현장에서 가장저렴한 방식으로 사용하는 ‘유로폼(거푸집)’을 사용한 노출콘크리트다. 면 품질을 위해서 중고품이 아닌, 처음 사용하는 합판을 붙여 가져왔다. 그럼에도 유로폼과 유로폼이 만나는 부위는 거칠어지기 때문에 매끈하게 갈아내는 것이 보통인데, 이 프로젝트의 경우는 그런 보수를 최소화했다. 아무래도 건축을 업으로 하고 있다 보니 노출콘크리트에 대한 거부감이 덜해 진행할 수 있었다고 본다.
ⓒ변종석
댓글의 개수에서 당시의 뜨거운 반응을 엿볼 수 있다.

낯선 표현법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그런데도 대중들의 적지 않은 관심을 끌었다

노출콘크리트라는 재료는 일반적인 마감재와 다르게 건축주의 취향을 매우 강하게 반영하는 성격이 있다. 그렇기에 반응도 강하지 않았나 싶다. 또한 대중도 용도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이지 않을까도 싶다. 미술관이나 카페처럼 다중이 잠시 이용하는 공간의 노출콘크리트는 낯설지 않지만, 주거에 사용하는 경우는 드물어 더 이질적으로 느끼는 것 같다.

의견 중 상당수는 건강 문제와도 관련이 있는데, 생활에서 혹시 불편함을 느끼나

불편함은 느끼지 않는다. <지우네 집>은 열회수환기장치를 설치해 냉난방 에너지를 줄이면서 실내 공기질을 쾌적하게 유지하고 있다. 신축건물이기 때문에 VOCs(휘발성유기화합물)의 초기 관리가 어려웠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현재는 안정화되고 있다. 라돈 역시 측정기를 활용해 확인한 결과 하루 중 최고 수치를 뽑아도 기준치의 절반 정도로 무척 양호하다. 결국 기계환기든 자연환기든 환기를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어차피 우리는 여전히 콘크리트 덩어리에서 살고 있다. 전 국민의 60%가 철근콘크리트 구조로 만들어지는 아파트에 살고 있다. 아파트 리모델링을 해봤다면 느끼겠지만, 콘크리트면에 벽지를 덧대놓은 것에 불과하다. 콘크리트 자체의 유해성을 얘기한다면 전국민의 주거 환경에 문제가 있다는 얘기로 귀결된다.
라돈은 화강암질에서 많이 나온다고 알려져 있고 전국 토지의 40%가 라돈이 다량 함유된 지역이다. 나는 라돈에 대해 전문가는 아니지만, 실내 공기질을 기준으로 삼는다면 환기가 유일한 대안이라 생각한다. 주기적으로 창문을 열어 환기하고 환기장치가 있다면 24시간 가동하는 것을 권한다.
신품으로 들여온 거푸집용 합판과 설치 모습.
거푸집 탈거 직후와 면처리 후의 모습. 노출콘크리트는 거푸집 채결 철물을 제거하고 거친 면을 다듬는 후처리가 필요하다.

당시에는 비용적인 측면도 고려해 노출콘크리트로 결정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줄일 수 있는 비용은 어느 정도인가

표면 마감을 노출콘크리트로 한다고 해서 비용이 준다는 것은 조금 거칠게 표현된 부분이 있다. 일반적으로 노출콘크리트 마감은 아파트처럼 실크벽지를 사용하는 것보다 비용이 더 많이 들어간다. 그러나 <지우네 집>의 경우 ‘골조 공사 + 인테리어 공사’로 이루어지는 대부분의 소규모 공사에서 골조 공사 비용을 약간 높이고(새 합판 사용 등) 인테리어 공사를 과감하게 삭제하여 종합적인 비용을 줄인 경우이다. 석재 등 비슷한 마감과 비교해 노출콘크리트가 저렴할 수도 있고 비쌀 수도 있다. 결국 노출콘크리트의 품질을 ‘어느 정도 수준’에서 마감하느냐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노출콘크리트는 단열에 있어 무척 까다롭다고 알려져 있다

일단 구조체가 외기에 바로 노출되면 건축물의 수명 감소는 피할 수 없다. 다만,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건축의 사회적 수명이 구조체 수명보다 짧아 크게 염려할 일은 아니다. 외부에 노출콘크리트를 사용한 건물은 앞서 설명한 것처럼 에너지와 관련한 장점들을 어느 정도는 포기한 것과 같다.
외부에 노출콘크리트를 사용하게 되면 단열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겨울철에는 콘크리트 온도가 내려갈 것이고 내부 단열재 사이에 만약 미세한 틈이라도 있다면 차가운 콘크리트 면에 결로가 생기게 된다. 그것이 오래된 아파트 창호 주위로 생기는 곰팡이를 설명하는 근거가 된다. 근본적으로 단열재와 콘크리트 사이에 공기의 흐름을 차단하는 것이 대안이지만, 그런 시공은 쉽지 않다. 다만, 열교 차단 블럭 등을 활용해 열교를 차단할 수 있는 방안도 있으니 설계 때부터 내벽과 외벽이 만나는 부위의 열교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내부와 외부 모두 노출콘크리트를 사용하는 것은 콘크리트 사이에 단열재를 넣는 방식이다. 내부 구조체를 완성한 후에 단열재로 외부를 감싸고 외부에 보이는 노출콘크리트는 마감재로 사용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구조체 부식을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시공 시 거푸집 사이에 단열재를 끼워 일체 타설하는 방식의 ‘중단열’이라면 구조체의 품질을 확인하기 어렵고 단열재 내부 습기를 배출하기 어렵다는 단점 때문에 아직은 의문이 남는다. 이런 부분이 괜찮다면 비용을 줄이면서 내·외부를 모두 노출콘크리트로 표현할 수 있어 좋은 방식이 될 것이다.
내부 노출콘크리트는 구조체가 내부에 있고 외부에 단열층을 만들기 때문에 에너지 효율측면에서 유리하다. 구조체 하자 유무도 육안으로 바로 알 수도 있다. 천장에 목공사를 하지 않으면 천장고 확보에도 유리하다. 더불어 조습 효과와 축열을 활용한 항온(일정 온도를유지하려는 성질)에 유리하다고 알려져 있다.
RC-Z 공법은 콘크리트와 단열재를 일제타설해 단열재와 구조체 사이의 공간을 최소화하는 방식 중 하나다.

콘크리트는 크랙이 생기기 쉽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실내는 난방 때문에 그 경향이 강하다고 하는데, 이를 극복하기 위한 디테일은 무엇인가

타설 시 콘크리트 강도를 올리고, 크랙에 취약한 개구부(창, 문) 주위를 철근으로 사선 보강하는 것이 구조적 대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주택의 경우 겨울철 난방으로 수축, 팽창하면서 크랙이 생긴다. <지우네 집>도 3군데 정도의 크랙이 생겼다. 하지만, 1~2mm 정도로 미세해 보수를 생각하지는 않고 있다. 다만, 이는 꼭 노출콘크리트만의 문제라고 보기는 어렵다. 목구조도 페인트 도장 마감의 경우는 목재의 수축과 팽창으로 모서리 균열을 피할 수 없다. 디자인 하자에 민감하다면 창호 주위나 구조적으로 균열에 취약한 부위는 별도의 마감을 생각해 보는 것이 좋을 수 있다.
노출콘크리트 면과 인테리어 목공 벽이 만나는 모서리. 크랙에 취약한 모서리 등은 다른 재료로 마감해 가리는 것도 방법이다. ⓒ박성일

일상 속에서 노출콘크리트는 어떤 유지보수가 필요한가

외부에 사용했다면 구조체의 보호를 위해 발수제를 발라줘야 한다. 아파트를 생각해보면 쉬울 것 같다. 페인트가 갈라지거나 떨어지면 보수하거나 일정한 주기로 전체 도색을 진행하지 않나. 미관의 문제도 있지만 구조체를 보호하는 역할이 더 크다. 다만, 발수제는 영구적이지 않기 때문에 시방에 따라 주기적으로 청소 및 재도색을 해주어야 한다. 내부 노출콘크리트의 경우 외기에 직접 노출되어 있지 않아 별도의 마감은 필요하지 않다. 콘크리트 강도가 충분하다면 공사 시에 발생한 분진을 제거한 후에는 그대로 사용하여도 무방하다고 본다.

노출콘크리트는 쉽지 않지만, 많은 건축가와 건축주의 사랑을 받는 스타일이기도 하다.건축가로서, 노출콘크리트는 어떤 매력을 가지고 있나

재료가 가지는 본질을 드러내는 것에 매력을 느끼곤 한다. 예술은 본질적인 것에서 시작한다는 생각이 든다. 개인적으로 ‘예술로서의 건축’이라는 생각에 반감이 있지만, 여전히 아름다운 건축물을 볼 때면 예술과 같은 감동을 받는다. 또한 구조체로 사용하는 날 것의 재료를 눈에 보이는 마감으로 드러내고자 할 때 익숙한 것에서 벗어난다는 생각도 든다. 익숙한 것에서 벗어나는 그 시점에서부터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언젠가는 건축가로서 노출콘크리트를 거칠게 표현해보고 싶은 욕구가 있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프리패브 콘크리트 패널을 활용한 스페인 주택 ⓒRaúl del Valle
ⓒRaúl del Valle

콘크리트가 걱정이지만, 그 매력은 누리고싶을 때, 대안으로 추천하고 싶은 방법이 있다면

경량콘크리트 패널이 대안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습식인 노출콘크리트와는 다른 건식이라는 점에 차이가 있다. 그럴듯하게 보이지만 엄연한 차이가 있다. 전체가 하나의 면이라는 느낌을 내고 싶다면 콘크리트 색상과 비슷하게 조색한 미장 마감재가 대안이 될 수 있다.
(왼쪽) 향후 필요한 요소가 있다면 당장 쓰지 않더라도 미리 반영해두는 것이 안전하다.(오른쪽) 타설 이후 새로운 이슈가 발생하거나 설계가 변경되면 노출콘크리트는 그 흔적이 남을 수밖에 없다.

그 외에 콘크리트 연출에 대해 조언한다면

주택에 노출콘크리트를 사용하는 것은 용기가 필요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에게 평가받기 위해 집을 짓는 것은 아니지만 의도치 않게 그런 얘기를 듣다 보면 그것도 스트레스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콘크리트라는 재료에 매력을 느낀다면 꼭 한 번 시도해보라 이야기하고 싶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건축가를 찾고 설계를 맡겨야 한다. 콘크리트는 거푸집에 따라 다양한 표정을 보여 준다. 그리고 노출콘크리트에 경험이 많은 시공사를 찾아야 한다. 마감공사를 하며 조정할 여지가 있는 일반적인 공사와 달리 콘센트, 조명, 에어컨 배선 등 타설 전에 모든 마감과 위치를 결정해야 한다. 타설 시 모든 것이 결정되는 만큼 콘크리트를 노출하는 일은 많은 경험이 필요하다.
르꼬르뷔지에의 찬디가르 국회의사당이나 루이스칸의 방글라데시 국회의사당은 그 나라의 시공 수준을 감안한 매우 거친 노출콘크리트가 사용되었다. 안도 다다오의 여러 건물에서 노출콘크리트는 매우 정제된 마감을 보여주고 있다. 일본이라는 나라의 높은 시공 수준을 표현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르꼬르뷔지에의 찬디가르 국회의사당. 출처: 위키피디아
안도 다다오의 아즈마하우스. 출처: 위키피디아
순간을 재료로 기록할 수 있다는 것,
그래서 노출콘크리트에 매력을 느끼는 게 아닐까.

건축가 박성일 _ 선아키텍처 건축사사무소
건축가 박성일은 한양대학교 건축학부를 졸업하고 디자인캠프문박, 스튜디오 에이엔엠에서 실무를 쌓았다. 2017년 건축사사무소를 개소하여 원주시 그림책 도서관, 여성가족행복복합센터에 당선하였다 주택과 근린생활시설부터, 공공건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스케일의 작업을 진행하며 우리에게 꼭 필요한 만큼의 건축 행위가 무엇인지 고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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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_ 신기영  |  사진_ 주택문화사DB
ⓒ 월간 전원속의 내집   2022년 12월호 / Vol.286  www.uuj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