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대통령이 한국 회사 이름을 직접 불렀다
미국 대통령이 연설에서 한국 민간 기업의 이름을 직접 언급하는 일이 흔할까. 거의 없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은 핵잠수함 건조 승인 발표와 차세대 호위함 계획을 밝히는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한국의 한화와 협력해 건조할 예정." 미국 최고 권력자가 국방 사업 발표 무대에서 한국 조선사 이름을 콕 집어 언급한 것이다. 그 순간 한국 증시에서는 이 종목의 주가가 폭등했다. 이 종목의 정체는 무엇일까.
정체 공개: 한화오션 (042660)

과거 대우조선해양이었던 이 기업은 2023년 한화그룹에 인수되며 완전히 다른 회사로 탈바꿈했다. 지금 한화오션은 단순히 배를 만드는 조선사가 아니다.
미 해군 함정을 수주하고, 핵잠수함 모듈 제작을 논의하고, 캐나다 60조원 잠수함 사업의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글로벌 방산 조선 기업이다.

주가는 2025년 1월 3일 장중 저점 37,350원을 찍은 뒤 같은 해 고점 154,800원까지 약 4.1배 폭등했다.
그 바닥에서 3,000만원을 넣었다면 1억 2,000만원이 됐다는 계산이 나온다.이란 전쟁발 패닉 장세에서 108,500원까지 밀렸던 주가는 종전 기대감에 빠르게 회복하며 현재 134,400원대에서 거래 중이다.
고점(154,800원) 대비로는 아직 13% 아래 구간이다. 증권사 목표주가 평균은 161,714원, 최고는 180,000원이다.
한국 조선사가 어떻게 미 해군 문을 두드렸나

미국에는 '존스법(Jones Act)'이라는 규정이 있다. 미국 연안을 운항하는 선박은 반드시 미국 내에서 건조해야 한다는 법이다. 사실상 외국 조선사의 미국 시장 진입을 막는 벽이었다.
한화오션이 이 벽을 정면으로 허문 방법은 단순했다. 미국 조선소를 직접 사버린 것이다. 2024년 6월, 한화오션은 필라델피아 조선소(Philly Shipyard)를 약 1,380억원에 인수하며 한국 조선사 최초로 미국 조선업에 진입했다.
미국 상선 제조시장의 과반을 점유하는 이 조선소를 통해 미 해군 함정 MRO(유지·보수·정비) 시장에 뛰어들 발판을 확보했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미군 함정을 직접 건조하는 호주의 오스탈(Austal)까지 인수하며 미 해군 함정 건조 시장 직진입을 현실로 만들었다.
그 결과가 트럼프의 직접 언급으로 이어졌다. 차세대 호위함 계획 발표에서 "한화 필리조선소"를 언급한 것은 단순한 외교적 멘트가 아니다. 증권가에서는 이를 "미국 내 한화오션의 입지가 굳건함을 확인하는 증거"로 해석한다.
수급 데이터: 영업이익 366% 폭증, 수주잔고 29조원

숫자로 보면 더 확실하다. 2025년 한화오션의 연결 매출은 12조 6,884억원으로 전년 대비 17.7% 성장했고, 영업이익은 1조 1,091억원으로 무려 366% 폭증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2025년 수주액은 95.5억 달러로 역시 역대 최대다. 현재 수주잔고는 약 29조원, 3년치 일감이 이미 쌓여 있다는 뜻이다.
2026년에는 2022~2023년에 수주한 고선가 물량이 본격적으로 매출로 인식되기 시작하면서 실적이 한 단계 더 도약하는 구간이 열린다.
미국이 줄 세운 진짜 이유: 중국을 막아야 한다

트럼프가 한화오션을 직접 지목한 데는 더 큰 맥락이 있다. 미·중 패권 경쟁이다. 글로벌 조선 시장에서 중국의 점유율은 이미 60%를 넘어섰다.
미국은 자국 조선 능력이 사실상 붕괴된 상황에서 동맹국 한국의 기술력을 빌리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MASGA(미국 조선업 활성화) 프로젝트가 본격화되면 한화오션이 그 핵심 파트너 자리를 굳힌다.
여기에 60조원 규모의 캐나다 잠수함 수주전(3월 최종 제안서 제출 예정), 태국 호위함, 에스토니아 초계함까지 해외 특수선 파이프라인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수주 발표 하나하나가 곧 주가 폭등의 방아쇠가 될 수 있는 구조다.
반대 의견: 아직 적자 사업도 있다, 밸류에이션 부담

냉정하게 볼 부분도 있다. 해양 부문(FPSO)은 인도 지연으로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 인수한 필리조선소도 단기 흑자 전환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밸류에이션 부담도 무시할 수 없다. 2026년 예상 PER이 46배 수준으로 조선주치고는 상당히 높다. 목표주가 최저치가 75,000원이라는 사실은, 투자자 간 시각 차이가 그만큼 크다는 의미다.
이란 전쟁 충격으로 현재 주가가 고점 대비 30% 가까이 빠진 것도 변동성이 얼마나 큰 종목인지를 보여준다.
전망: 트럼프가 이름 부른 조선사, 2026년이 본무대

증권사들이 2026년을 "미국 투자 성과 가시화 원년"으로 꼽는 이유는 명확하다. 지금까지는 씨를 뿌리는 단계였다면, 올해부터 열매를 거두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미 해군 함정 MRO 수주, 차세대 호위함 후속함 건조 협력, 핵잠수함 모듈 제작 가능성까지 카탈리스트가 줄줄이 대기 중이다.
목표주가 평균 161,714원은 현재가(134,400원 / 03.11 종가 기준) 대비 20% 상승 여력이고, 최고 목표주가 180,000원은 34%다. 미국 대통령이 이름을 불러준 한국 조선사. 그 이름값이 주가에 반영되는 건 이제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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