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럭셔리 패션 브랜드들이 고물가 장기화에 대응하고 신규 소비자들을 유인하기 위해 화장품, 신발 등 새로운 저가 제품군을 출시하고 있다.

11일(현지시간) 경제전문 매체 CNBC에 따르면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산하 대표 브랜드인 루이비통은 지난달 최초로 뷰티 컬렉션을 선보였다.
루이비통의 뷰티 라인업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유명 메이크업 아티스트인 팻 맥그라스가 맡았다. 립스틱 55종, 립밤 10종, 아이섀도 팔레트 8종과 함께 2890달러짜리 미니 트렁크 캐리 케이스로 구성돼 있다. 루이비통은 이 제품군이 맥그라스에 열광하는 미국의 젊은 소비자층을 끌어들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뷰티 컬렉션의 대표 제품인 립스틱 가격은 160달러다. 이는 립스틱치고는 높은 편이지만 루이비통의 기존 제품에 비해서는 굉장히 낮은 수준이다. 이에 대해 럭셔리 브랜드들이 주력 제품의 가치를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저가 제품군을 통해 고객을 끌어들이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번스타인의 루카 솔카 글로벌 럭셔리 부문 대표는 이에 대해 “매우 적절한 움직임이라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그는 “메가 브랜드들이 핵심 제품을 과도하게 판매하지 않는 대신 절대적으로 가격대가 낮은 카테고리를 활용해 더 폭넓은 잠재 소비자층과 소통하는 것이 현명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프라다, LVMH 산하 셀린느, 드리스 반 노튼, 미우미우 등 다른 브랜드들도 화장품으로 사업 분야를 넓히고 있다. 번스타인은 지난 3월 보고서에서 “뷰티는 높은 매출총이익률을 제공하는 재무적으로 매력적인 카테고리”라고 평가했다.
또한 중국 완구업체 팝마트의 라부부 키체인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자 코치, 롱샴, 루이비통 등 럭셔리 브랜드들이 고가의 백참(bag charm) 출시에 나섰다. 이 브랜드들은 불안한 경제 상황에서 소비자들이 고가의 일상품 구매에 나서는 ‘트리트노믹스(treatnomics)’ 트렌드에 베팅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고가의 제품에 대한 지출을 줄이더라도 소규모의 사치품에는 지갑을 열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럭셔리 업계는 전반적인 산업 둔화, 미국의 관세 정책과 비용 상승 등에 대응해 이와 같은 다각화 전략을 펼치고 있다.
모닝스타의 옐레나 소콜로바 수석 주식 애널리스트는 기업들이 중국 수요 둔화 속 럭셔리 업계가 부진했던 2015~2016년의 전략을 다시 활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당시 브랜드들은 스트리트웨어, 즉 스니커즈, 미니 핸드백, 백 참에 눈을 돌렸었다”며 “이 전략은 밀레니얼 소비자층의 구매가 늘어나며 감정적 분위기 개선에 힘입어 과거에는 꽤 성공적이었다”고 설명했다.
럭셔리 업계는 코로나19 특수로 인한 호황이 끝난 지난 2022년부터 압박을 받아왔다. 특히 소비자들은 팬데믹 이후 잦고 가파른 가격 인상에 피로감을 보이기 시작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2022년 보고서에서 럭셔리 업계의 향후 매출과 성장이 신제품을 통한 총도달가능시장(TAM) 확대, 문화적 관련성 강화, 브랜드 재투자를 통한 매력도 제고라는 세 가지 요인에 달려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최근의 트렌드에 대해 애슐리 월리스 BofA 유럽 소비재 담당 전무는 “신규 카테고리는 TAM을 키우고 문화적 관련성을 높인다”고 설명했다.
최근 럭셔리 브랜드들이 새롭게 출시하는 다른 품목에는 신발, 안경, 향수, 소형 가죽제품 등이 있다. 더 낮은 가격대 진입 제품은 젊고 보다 광범위한 소비자층을 브랜드 생태계로 끌어들일 수 있다. 이 업체들은 장기적으로 브랜드 충성심 형성을 목표로 한다.
BofA의 2022년 보고서는 “젊은 소비자들은 문화적 관련성, 온라인 참여, 광고를 통해 럭셔리 브랜드와의 접점을 확대해 왔다”며 “이들이 소득 수준이 높아지고 자산을 축적하며 세대 간 부의 이전이 이어짐에 따라 이 젊은 세대는 글로벌 부와 소비력에서 더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될 것이고 이는 럭셔리 수요의 구조적 순풍을 뒷받침한다”고 분석한 바 있다.
세실 카바니스 LVMH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7월 2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회사가 이러한 전략을 추진 중이라고 확인했다. 그는 “젊은 세대와도 소통해야 한다”며 “이들을 만나고 유인해야 하며 이후 이들이 회사의 가치 사슬을 경험할 수 있는 제안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값싼 가방으로는 이렇게 하지 않는다”며 따라서 향수, 소형 가죽제품 등 접근 가능한 제품군을 활용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럭셔리 브랜드들 희소성 유지와 매력도 강화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소콜로바는 브랜드들이 저가 카테고리 확장을 고가 제품군 확장과 병행해야 계속해서 부유층 소비자에게 어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과거 버버리와 구찌가 대규모 할인 판매를 한 이후 주요 고객층 사이에서 위상을 찾는데 어려움을 겪었던 사례에서도 드러났다.
소콜로바는 제품 다각화 전략이 10년 전에 성공했지만 이번에도 통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브랜드는 새로운 소비자 세대와 반드시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현재 고객과 함께 브랜드의 매력이 떨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최근 소비자들이 경제 상황에 더욱 민감해졌기 때문에 구매가 지속적으로 성장하려면 결국 강력한 경제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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