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지방 전공의들도 서울로?…전남대 소아 응급실 '셧다운' 예고

전공의들의 하반기 수련 개시 첫날(9월1일), 전남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들은 오히려 소아 응급실 진료 축소를 결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인력난'을 그 이유로 들었다. 전공의들이 상당수 돌아왔지만, 지방 수련병원들의 '기피 필수과' 공백은 의정갈등 이전보다 더 커졌다.
1일 머니투데이 단독 취재에 따르면 전날(8월31일) 전남대병원 소아청소년과는 '전남대학교 소아청소년과 응급실 진료 제한 안내'란 제목의 공지문을 광주·전남 지역 소아청소년병원(구, 아동병원) 병원장들에게 문자메시지로 긴급 배포한 사실이 확인됐다. 광주·전남 소아청소년을 진료해온 이들 병원은 2차 의료기관으로, 현재 10여곳이 운영된다. 이들 소아청소년병원에선 소아 응급·중증질환 환자 발생 시 3차 의료기관에 이송해왔다. 그중에서도 환자를 가장 많이 전원한 곳이 바로 전남대병원이다.
해당 공지문에서 전남대병원 소아청소년과는 "9월1일부터 전문 인력 충원 전까지는 한시적으로 응급실 진료를 아래와 같이 제한하게 돼, (대한소아청소년병원협회 광주·전남 회원들에게) 안내드린다"면서 △9월 첫째주부터 격주로 화·수·목·금 야간 진료(오후 7시~다음날 오전 7시) △매주 일요일 주간 진료(오전 7시~오후 7시)를 한시적으로 운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공지대로라면 당장 내일(2일)부터 전남대병원의 소아 응급실 야간진료는 사라진다.
이어 "먼 지역에서 보호자분들이 사전 안내를 받지 못하고 내원하실 수 있어, 이 점을 미리 알려드린다"며 "진료 제한 시간에 '전원' 오는 경우 해당 병원으로 '재전원'할 수밖에 없어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지 않도록 협조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이는 소아청소년과 응급실 진료 제한 시간에 타 병원에서 환자를 보낼 경우 다시 돌려보내겠다는, 이른바 '소아 응급실 뺑뺑이'를 예고한 셈이다.
![[광주=뉴시스] 박기웅 기자 = 정신 전남대병원장이 17일 광주 서구 광주시교육청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4.10.17. pboxer@newsis.com /사진=](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9/01/moneytoday/20250901190437096jajx.jpg)
해당 문자메시지를 받은 이 지역 소아청소년병원 병원장 A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광주·전남에서 소아 응급·중증 진료의 중추가 전남대병원"이라며 "그곳이 무너지면 소아 응급·중증 환자를 보낼 데가 딱히 없다. 인근에 소아 중환자실을 갖춘 곳이 전남대병원뿐이기 때문"이라고 토로했다.
광주의 또 다른 소아청소년병원인 광주수미래아동병원 유용상 병원장은 기자에게 "우리 병원에서 해결할 수 없는 소아 중증·응급 환자를 그간 1순위로 전남대병원으로 전원해왔다"면서 "전남대병원 소아청소년과가 최근 의사 인력난에 소아 중환자를 보기 힘들어졌다고 알고 있다"고 언급했다.
소아청소년병원에선 소아 상태가 '아주 좋지 않은 경우' 대학병원에 전원해왔다. 대표적인 예가 심장에 염증이 생겼거나, 심한 뇌수막염, 장 중첩증(장이 꼬인 급성 질환)이 발생했을 때다. 특히 2세 이하 아기에게 비교적 흔한 장중첩증은 증상 발현 후 6시간 이내에 꼬인 장을 풀어주는 '장 정복술'을 시행해야 하는데, 골든타임을 놓치면 아기가 쇼크 상태에 빠지거나, 창자가 썩어들어가거나(괴사), 장 천공이 발생할 수 있어 치명적이다.
전남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B씨는 소식통을 통해 머니투데이에 "전날 보낸 공지문은 확정된 건이므로, 기사화해도 된다"고 전해왔다. 하지만 전남대병원 측은 당황해하는 분위기다. 이 병원 관계자는 기자에게 "진료 제한 관련해서 소아청소년과 교수진이 병원 진료부와 조율 중이라고 알고 있다"며 "해당 사실을 사전에 들은 바 없다"고 했다.

전남대병원이 지난달 26일 발표한 하반기 전공의 모집 합격자 명단에 따르면 레지던트 합격자(178명) 가운데 소아청소년과 레지던트 합격자는 1년차 1명, 2년차 1명, 4년차 1명으로 총 3명에 그쳤다. 이는 합격자 수가 1·2위인 내과(38명), 마취통증의학과(17명)과 격차가 처참한 수준이다. 전체 합격자 중 병리과(1명)에 이어 직업환경의학과(3명)과 함께 '합격자 최저 2위'라는 오명을 쓰게 됐다.
이날 의료계에 따르면 빅5(서울대·서울아산·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성모) 병원의 이번 전공의 충원율은 70% 이상인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제주대병원 충원율은 40%대로 모집 인원의 절반도 채우지 못했으며, 특히 이 병원 소아청소년과에 지원한 전공의는 한 명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북대·충북대·강원대병원도 충원율이 모집 인원의 50%대에 머문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의대 예방의학교실 강대희 교수는 기자에게 "이번 하반기 모집 때 지방 소재 전공의들이 대거 서울로 지원하면서 서울 소재 수련병원은 상급종합병원 체질을 개선하는 기회로 삼을 수 있다"면서도 "지방 수련병원은 체질 개선은커녕 더 심해진 인력난에 서울과의 의료 격차는 더 벌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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