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독일 뮌헨 BMW벨트 | 본사·공장·박물관·딜리버리센터 등 한곳에… 年 300만 명 방문
현대차 신사옥 롤모델 ‘BMW벨트’
독일 뮌헨 관광 명소로 부상
2027년부터 전기차만 생산
“얼마 전 독일에서 가장 유명한 방송 진행자이자 배우 중 한 명인 토마스 고트샤크도 직접 와서 차를 받아 갔다. 고트샤크 같은 유명인뿐만 아니라 독일 안팎에서 다양한 사연의 사람이 딜리버리센터(Delivery Center)를 찾는다.”
9월 22일(이하 현지시각) 독일 뮌헨에 있는 BMW벨트(Welt·영어로 World)의 딜리버리센터로 들어서자, 고급 호텔 라운지와 비슷한 공간이 나왔다. 차량을 수령하는 고객이 이용하는 곳으로, 한쪽에 놓인 두꺼운 방명록에는 날짜별로 길고 짧은 소감이 이름과 함께 적혀 있었다. 딜리버리센터에서 근무하는 BMW 지니어스(GENIUS)는 “차량을 받기까지는 약 70분 걸리고 하루 평균 140~150대가 고객에게 인도된다”고 말했다.
고객 상대 ‘전문 안내인’ 도입한 BMW
BMW는 전문 도슨트(안내인)를 자체적으로 지니어스라고 부른다. 일반적인 도슨트가 박물관이나 전시회에서 작품을 소개한다면, BMW 지니어스는 고객을 상대로 브랜드, 모델, 시승, 출고 등 BMW와 관련된 이야기를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모든 지니어스는 BMW 트레이닝 아카데미에서 전문 트레이너로부터 교육을 받는다. 국내에선 2014년부터 지니어스가 활동하고 있다. 딜리버리센터 바깥으로 연결된 계단으로 내려가자, 출고를 앞둔 차량 10여 대가 서 있었다. 각 차량은 원판 모양의 바닥을 밟고 있는데, 리모컨 버튼을 누르자 빨간색 7시리즈 한 대가 천천히 돌아가기 시작했다. 나머지 차량은 모두 멈춰 있기 때문에 멀리서부터 본인이 수령할 차량에 이목이 집중되는 효과가 있다. 키를 건네받은 고객은 차량을 확인한 뒤 직접 가져가거나, 주소지로 배송받을 수 있다.
매년 300만 명 이상 찾는 BMW벨트
BMW그룹은 2007년 딜리버리센터, 전시 공간, 콘서트홀, 레스토랑, 쇼핑몰, 디자인 스튜디오 등이 포함된 BMW벨트를 세웠다. BMW벨트는 4실린더 빌딩으로 유명한 BMW 본사를 비롯해 박물관, 공장과 함께 독일 뮌헨의 관광 명소가 됐다. 매년 전 세계에서 300만 명 이상이 방문하고, 2만4000건이 넘는 투어가 진행된다. 현재까지 이곳에서 출고된 BMW 및 미니 차량은 25만 대를 웃돈다.
BMW벨트는 물결이 소용돌이치는 듯한 ‘더블 콘(Double Cone)’이라는 독특한 디자인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축을 휘감고 올라가는 형상의 더블 콘은 넓고 무거운 건물 지붕을 받쳐주는 기둥 역할을 한다. BMW벨트를 뒤덮은 지붕의 총면적은 약 1만6000㎡로, 이탈리아 베네치아 산마르코 광장을 덮을 정도의 크기라는 게, BMW 측 설명이다. 지붕의 약 6300㎡는 3600개의 태양광 전지로 이뤄져 있다. 통상 딜리버리센터를 방문하는 고객은 BMW벨트를 먼저 둘러보고 수령 절차를 진행한다. 건물 로비와 2층에는 BMW, 미니, 롤스로이스, 모토라드(모터사이클) 브랜드를 대표하는 모델이 전시돼 있다. 신차부터 클래식, 콘셉트카, 전기차, 수소연료전지(수소전기)차 등을 볼 수 있다. 전기차는 차량에 탑재된 배터리팩과 재활용 소재 등까지 관람할 수 있도록 차체 바닥을 아예 뜯어놓기도 했다. BMW벨트 내부로 들어서자, 입구 주변에 평소에 쉽게 접하기 어려운 차량이 주로 전시돼 있었다. BMW가 7년 만에 선보인 4세대 준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뉴 X3, BMW 최초의 수소전기차 iX5 하이드로젠 시제품(파일럿 모델)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 5월 프랑스 칸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된 BMW XM 미스틱 얼루어도 전시돼 있었다. BMW가 영국 슈퍼모델 나오미 캠벨과 협업해 한 대만 특별 제작한 원 오프 모델이다.
따로 신청하면 BMW벨트는 물론 공장이나 박물관 투어도 가능하다. BMW 뮌헨 공장은 1922년 모터사이클 생산을 위해 처음 문을 연 BMW 1호 공장으로, 1928년부터 차량을 만들었다. 현재 3시리즈 세단, 고성능 M3, 전기차 i4 등 내연기관,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전기차를 합해 하루 최대 1000대를 생산하고 있다. 2027년 말부터는 전기차만 생산할 계획이다. BMW박물관은 1973년 처음 문을 열었고, 2008년 6월 2년 6개월간의 리노베이션을 마치고 다시 개관했다. 기존에 비해 면적이 5000㎡로 약 5배 확장됐고, 차량 120여 대를 전시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며졌다. 리노베이션을 통해 도로, 광장, 다리 등 건축물을 모티브로 도심 속 도로를 연상시키는 디자인을 갖추게 됐다.
BMW벨트 벤치마킹한 현대차
현대차그룹은 BMW벨트처럼 한 지역 명소가 된 완성차 브랜드의 본사를 벤치마크 삼아 서울 강남구 부지에 신사옥 ‘글로벌 비즈니스 콤플렉스(GBC)’를 구축할 방침이다. 폴크스바겐그룹은 독일 중북부의 볼프스부르크에 본사, 공장과 함께 자동차 테마파크 아우토슈타트를 지었고, 슈투트가르트에는 메르세데스-벤츠와 포르셰박물관이 있다.
규모는 작지만 기아는 서울 도심에서 BMW벨트와 비슷한 브랜드 체험관을 운영하고 있다. 기아는 2017년 서울 강남구 국내영업본부 사옥에 자동차 복합문화공간 ‘기아 360(전 BEAT 360)’을 열었고 2021년 8월 재단장했다. 브랜드 및 디자인 소개, 차량 전시, 카운셀링 부스, 카페, 체험존 등으로 구성돼 있고, 제품이나 공간 안내를 위한 도슨트도 상주하고 있다.
기아 360에 전시된 모든 차량은 직접 탑승해 볼 수 있다. 야외로 연결된 테라스 공간에서는 전기차 특유의 주행감이나 충전 인프라를 경험할 수 있는 시설이 전기차 EV6 주변에 설치돼 있기도 했다. 화단 한편에는 기아 디자인센터가 식물, 한약재, 숯, 홍합 껍데기 등을 활용해 개발 중인 재활용 소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벌집 모양 장식품도 마련됐다.
현대차그룹이 GBC를 설립하는 주요 목적은 서울과 수도권에 흩어져 있는 조직을 한곳으로 결집하는 통합 사옥을 마련하는 것이지만, 업무 시설 외에도 상업, 녹지, 문화∙편의 시설 등이 포함된 복합단지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시설 이름을 글로벌비즈니스센터에서 글로벌비즈니스콤플렉스로 바꾼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GBC 공사는 2020년 착공 이후 현대차그룹과 서울시의 이견 때문에 지연되고 있다. 애초 현대차그룹은 105층짜리 초고층 타워 1개 동을 짓기로 했지만, 지난 5월 처음 공개한 콘셉트 디자인(조감도)을 보면 55층 타워 2개 동과 저층부 4개 동으로 구성돼 있다. 현대차그룹은 서울시와 논의를 통해 올해 안에 새로운 안을 마련해 다시 협상에 나서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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