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 "벽 느꼈다"는데 여제는 'NO', 김가영의 기준점 "상위 1000명에 끼고 싶다" 7연속 우승에도 한계에 도전한다 [PBA]

안호근 기자 2025. 3. 18.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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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 안호근 기자]
김가영이 17일 PBA-LPBA 월드챔피언십 LPBA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우승 트로피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PBA 투어 제공
김가영이 챔피언 포인트를 따낸 뒤 포효하고 있다. /사진=PBA 투어 제공
7연속 우승, 통산 14승, 누적 상금 6억원 돌파.

그럼에도 김가영(42·하나카드)은 만족하지 못했다. 돈이나 화려한 커리어 차원의 이야기가 아니다. 누구보다 3쿠션을 잘치는 선수가 되고 싶다는 강렬한 열망이 있다.

김가영은 17일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한라체육관에서 열린 'SK렌터카-제주특별자치도 PBA-LPBA 월드챔피언십 2025' LPBA 결승전에서 김민아(NH농협카드)를 세트스코어 4-2(11-5, 5-11, 5-11, 11-4, 11-5, 11-2)로 꺾고 정상에 올랐다.

이로써 김가영은 지난 1월 열린 시즌 8차 투어(웰컴저축은행 챔피언십)서 통산 13번째 우승을 달성한 지 불과 47일 만에 또 하나의 우승 트로피를 추가하며 7연속 우승 및 통산 14번째 트로피를 들었다. 지난 시즌에 이어 디펜딩챔피언으로 참가한 이번 대회서도 왕좌를 지키며 우승상금 1억원을 손에 넣었다.

완벽한 피날레다. 출범 시즌부터 다섯 시즌 간 7회 우승을 달성했던 김가영은 이번 시즌에만 7번의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7회 연속 우승이라는 남녀부 통합 최다 연속 우승 기록까지 달성했다. LPBA에선 최초로 단일 시즌 누적 상금 3억원(3억 4090만원)을 돌파했는데 이는 PBA-LPBA 통합 시즌 우승상금 전체 1위 기록이다. 정규투어 우승 상금(PBA 1억원, LPBA 4000만원)을 비교한다면 엄청난 시즌을 보낸 셈이다.

스트로크를 준비하는 김가영. /사진=PBA 투어 제공
시즌 랭킹 상위 32위만 진출하는 왕중왕전 격의 월드챔피언십에서도 새 역사를 썼다. LPBA 최초로 월드챔피언십 2연속 우승과 동시에 PBA-LPBA 최초로 월드챔피언십 3회 우승자로 올라선 것이다. 이번 월드챔피언십 우승 상금 1억원을 더해 누적 상금 6억 8180만원을 쌓았다.

준우승 김민아는 LPBA 데뷔 후 5시즌 만에 처음으로 월드챔피언십 우승에 도전했지만, 김가영의 벽에 막혀 준우승에 만족해야했다. 지난 8차 투어에 이어 2연속 결승에 진출했으나 김가영에 고배를 마셨다. 대회 한 경기서 가장 높은 애버리지를 기록한 선수에게 주어지는 '웰컴톱랭킹'(상금 400만원)은 조별리그에서 3.143으로 LPBA 역대 최고 기록을 쓴 김세연(휴온스)이 받았다.

경기 초반엔 김민아의 공세가 매서웠다. 첫 세트엔 앞서 가다가 김가영에 패했지만 2세트를 따낸 데 이어 3세트에선 초구에서 8득점 하이런을 기록하며 연속으로 세트를 따냈다.

그러나 김가영은 김가영이었다. 4세트부터 흐름을 완전히 뒤집었고 내리 세 세트를 따내며 7연속 우승 대업을 썼다.

김가영은 여전히 자세를 낮췄다. PBA에 따르면 김가영은 우승 후 "너무 좋다. 왜 이렇게 계속 우승을 하는지 저도 잘 모르겠다. 결과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고, 한 게임씩 잘하려다 보니 좋은 결과가 따랐다. 시즌을 잘 마무리해 홀가분하고, 마무리까지 잘 해서 뿌듯한 시즌"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시상식에서 두 팔을 들고 관중들에게 인사하는 김가영. /사진=PBA 투어 제공
특히나 올 시즌엔 7연속 우승을 달성하며 압도적인 면모를 보였다. 누구도 따라갈 자가 없었다. 김가영은 "훈련하는 방식이나 생활 패턴은 크게 달라진 부분이 없다. 지난 5년간 쌓아온 부분이 올해 만개한 것 같다"며 "이전에도 말했지만, 우승을 계속한다는 게 실력으로만 이뤄질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승운도 따라야 하고, 여러 가지가 잘 맞아 떨어져야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가영을 위협할 선수가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김가영은 안심할 수 없었다. 작은 문제도 있었다. "그렇게(압도적이라고) 생각해 본적은 없다. 매 순간 고비가 있었다. 오늘도 김민아 선수가 초반에 컨디션이 좋아보였다. 경기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싶었는데, 후반엔 포지션 운도 따랐다. 디펜스를 생각하지 않은 공이 운 좋게 디펜스가 되기도 했다. 또 끝나고 말 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대회 중반에 큐 팁에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친구가 다음날 아침 경기도 고양시에서 제주까지 와서 팁과 장비를 전달해주러 왔다. 불안했던 부분도 많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 위기를 잘 넘겼다. 이번 대회에선 애버리지도 좋지 않았다. 그래도 꾸역꾸역 잘 넘겼다. 조별리그에서 김예은(웰컴저축은행) 선수에게 패배했을 때가 팁에 문제가 생긴 날이었다. 그 전에 미리 2승을 해놔서 16강 진출에 영향이 없었다. 이런 부분들이 운이 좋았다고 본다"고 전했다.

준우승자 김민아도 혀를 내둘렀다. 경기 후 "사실 지금 생각하면 그때의 경기력은 지금과는 많이 달랐다. 그때는 누가 이겨도 이상하지 않을 경기였다. 몇 년 후인 지난 시즌 4차투어(에스와이 챔피언십) 4강전에서 김가영 선수를 만나 3:1로 이겼는데 그땐 '내가 김가영 선수를 이길 정도가 됐다'고 스스로 생각했다"면서도 "하지만 최근 2번의 결승전에서 김가영 선수를 만났는데, 벽이 느껴졌다. 이번 맞대결에선 김가영 선수는 실수가 전혀 없었고, 나만 실수가 계속 늘어났다. 실력 차이가 난다고 느꼈다. 6세트에는 편한 공을 받지 못해서 따라가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민아의 평가에 대해서도 "이기고 지는 건 실력만 가지고 되는 건 아니라고 본다. 하늘에서 정해준다고 생각이 들정도로 운이 좋았다. 마지막 6세트에 운이 잘 따랐다. 만일 운이 따르지 않았다면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경기였다. 또 7세트엔 김민아 선수가 선공이라 더욱이 경기를 예측하기 어렵다"며 "물론 김민아 선수가 높게 평가해줘서 고마운 마음이지만 운이 정말 많이 따랐다. 그러지 않았다면 정말 팽팽한 경기였을 것"이라고 겸손한 자세를 보였다.

우승 후 트로피에 입을 맞추는 김가영. /사진=PBA 투어 제공
김가영(왼쪽)이 우승 후 김애숙 제주도 정무부지사로부터 상금 1억원을 전달받고 있다. /사진=PBA 투어 제공
스스로에게 누구보다 엄격하다. 평가의 기준을 여자 선수들로만 제한하지 않았다. "남자 선수들은 랭킹이 높은 선수들이 아니어도 애버리지 1.6 이상을 기록하는데, 저는 이제야 1.2 정도다. 겸손한 게 아니고, 그게 현실"이라며 "아직 3쿠션에 대해 모르는 것도 너무 많다. 실수가 없다고 하지만 애버리지 1이면 한 번 공격을 하면 한 번 놓친다는 뜻이다. 실수를 계속해서 줄여가는 게 나의 목표"라고 말했다.

당장 우승보다는 더 높은 꿈을 그리고 있다. 김가영은 "성별과 상관없이 우리나라에 애버리지 1.5가 넘는 분들이 1000명 가량 있을텐데 거기에 끼고 싶다"며 "현재 제 애버리지가 1.2 정도 되는데 팀원들과 수지 40점을 놓고 쳐도 마음 놓고 칠 실력이 되지 않는다. 남자 선수처럼 치겠다가 아니라 3쿠션을 잘 치는 사람들과 견줄 수 있길 바란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뒤이어 열린 PBA 월드챔피언십에선 '미스터 매직' 세미 사이그너(튀르키예·웰컴저축은행)가 환갑의 나이에 세트스코어 4-1(1-15, 15-2, 15-5, 15-8, 15-7)로 '튀르키예 후배' 륏피 체네트(하이원리조트)를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이로써 사이그너는 프로 전향 첫 대회였던 2023-24시즌 개막투어(경주 블루원리조트 챔피언십) 이후 637일 만에 프로당구 개인 통산 2번째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2023-24시즌 월드챔피언십에서 다비드 사파타(스페인·우리금융캐피탈)에 밀려 4강에 그쳤던 사이그너는 두 번째 기회는 놓치지 않고 시즌 최강자로 우뚝 섰다.

사이그너는 우승 직후 "나는 지금도 젊다고 느끼고, 힘이 넘친다고 느낀다. 고국과 한국을 오가는 생활이 지루했을 때도 있었다. 인생을 즐기고, 당구를 즐기는 법을 까먹기도 했다"라며 "지난 2월 발가락을 다쳐 좌절하기도 했지만, 이렇게 어려운 대회에서 역경을 극복하고, 멘털도 더 성장할 수 있었다. 정말 기쁘고 행복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시즌 최종전인 월드챔피언십을 마무리한 PBA는 오는 19일 오후 4시 30분부터 서울 그랜드워커힐 비스타홀에서 프로당구 시상식 'PBA 골든큐 어워즈 2025'를 끝으로 시즌의 막을 내린다.

남자부 우승으로 상금 2억원을 손에 넣은 세미 사이그너. /사진=PBA 투어 제공

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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