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억 제작비에 조승우 주연인데...엄청나게 추락한 기대작 드라마

200억 쏟아붓고도 무너진 서사, 조승우마저 못 살린 '시지프스'의 추락

배우의 호연이 작품의 빈틈을 어느 정도 메워줄 순 있어도, 뿌리부터 흔들리는 세계관까지 바로잡기는 어렵다. JTBC 개국 10주년 특별기획 '시지프스 : the myth'는 이 뼈아픈 진실을 다시금 일깨운 드라마다.

제작비 200억 원에 조승우와 박신혜라는 묵직한 이름값, 여기에 SF와 판타지, 미스터리, 액션을 한데 버무린 야심까지 출발은 화려했다. 하지만 막상 베일을 벗은 뒤 대중의 입에 오르내린 건 압도적 성취가 아니라 부푼 기대와 초라한 결과물 사이의 아득한 격차였다.

사실 '시지프스 : the myth'는 초반만 해도 흥행 공식에 필요한 패를 두루 쥐고 있었다. 세계적 기업 퀀텀앤타임을 이끄는 천재 공학자 한태술은 비행기 사고를 겪으며 그동안 몰랐던 세상의 이면을 마주한다. 죽은 줄로만 알았던 형의 흔적이 나타나고, 미래에서 현재로 넘어온 이른바 밀입국자들이 그의 일상을 파고든다.

핵전쟁으로 잿더미가 된 미래에서 건너온 강서해는 한반도의 멸망을 막겠다며 한태술 앞에 모습을 드러낸다. 모든 재앙의 씨앗이 결국 한태술이 만들어낼 타임머신 기술이라는 설정은 두 사람의 만남에 피할 수 없는 운명적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발목을 잡은 건 판을 크게 벌인다고 해서 이야기의 밀도까지 알아서 채워지진 않는다는 점이었다. 미래에서 온 전사가 핵전쟁을 막으려 과거로 돌아오고, 파멸의 불씨가 될 기술 개발자를 지킨다는 뼈대 자체는 꽤 솔깃하다.

다만 시간 이동을 다룬 이야기라면 앞뒤 인과가 빈틈없이 맞물리는 법칙부터 세우고 끝까지 이를 밀고 나가야 한다. '시지프스 : the myth'는 수수께끼를 연거푸 던지는 데는 열을 올렸지만, 정작 그 떡밥을 회수하며 극의 질서를 시청자에게 납득시키는 데는 힘이 부쳤다.

첫 방송 5.6%로 출발해 2회에서 6.7%로 자체 최고치를 찍은 시청률은 초반의 기대감이 실제 유입으로 이어졌음을 방증한다. 그러나 극이 후반으로 치달으면서 시청률은 3%대까지 주저앉았고, 마지막 회 역시 4.4%로 쓸쓸히 막을 내렸다. 시작할 때보다 뒷걸음질 친 최종 성적표는 단순한 수치 하락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호흡이 긴 드라마에서 시청자를 붙잡는 건 거창한 배경이 아니라 회를 거듭할수록 단단해지는 서사의 믿음이다. 이 드라마는 새로운 비밀을 얹을 때마다 앞선 의문을 풀기보단 또 다른 물음표만 늘려갔고, 결국 시청자의 호기심은 이내 피로감으로 바뀌고 말았다.

인류 멸망을 막아야 한다는 절체절명의 과제와 정작 극 중 인물들이 보여주는 행보 사이의 괴리도 뼈아팠다. 세상이 잿더미로 변할 수 있다는 위기감을 내세우면서도, 인물들의 몇몇 선택과 감정선은 그 절박함에 어울리는 설득력을 갖추지 못했다. 설정의 구멍을 메우느라 시청자가 스스로 상상력을 동원해야 하는 대목이 잦아지면 극의 몰입도는 깨지기 마련이다.

이야기 구조가 복잡한 건 죄가 아니지만, 앞뒤가 안 맞는 불친절함을 복잡한 서사로 포장해선 곤란하다. '시지프스 : the myth'는 외형을 부풀리는 데만 급급한 나머지, 인물이 세계관의 법칙 안에서 왜 그렇게 움직여야 하는지 세밀하게 다듬어내지 못했다.

200억 원이라는 막대한 제작비를 떠올리면 화면의 만듦새는 더욱 입맛을 쓰게 한다. 폐허로 변한 미래의 서울, 타임머신과 시간 이동, 총격전과 추격전을 아우르는 액션은 이 드라마의 색깔을 시각적으로 입증해야 할 중추였다. 그러나 몇몇 대목에선 배경과 인물이 겉돌며 화면의 생동감을 갉아먹었다.

컴퓨터그래픽이 단순한 눈요기를 넘어 가상의 세계를 진짜처럼 믿게 만드는 바탕이 되어야 하는 SF 장르에서, 이런 어색함은 부실한 줄거리와 맞물려 극의 몰입을 두 배로 방해했다. 결국 제작비 총액보다 중요한 건 한정된 예산을 핵심 장면에 얼마나 영리하고 정교하게 쏟아부었느냐는 사실만 확인시킨 셈이다.

그나마 끝까지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붙잡은 건 배우들의 연기 내공이었다. 조승우는 한태술 특유의 천재성과 내면의 상처를 입체적으로 그려내며 복잡한 설정에 갇힌 인물에 사람 냄새나는 중심축을 세웠다.

박신혜 역시 미래 전사 강서해 역을 맡아 거친 액션을 거뜬히 소화하며 극에 역동적인 활력을 불어넣었다. 시그마로 분한 김병철 또한 악역으로서 묵직한 위압감을 자아냈다.

하지만 배우들이 열연을 펼칠수록 대본의 빈틈이 도리어 도드라지는 역설이 빚어졌다. 연기로 인물의 감정에 숨결을 불어넣을 순 있어도, 그 감정이 놓인 앞뒤 상황의 허술한 논리까지 배우 개인의 힘으로 메울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후반부 전개와 결말은 이 드라마가 안고 있던 한계를 고스란히 압축해 보여줬다. 초반부터 쌓아 올린 비밀과 방대한 설정을 정해진 방영 시간 안에 급하게 갈무리하려다 보니, 던져놓았던 질문들은 속 시원한 해답을 찾지 못한 채 흩어졌다.

절대악 시그마와의 맞대결 역시 거대한 세계관을 하나로 모아내는 결정적 한 방이어야 했으나, 앞서 불거진 설정 충돌과 개연성 부족을 덮기엔 역부족이었다.

결말이 남긴 허탈함은 짜릿한 반전이 없어서라기보다, 극 초반 약속했던 세계의 법칙과 인과관계가 끝내 하나의 단단한 틀로 아귀가 맞지 못한 데서 기인했다.

다만 '시지프스 : the myth'를 그저 실패작으로만 치부해버리면 이 작품이 남긴 산업적 이정표까지 흘려보내게 된다.

안방극장에서 보기 드물었던 SF 블록버스터를 전면에 내걸고 타임슬립과 미래 사회, 핵전쟁이라는 묵직한 소재를 한데 엮어낸 시도 자체는 분명 짚어줄 만하다.

이와 함께 장르물의 성패가 간판스타나 막대한 자본, 신선한 소재만으로 판가름 나지 않는다는 교훈도 또렷이 남겼다.

방대한 세계관보다 앞서는 건 흔들리지 않는 규칙이고, 화려한 볼거리보다 중요한 건 인물이 움직이는 당위성이다.

200억 원짜리 겉모습과 배우들의 호연을 앞세우고도 이야기가 믿음을 잃자 시청자가 등을 돌린 과정은, 덩치가 큰 기획일수록 기본적인 서사 설계가 얼마나 절실한지 여실히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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