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관저 亭子가 무슨 잘못이 있겠는가
[김두규의 國運風水]
한남동 대통령 관저 ‘정자 논쟁’을 보며
지난 8월 국회에서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민주당이 설전을 벌였다. 관련 내용이 언론과 유튜브에 소개되기도 하였다. 이른바 ‘정자(亭子)’ 논쟁이다.
“정자가 대통령 관저에 설치되었다. 건축물은 2024년 5월 용산구청에는 신고가 이루어졌지만, 미등기 상태이기에 소유권 분쟁 소지가 있다. 정자는 1.85평 규모다. 해당 정자 원형은 2023년 광주디자인비엔날레에 출품된 미술품이었다. 미술품을 변용하여 건축물로 대통령 관저에 설치한 것이다.”
2평도 안 되는 정자 하나가 무슨 대수라고 호들갑을 떠는가? 비서실장은 “대통령 관저가 초라하여, 외빈이 많이 오면 우리 전통 건축물을 보여드리고 싶어서 설치하였으며, 합법적”이라고 해명했다. 그런데 유튜브 ‘송작가TV몰’ 진행자가 “그것이 액(厄)막이 아니냐?”며 또 시비를 건다.
“대통령 관저 정자는 광주비엔날레에 출품한 본래 모습과 달리 지붕 모양이 특이하다. 세운 방위와 지점도 의심스럽다. 정자 목재가 복숭아나 버드나무가 아닐까 추측한다. 귀신 쫓는 데 효험이 있는 나무들이다.”
외빈들에게 우리 전통 건축물을 보여주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두 가지 본질적 문제가 있다. 국가유산청(구 문화재청)이 적극적으로 조언(해명)했어야 옳았다. 정자도 마땅히 있어야 할 곳[處]이 있다. 처세(處世), 처녀(處女), 처지(處地), 처신(處身), 처벌(處罰), 처방(處方)이라는 단어에서 ‘처(處)’는 동사다. 처세는 세상[世]에 머물 자리를 잡는다[處]는 뜻이다. 처녀는 봉건사회의 여성 차별적 단어다. 특정한 곳에 여자[女]를 머물게 한다[處]에서 유래한다. 처신은 몸을 마땅한 장소에 둠을 말한다. 처신을 잘못하면 망신(亡身)이다. 이렇게 동사로서 ‘處’는 ‘특정 터[place]를 잡는다[take]’는 뜻이다. 터를 잡으면 ‘사건이 벌어진다(take place)’. 그 길흉은 ‘처(處)’가 마땅하냐 아니냐에 달렸다.
정자는 어디에 자리해야 할까? 언덕 위에 집이 있는 것을 亭이라 한다. 정자는 대부분 산과 언덕 위에 있다. 강변에서는 바위에 자리한다. 서울 망원정·낙천정·세검정, 담양 송강정·식영정, 순창 귀래정, 봉화 청암정, 부여 백화정 등이 그 사례다. 대부분 집 밖에 있다. 격을 갖추지 못한 예외도 있다. “평범한 문인의 경우 그냥 사랑채 마루방에 ‘亭’ 현판을 걸고 구색을 갖춘다. 궁 밖 출입이 어려운 왕족을 위해 궁궐 안에 세우는 사례도 있다.”(정기호 성균관대 명예교수와 김묘정 박사 등 조경학자가 고증). 한남동 관저는 궁궐이나 거대한 사대부 저택이 아니다. 정자가 들어설 만한 곳이 있을까?
둘째, 주술 논란이다. 그 역사는 아주 길고 질기다. 고려 11대 문종은 땅심[地力]을 빌려 국운을 연장하고자 다양한 주술을 행한다. 대표적인 것이 장원정 신축이다. “예성강변에 ‘군자가 말을 탄 명당[君子御馬明堂]’ 터에 정자를 지으면 국운이 상승한다”는 비결 ‘송악산명당기’에 따른 것이다. 이후 100년 동안 왕들은 그곳에 행차하며 복을 빌었다. 복이 있었을까?
고려 18대 의종은 술사 영의를 맹신하였다. 영의는 늘 왕 옆에서 조잘거렸다. “국운의 장단과 임금 수명은 비보술(주술)을 자주 시행함에 달렸습니다.” 의종은 궁궐 동북 모퉁이[鬼門·귀문], 대흥산성 남문 밖, 개성 용연사 남쪽 등에 많은 정자를 지었다. 모두 주술용이었다. 효과가 있었을까? 의종도 그를 부추긴 영의도 끔찍한 죽음을 맞는다.
정자가 무슨 잘못이 있겠는가? 정자를 짓자고 부추기는 사람이나 그것에 시비 거는 사람이나 모두 사심이 있는 것이다. 정자 문화는 자랑스러운 우리 전통이다. 국격에 맞는 정자 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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