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캬~" 한 잔으로 더위 버텼는데…술 끊어라? 정답 아닐 수도 있다

정심교 기자 2025. 7. 8.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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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과 건강 사이] 上
[편집자주] 건강을 지키기 위한 수칙으로 '금주'는 늘 거론돼왔다. 하지만 술자리를 좋아하는 한국인 사이에서 금주를 지키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단 지적이다. 과음의 폐해는 잘 알려졌지만 '술을 어떻게 마실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부족했다. 건강을 잃지 않으면서도 모두가 즐거운 음주 문화를 위한 '적정 음주'에 대해 고민해볼 때다. 본지는 2회에 걸쳐 술과 건강 사이의 '적정 음주'에 대해 조명한다.

연일 폭염경보가 발효되면서 시원한 맥주 한 잔의 유혹을 뿌리치기 힘들다는 직장인이 늘었다. 청량한 탄산이 목·식도를 타고 내려갈 때의 시원함도 맥주의 매력이지만 회식, 동창회, 업무 회식 등 사람들과의 소통 수단으로도 술은 톡톡한 역할을 담당한다.

한국인의 술 사랑은 데이터로도 입증된다. 지난해 4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발표한 '주류산업정보 실태 조사'에 따르면 한 달에 한 번 이상 술을 마신다고 답한 성인은 월평균 술을 '9일간' 마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년 전(8.5일)보다 0.5일 늘어난 수준이다. 전국의 19~59세 성인 2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 결과다.

하지만 최근 유명 연예인의 음주운전 사고, 주취 폭력 등이 잇따르면서 잘못된 음주 습관에 대한 경각심도 덩달아 커졌다. 지난 3월, 정부는 음주운전 경고문구를 주류용기에 의무 표기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내년 3월부터는 경고 문구·이미지 삽입이 의무화한다. 이에 더해 보건복지부는 '한 잔의 술도 건강에 해롭다'는 세계보건기구의 입장에 동의하며 술의 건강상 위험에 대해서도 경고문구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각국 보건당국도 음주에 대해 강경한 입장으로 돌아선 분위기다. 미국 의무총감(Surgeon General)은 "건강을 우선한다면 절주보다는 금주가 바람직하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했으며, 세계보건기구(WHO)도 2023년 '한 잔의 술도 해롭다(No safe amount of alcohol)'는 문구를 공식화했다.

이처럼 음주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는 추세이지만 '건강을 위해 술을 한 잔도 마시면 안 된다'는 식의 '절대 금주 수칙'이 현실과 동떨어진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적잖다. 여기에 '적당량의 음주'가 건강에 이로울 수도 있다는 논문도 잇따른다. 그 예로 2003년 '뉴잉글랜드저널 오브 메디신'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미국 보건 전문직 종사자 3만8000명을 12년간 추적했더니 술을 하루 1~2잔 마시면 허혈성 심장질환 발생 위험이 낮아졌다.

또 2011년 '영국 메디컬 저널'에 실린 메타분석에서 기존의 84개 연구 결과를 종합 분석했더니 적정 음주가 심혈관 질환, 심근경색, 뇌졸중 위험을 낮춘 결과와의 연관성을 보였다. 다만 이들 연구는 관찰연구로, 인과관계를 직접적으로 증명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이에 WHO와 국제 의학 학술지 '란셋'(Lancet) 등에서는 이런 연구들에 사회경제적 배경, 식습관, 동반 질환 등이 제대로 통제되지 않았을 가능성을 제기하며 '건강 음주론'에 신중한 해석을 요구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올해 '자마네트워크오픈'에 실린 일본 대규모 코호트 연구(Shimazu et al.)에선 알코올 섭취의 시작과 중단이 콜레스테롤 수치에 미치는 영향을 추적했다. 연구팀은 2011~2022년 일본 도쿄의 예방의학센터에서 건강검진을 받은 성인 5만7691명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그랬더니 술을 끊은 사람들은 '나쁜 콜레스테롤(LDL)'이 늘고 '좋은 콜레스테롤(HDL)'은 줄었다. 반대로 술을 새롭게 마시기 시작한 사람들은 그 수치가 오히려 개선됐다는 경향이 확인됐다. 이번 연구는 △술을 줄이거나 끊더라도 콜레스테롤 수치가 반드시 개선되는 건 아니라는 점 △건강을 위해 금주·절주했더라도 콜레스테롤 수치에 대한 꾸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술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개인별 신체 조건, 음주 습관, 생활환경 등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의학 전문가들은 '술 자체'보다는 '어떻게 마시느냐'가 건강을 좌우할 수 있다고 본다.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정재훈 교수는 "건강검진에서 조금이라도 이상이 발견됐을 땐 절대 금주가 원칙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나만의 적정 음주를 위해선 내가 시간당 술을 얼마나 마실 수 있는지 그 한계부터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사람마다 알코올을 분해하는 '시간당 정량'이 있다. '음주 후 아무런 문제 없이 귀가하고, 다음 날 지장이 없을 정도'가 자신만의 적정 주량이다. '블랙아웃'(과음으로 인한 기억 상실) 단계가 될 때까지 술을 마시는 건 금물이다. 그는 "회식처럼 사람 간 교류하는 술자리가 아닌, '혼술'(혼자 마시는 술)처럼 오롯이 술을 마시기 위한 목적으로 술을 마시는 건 피해야 한다. 정량을 넘어서기 쉽기 때문"이라며"고 덧붙였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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