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하이닉스 나락" 코스피를 뒤흔든 정부 발언 한마디

▮▮ 8000선 신고가 행진 멈춰 세운 패닉 셀링, 삼성전자·하이닉스 시총 증발의 막전막후

2026년 5월 12일, 국내 증시는 환호와 비명이 교차한 역사적 변곡점을 통과했다. 장 초반 코스피는 7999.67p를 기록하며 마의 8000선 돌파를 목전에 두었으나, 정점의 순간 펀더멘털에 대한 의구심이 터져 나오며 차가운 패닉 셀링에 직면했다.

지수는 전일 대비 179.09p 하락한 7643.15(-2.29%)로 마감했으나, 장중 한때 7420선까지 밀리며 5%대의 폭락세를 연출했다. 8000선이라는 상징적 저항선 앞에서 발생한 이번 급락은 시장 참여자들에게 단순한 기술적 조정을 넘어선 심리적 지지선의 붕괴를 의미했다.

시장의 대들보인 삼성전자(-2.28%)와 SK하이닉스(-2.39%)가 하락의 총대를 멨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두 종목에서만 무려 5.3조 원을 쏟아내며 하방 압력의 방아쇠를 당겼다.

이는 삼성전자 노조의 총파업 리스크와 미국 내 인텔·마이크론의 급락세가 국내 반도체 투심과 공명하며 발생한 결과다. 외환 시장 역시 요동치며 원·달러 환율은 17.5원 급등한 1489.90원으로 치솟아 자본 유출의 공포를 극대화했다.

▮▮ 대통령실 'AI 초과 세수' 발언의 나비효과, '특별세 부과' 오해가 부른 장중 5% 폭락

이번 폭락의 직접적인 트리거는 정책 당국의 소통 미숙이 초래한 정보의 비대칭성이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언급한 'AI 국민배당금' 구상이 시장에서는 'AI 기업 대상 특별세 부과'로 와전되며 투자 심리의 기틀을 흔들었다.

블룸버그 등 외신이 이를 코스피 급락의 핵심 원인으로 타전하자, 글로벌 투자자들은 이를 정부의 '수익 탈취' 시나리오로 해석하며 투매에 가담했다. 지수가 장중 7420선까지 곤두박질친 배경에는 이처럼 정책 불확실성이 가져온 심리적 붕괴 메커니즘이 자리하고 있다.

정부는 "새로운 세금이 아니다"라며 진화에 나섰으나 이미 훼손된 시장의 신뢰를 복구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고점 부담이 극에 달한 시점에 터진 정책 리스크는 외국인들에게 차익실현의 완벽한 명분을 제공하며 시장을 빙결시켰다.

▮▮ 3.8% 인플레 쇼크와 중동의 포화, '금리 인하' 꿈 지우고 '인상' 공포 키웠다

외부에서 밀려온 거시 경제의 파고는 국내 증시의 활로를 더욱 좁혔다. 4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3.8%를 기록하며 2023년 5월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는 소식이 결정적이었다.

물가 쇼크의 주범은 중동의 포화였다. 미·이란 전쟁으로 브렌트유가 배럴당 107.99달러까지 치솟았으며, 이 에너지 가격 상승분이 CPI 상승분의 40% 이상을 점유하며 인플레이션을 고착화했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의 병목 현상은 한국 제조업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렸다. 중동산 나프타 공급의 54%를 해당 해협에 의존하는 국내 석유화학 업계는 나프타 정제마진이 톤당 400달러를 돌파하는 등 직접적인 공급망 압박에 직면했다.

금융 시장의 기류도 험악해졌다. 미 10년물 국채 금리가 4.5%를 상회하고 케빈 워시 연준 이사 인준 관련 불확실성까지 겹치며 연내 금리 인하 기대는 소멸했다. 오히려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이 프라이싱되기 시작하며 기술주 밸류에이션의 근간을 뒤흔들고 있다.

▮▮ 중첩된 충격과 좁혀진 활로, 2026년 세계 경제 '스태그플레이션' 경고등

현재의 혼란은 단기 조정을 넘어선 구조적 침체의 신호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2026년 세계 성장률 전망치를 3.0%로 0.4%p 하향하며 '중첩된 충격, 좁혀진 활로'라는 엄중한 진단을 내놓았다.

미국발 통상 리스크는 불확실성의 정점이다. IEEPA 기반 관세의 위법 판결 이후에도 122조에 기반한 글로벌 수입부가관세 등 미국의 자국 중심주의는 한국 경제의 상시적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KIEP가 제시한 '에너지 재정 복합 취약성 매트릭스'에서 한국은 에너지 취약성이 높은 중심부에 위치해 있다. 에너지 충격이 재정 및 통화 정책의 여력을 갉아먹는 스태그플레이션적 압력이 현실화되고 있는 셈이다.

그간 증시를 지탱해온 AI 투자 역시 비용 압박과 금융 긴축으로 인해 속도 조절이 불가피하다. 지금은 장밋빛 낙관론을 거두고, 좁아진 활로 속에서 생존을 도모하는 보수적인 전략적 재편이 시급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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