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 뇌종양, 항암제 효과 높일 단서 찾았다
- 악성 뇌종양 교모세포종, 항암제 내성 극복할 단서 발견
- 항암제 내성, 노화 과정의 돌연변이와 관련 있어
울산과학기술원(UNIST)과 기초과학연구원(IBS) 연구팀이 악성·난치성 종양의 대표 사례로 꼽히는 ‘교모세포종(glioblastoma)’의 극복을 위한 새로운 단서를 찾았다.
교모세포종, 대표적 악성 종양
교모세포종은 전체 뇌종양의 약 15%를 차지할 정도로 빈번하면서도 발병 시 10명 중 9명이 5년 내 사망하는 악성 종양이다. 교모세포종의 치료가 어려운 이유는 ‘항암제 내성’ 때문이다. 종양 자체가 다양한 면역 항원을 가지고 있는 데다가, 약물 성분을 세포 내부로 유입시키는 작용을 차단하기도 한다. 항암제 성분 자체를 분해하거나 비활성화시키는 효소를 내뿜는 경우도 있다.
한편, 종양의 일부 세포가 줄기세포와 유사한 특성을 가지는 사례도 있다. 이렇게 되면 항암제 자체에 대한 내성에 더해, 약물 작용으로 세포가 사멸하더라도 다시 재생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교모세포종을 직접 공격할 수 있는 항암제도 테모졸로마이드(TMZ) 한 종류 뿐이었다. TMZ는 세포독성 항암제의 일종으로, 세포의 DNA에 손상을 일으키는 메커니즘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교모세포종의 암 세포는 항암제 작용으로 인한 DNA 손상을 스스로 복구하는 등 내성을 발휘함으로써 항암 치료 난도를 높이는 성질을 갖고 있다.
이러한 이유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탓에 교모세포종은 치료 자체가 어렵고, 성공하더라도 재발로 인한 사망률이 높은 질환으로 꼽혀왔다.
항암제 반응 높이는 표적 유전자
UNIST 의과학대학원 안톤 가트너 특훈교수팀은 바이오메디컬공학과 이세민 교수팀, 그리고 IBS 유전체항상연구단과의 공동 연구를 통해 교모세포종의 항암제 내성 극복 방안을 탐색했다. 그 결과 항암제 내성을 극복할 수 있는 표적 유전자 APE1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세포 DNA 손상이 복구되는 경로와 TMZ에 대한 세포의 내성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를 조사했다. 19개의 DNA 복구 경로와 관련해 47개 단백질 유전자를 하나 이상 비활성화시킨 세포주를 만들고, 이들 각각이 TMZ에 얼마나 민감한지를 확인하는 분석 실험을 진행했다.
실험 결과, APE1 단백질의 발현을 억제할 경우 TMZ에 대한 반응성을 높일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를 토대로 연구팀은 APE1 유전자에 암호화된 단백질을 억제하는 약물과 TMZ를 함께 처리하면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항암제 내성, ‘노화’와도 관련 있어
한편, AEP1 단백질과 비슷한 작용을 할 수 있는 MPG 단백질의 경우, 발현을 억제해도 항암제 반응이 개선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MPG 단백질의 경우 세포가 TLS라는 대체 복구 경로를 사용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다. 이에 따라 TLS 경로에 관여하는 단백질 유전자 역시 항암제 내성 억제의 표적 유전자가 될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이에 관한 추가 연구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이번 연구에서 노화로 인해 축적된다고 알려진 DNA 돌연변이 패턴이 TMZ 항암제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세포에 축적되는 DNA 돌연변이 패턴과 유사하다는 점도 확인됐다. 즉, 세포가 TMZ 항암제에 노출될 때 발생하는 DNA 변이가 노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것과 비슷한 유형이라는 것이다.
이는 노화와 함께 발생하는 돌연변이가 암 세포의 항암제 내성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바꿔 말하면, 세포의 노화가 진행된 정도에 따라 암 치료 성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를 역으로 이용할 경우, 고령의 환자 또는 노화로 인한 세포 돌연변이를 가진 환자들에게 항암제 치료를 더욱 효과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새로운 전략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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