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모기업 불안·수익성 악화… M&A 실탄 확보 방안은
제주항공의 올해 1~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4% 급감했다. 지난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예상보다 낮은 실적을 낸 데 따른 것이다. 저가항공사(LCC) 점유율 1위 수성, 항공사 M&A, 기단 확장 등을 준비하는 상황에서 자금 조달 부담이 커졌다.
제주항공은 6일 올해 1~3분기 누적 매출 1조4273억원, 영업이익 1051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16.1% 늘었고 영업이익은 24% 줄었다.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1% 줄어든 395억원이었다. 지난 2분기에는 9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2분기 연속으로 시장 예상보다 낮은 실적이다.
제주항공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여객 수요는 견조했다. 3분기 수송객 수는 332만4143명, 점유율은 14.2%로 국적 저가항공사(LCC) 중 1위를 기록했다. 다만 공급망 이슈, 고정비 상승 등의 요인이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영향을 줬고 낮은 현금 창출력으로 이어졌다.
LCC 구조개편 가속…투자 시점 놓치면 1위→3위 추락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이 임박하면서 국내 LCC시장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국내 1위·2위 항공사들은 각국 경쟁 당국 승인 조건에 맞추기 위해 자회사 LCC 통합, 미주·유럽 노선 일부 반납 등의 조치를 결정했고 이는 업계 순위 재편 및 구도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
점유율 1위·2위의 양대 항공사가 통합되면 LCC의 구도가 바뀐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LCC 국제선 이용객 순위 1위는 총 432만명이 이용한 제주항공이다. 대한항공 및 아시아나항공의 LCC 자회사 이용자는 △진에어(313만명) △에어부산(218만명) △에어서울(92만명) 등이다. 향후 3개 LCC가 통합하면 이용자 기준 1위에 오른다.
제주항공은 보유 기단에서도 2위로 밀려난다. 현재 제주항공은 41대를 운용 중이다. 진에어(30대), 에어부산(22대), 에어서울(6대) 등 합친 항공기는 총 58대로 제주항공 기단을 넘어선다.
수익성에서도 뒤쳐질 수 있다. 미주, 유럽 등 장거리 노선 슬롯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에 따라 시장에 나온 유럽 노선 20여개 슬롯은 티웨이항공이, 미주 노선 47여개 슬롯은 에어프레미아가 가져갔다.
최근에는 대명소노그룹이 티웨이항공과 에어프레미아서 각각 2대 주주가 되면서 경영권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대명소노그룹이 두 항공사 경영권을 인수하고 합병할 경우 현재 9곳인 LCC 업계는 6개로 재편된다. 또한 제주항공이 LCC 3위로 밀려날 수 있다는 시나리오도 나온다.
모기업에 발목 잡힌 '제주항공'…자금 확보 여력 없어
거대 항공사 합병에서 시작한 나비효과는 LCC업계 구조 개편으로 이어졌다. 이에 제주항공이 현재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항공사 M&A, 기단 확장 등 대대적인 투자가 필요해졌다.
이에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는 "항공산업 구조변화와 관련해 다양한 불확실성이 있다" "사모펀드가 투자한 항공사들은 언젠간 매각 대상이 될 것이고 향후 M&A 기회가 왔을 때 어떻게 대응할지가 중요하다"며 M&A 등 투자를 염두에 두고 있음을 밝히기도 했다.
다만 모기업의 사정이 좋지 않은 만큼 제주항공이 자체적으로 재원을 조달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이 부담이다. 부채비율이 500%에 이르는 상황이어서 추가적인 차입은 어렵기 때문이다.
모기업인 AK홀딩스의 지원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점이 부정적이다. 현재의 상황은 오히려 제주항공 주가 부진이 모기업에 영향을 주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전자공시시스템 공시에 따르면 AK홀딩스, 애경자산관리 등이 보유한 지분은 4323만5037주(지분율 53.61%)다. 이 중 3513만4147주는 담보로 잡혔다.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자 보유한 지분 대중 담보로 제공된 비율은 81.25%다.
제주항공 지분을 담보로 융통한 자금은 3000억원에 이른다. AK홀딩스, 애경자산관리 등은 총 9건, 1763억원의 대출을 받았다. 지난 2022년 9월 AK홀딩스는 제주항공 주식 830만5648주(지분율 10.3%)를 담보로 1300억원의 교환사채를 발행하기도 했다.
제주항공 주식을 담보로 조달한 자금은 AK플라자 등 AK홀딩스 자회사 지원에 사용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AK플라자는 △2020년 221억원 △2021년 247억원 △2022년 191억원 △2023년 269억원 등 4년 연속 영업손실을 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올해 1분기까지 6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했지만 2분기 고환율과 글로벌 공급망 이슈로 인한 물가상승까지 겹치며 적자 전환했으나 3분기 다시 흑자전환에 성공하며 수익성 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LCC 업계 구조조정 시나리오가 다양하게 나오고 있다"며 "항공사 매물이 많지 않고 몸값도 오르고 있는 만큼 제주항공이 M&A에 나선다면 충분한 실탄을 확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탄력적인 노선 운영 및 신규 노선 개발, 강력한 원가경쟁력 및 보유 자원 간 시너지를 통해 LCC 1위 지위를 공고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덕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