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도 바뀌는데…11종 달하는 손해사정사 자격 "통합해야"

조회 1,4762023. 7. 14.
(사진=픽사베이)

사교육비 절감을 위해 킬러문항을 배제하는 방향으로 국가지대사인 수능도 바뀌는데, 보험업계의 필수 인력인 '손해사정사' 자격 제도는 요지부동이다. 종류가 지나치게 세분화돼 고객의 비용 비효율을 초래하는 손해사정사 자격을 하나로 통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손해사정사 자격 종류는 1종(구), 1종(신), 2종, 3종(구), 3종대인, 3종대물, 4종, 신체, 재물, 차량, 종합 총 11종에 달한다. 보험업법 시행규칙을 개정하는 과정에서 기존의 자격도 유지하면서 신종 자격을 추가한 결과 현재 수준에 이르렀다. 손해사정사 제도는 1977년 당시 재무부가 추진한 '보험산업의 근대화' 정책 일환으로 도입됐다.

예를 들어 건물화재로 인해 인명피해와 재물피해가 발생한 경우 각각 자격사가 나눠 손해사정을 하거나, 모든 자격을 갖춰 취득한 자만이 손해사정을 할 수 있다. 사고발생 빈도가 높은 운전자보험에서 보험소비자가 중대사고를 야기한 경우 자신의 부상에 대한 손해사정은 신체손해사정사에게, 교통사고 처리지원금 및 벌금 등 비용손해는 재물손해사정사에게 복수 위임해야 한다.

이렇게 신체 및 재물피해가 복합적인 사고의 경우 복수의 손해사정사가 필요한 경우가 있어 보험소비자의 혼란을 초래하고, 손해사정비용의 증가로 인한 보험료 인상 요인이 발생 가능하다는 게 보험업계 전문가의 설명이다.

불법 손해사정 행위도 발생하고 있다. 인건비, 지방근무 기피 등 문제로 다수 손해사정사 확보가 어려운 경우 복수 자격 손해사정사의 보조인으로 등록한 후 등록 종목과 다른 종의 보조업무를 수행하는 행위도 빈번하다는 전언이다.

홍철 한국손해사정사회장은 "손해사정사 제도가 생긴 가장 중요한 이유는 보험과 보상에 대한 지식이 상대적으로 약한 보험소비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함인데, 정작 보험소비자가 자신을 도와줄 손해사정사를 찾고자 할 때 너무 많은 종류에서 선택의 혼란을 겪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지난 10일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한국손해사정사회가 주최한 국회 정책토론회에서는 손해사정사 자격제도를 통합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김선정 동국대학교 금융보험법연구센터장은 "업무영역을 불필요하게 세분화해 의도적으로 사업활동을 제한하거나 위축시키는 것은 시장경제 원리에 어긋난다"며 "나날이 복잡해지는 보험의 기능과 상품특성에 대응할 수 없도록 칸막이를 두고 과잉투자를 유발해 사회적 비용의 낭비를 증가시키는 것"이라 짚었다.

10일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한국손해사정사회가 주최한 정책토론회 모습.(사진=블로터 강승혁 기자)

손해사정사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다른 국가와 비교해서도 우리나라의 세분화 정도는 독보적이다. 미국 뉴욕주를 포함한 대부분의 주에서는 해손사정사(Marine Adjuster)와 비해손사정사(Non-Marine Adjuster) 크게 두 종류로 분류한다. 영국 역시 손해사정사를 두 종류(Loss Adjuster, Loss Assessor)로 분류하고 업무영역(취급 종목) 간 별도의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

이웅 한국손해사정사회 부회장은 "손해사정사 자격 통합 시 업무절차의 복잡함을 줄이고 손해사정비용의 절감효과를 가져오며 업무처리 기간 단축에 따른 만족도 향상이 기대된다"며 "손해사정제도에 대한 관리감독도 용이해지고 각 종별 손해사정사의 인력 수급 문제도 해결될 것"이라고 피력했다.

이와 관련해 금융당국은 제도 개편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신상훈 금융위원회 보험과장은 "무조건 통합할 경우 기존에 자격을 취득한 분과의 형평성 문제가 있다"며 "소비자 보호, 전문성과 연계된 문제이기 때문에 이런 방향성을 가지고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김성환 금융감독원 보험제도팀장은 "손해사정사 자격은 직장에 근무하면서 준비하는 4~50대 분들이 많기 때문에 이들에게 통합된 손해사정사 시험 공부는 굉장히 어려울 수 있다"며 "감독당국 입장에서는 신규 손해사정사가 추가되는 것에 애로사항이 발생할 수 있다"고 봤다.

반면 김 센터장은 11종이나 되는 자격을 '입법 과오'로 규정하며 우리나라의 시험 제도에 녹아든 기득권을 깨야한다고도 강조했다. 김 센터장은 "새로운 변화 앞에 기득권에 너무 집착할 필요는 없다"며 "손해사정사 자격을 통합한 이후에는 일정한 교육과 소정의 시험을 통해 진출할 수 있는 방법도 있다. 모든 시험을 다 보라고 하는 제도 자체가 다시 설계돼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 콘텐츠가 마음에 드셨다면?
이런 콘텐츠는 어때요?

최근에 본 콘텐츠와 구독한
채널을 분석하여 관련있는
콘텐츠를 추천합니다.

더 많은 콘텐츠를 보려면?

채널탭에서 더 풍성하고 다양하게 추천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