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하는 동네 아줌마' 아니고, '누구나 할 수 있는 일'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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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기승을 부리던 몇 년 전, '명품 급식'으로 입소문을 탄 학교 영양교사의 대기업 이직 소식이 전해지자 그와 조리사들이 합심해 만들었던 화려한 식판 사진이 주목받았다.
작가의 관점에서 보자면 '먹는 사람의 기호'를 최우선으로 두는 시스템은, 무상급식 전면 시행으로 학교 간 경쟁 구도가 형성되고 반찬 가짓수가 늘어나면서 가뜩이나 높아진 급식노동자의 노동 강도를 가중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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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다정 '밥 짓는 여자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기승을 부리던 몇 년 전, '명품 급식'으로 입소문을 탄 학교 영양교사의 대기업 이직 소식이 전해지자 그와 조리사들이 합심해 만들었던 화려한 식판 사진이 주목받았다. 비대면 수업 전환으로 자녀의 삼시 세끼를 챙겨야 했던 가정에서 새삼 급식의 소중함을 실감하던 때였다.
정다정 작가의 신간 '밥 짓는 여자들'은 말하자면 '특식'으로 채워진 식판에 가려진 현실을 꼬집는 책이다. 작가의 관점에서 보자면 '먹는 사람의 기호'를 최우선으로 두는 시스템은, 무상급식 전면 시행으로 학교 간 경쟁 구도가 형성되고 반찬 가짓수가 늘어나면서 가뜩이나 높아진 급식노동자의 노동 강도를 가중하는 일이다.
작가의 학위 논문 주제이기도 한 급식노동의 열악한 처우는 언뜻 진부한 얘기로 들리지만, 그는 단순히 노동환경에 머물지 않고 급식노동자의 전문성이 인정되지 않는 구조를 분석한다. 직접 급식 보조인력으로 일해 본 작가의 경험에 비춰보면, 급식노동은 대용량 조리법을 몸에 익히는 고도의 숙련 노동이다. 급식장에서 요리를 담당하는 조리사(교육공무직)는 기능사 자격증도 갖춰야 한다.
급식노동이 홀대받는 원인의 시작은 정부가 조리사를 '괜찮은 주부 일자리'로 홍보한 199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집안일과 유사성이 강조되면서 급식노동자는 스스로를 비숙련 노동자로 내면화하며 '여사님' '이모' 등 호칭을 감수한다. 자녀와 함께 주말과 방학에 쉴 수 있어 '일과 가정의 병행'이 가능하다지만, 낮은 임금 탓에 그 기간 다른 일자리를 찾는 일도 흔하다.
저자는 부당한 처우, 부상·질병 위험으로부터 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문제로 급식 종사자 1인당 식수 인원 감축을 꼽는다. 다행히 올해 1월 학교급식법 개정안 통과로 적정 기준 마련을 제도화할 수 있는 근거가 생겼다. 현장의 오랜 요구 끝에 개정된 법안이 빛 좋은 개살구로 남지 않도록 후속 조치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는 게 책 행간에 숨은 메시지다.

최다원 기자 da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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