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 마산의료원과 공공의료

최원호 외과의사 2025. 12. 14.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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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 줄고 만성 적자인데 건물만 늘려
뜬구름 그만 잡고 좀 제 역할 할 수 있게

어느 날 집에서 애들이랑 TV를 보고 있는데 낯익은 얼굴이 나왔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란 프로의 김주열 편으로 시신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눈에 박힌 최루탄을 빼는 장면을 당시 수술방 간호사가 설명하는 장면이었는데 누구지, 하며 한참을 보다 놀라서 휴대전화를 들었다.

"엄마, TV 나온다고 왜 얘기 안 했어요? 그리고 일했다던 도립병원이 맞네. 마산의료원 맞네." 어쩌다 보니 대를 이어 충성 중.

재수 때 바로 옆의 유상학원에 다닐 때만도 여기서 일하리라고는 생각지도 않았다. 당시 돈이 없어 점심 굶고 저녁 시간에 탈출해 소주에 새우깡 들고 찾던 곳이 바로 마산의료원 벤치. 나름 오래된 나무와 가로등이 운치 있었던. 하지만, 순찰하던 의료원 수위아저씨께 잡히면 바로 학원에 인계되어 벌을 서야 했기에 도망 다니던 그분께 첫 출근날 새로 온 외과과장으로 거수경례를 받으며 이런 게 인생역전인가도 싶었던 추억의 장소.

옮긴 건 단순한 이유였다. 진주의료원이 한순간에 닫히는 걸 보며 허탈하던 차 하필 세월호로 가만히 있지 마란 말이 가슴을 태울 때 제안받았기에 고향 의료원을 지키겠다는 감상도 조금은 있었던 듯. 지난 글에 썼던 호스피스 겸임도 원했던 바고.

하지만, 와서 본 풍경은 기대와는 좀 다르더라고. 누구는 강성노조의 해방구라며 100년 역사도 한방에 지우더니 시민들이 주도한 홍준표 주민소환에 맞불로 낸 박종훈 주민소환지가 서명요청권자도 없이 선거법을 위반하며 버젓이 돌고 있는데도 노조에서는 입도 벙긋 안 하더라고.

휘둘리는 건 정권이 바뀌어도 마찬가지. 닫고 깎고 누르던 정권이 가니 이번에는 넘치게 안겨서 문제. 시술할 의사 하나 없는데 심혈관센터 지을 돈이 내려오고 흉부외과도 없는데 에크모가, 그리고 막상 코로나 같은 대유행 때는 쓰지도 못할 독립 음압병동을 안기더니 코로나 후로는 생돈 들여 유지보수만 할 뿐 늘 텅 빈 감염병동을 확장해 지은 것도 모자라 또 멀쩡한 주차장을 뜯고 감염병 대응 건물을 새로 지어 주겠다고. 대비하는 거야 좋아. 공공병원의 존립 이유이기도 할 테고. 하지만, 기존 병상도 다 못 채워 적자인 시점에 건물만 더 올려 어쩌자는 걸까?

병원 내 운영도 그래. 뉴스에까지 소개될 정도로 정형외과에서는 밤새워 수술하고 있는데도 병원은 왜 늘 적자일까? 8개 내과는 네 개로 쪼그라들어 허덕이고 이비인후과 등 있던 과도 하나 둘 사라지는데, 그렇게 전문의는 갈수록 주는데 그에 대한 대안은 누구도 없다. 그리고 아직도 쓸모를 못 찾은 건물만 더 지어 주며 공공의료 확충이라 하니 기가 막힐밖에.

그럼에도, 공공의료가 맡은 바 역할은 분명하다. 앞장선 민간의료에서 미처 돌아보지 못한 이들이 소외되지 않도록 살피고 보듬는 일. 기본적인 건강권을 계층이나 지역에 따른 차별 없이 이 땅에 사는 누구나 공평히 누릴 수 있도록 배려하는 최일선의 보루.

올 초 한 미등록 외국인 노동자가 진료실로 왔다. 걸어오는 자세만 봐도 장이 터진 복막염 상태라 수술을 서둘렀더니 눈시울이 젖더라고. 많이 아팠구나 했지만 뒤에 전해 들은 얘기. 일주일을 앓았단다. 그전에 들른 몇 개의 병원에서, 심지어 치료해도 죽을 수 있다는 얘기까지 하면서도 막상 수술은 안 해 주더란다. 보다 못한 이웃 주민이 수소문해 모시고 왔다고. 여러 핑계로 민간에서 손 떼는 호스피스도 속사정은 비슷하다. 하니 지역/필수/공공 의료를 살리겠다면 다른 게 없다. 지금 여기서 당장 실행할 수 있는 명확한 목표를 설정하고 그에 합당한 지원과 합리적 운영이 그 시작. 뜬구름 그만 잡고.

이런 여러 숙제만 항거시 전하며 이번 칼럼으로 마지막 인사를 드립니다. 제발 단디하입시더, 쫌!

/최원호 외과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