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후 보자”던 삼성 노조, 이재용·정부 호소에 다시 협상 테이블로
이재용 회장 “우린 한 가족, 매서운 비바람 제가 다 맞을 것” 파업 자제 호소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노사 잇따라 접촉하며 설득
‘파업 종료 후 협의’ 의사 내비치던 노조, 입장 변화 여부 주목
사측, “노조 요구 과도” 난색 …노조는 사측 불신, “5만명 파업 참여” 압박

17일 중앙노동위원회와 삼성전자 노사 등에 따르면 노사는 총파업을 사흘 앞둔 18일 오전 10시 세종시 중앙노동위원회에서 2차 사후조정 회의를 연다. 이번 조정에는 박수근 중노위 위원장이 직접 참관하는 것으로 알려질 만큼 파업 개시 여부를 가릴 협상 분수령으로 꼽힌다.
앞서 삼성전자 노사는 중노위 중재로 지난 11일부터 13일 새벽까지 사후조정을 진행하고 마라톤협상을 벌였지만 입장차만 확인한 채 빈손으로 물러났다.

이 회장은 전날 오후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를 통해 입국하면서 “노동조합 여러분, 삼성 가족 여러분, 우리는 한 몸 한 가족”이라며 “지금은 지혜롭게 힘을 모아 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때”라고 말했다. 해외 출장 중 노조 파업을 앞두고 일정을 변경해 귀국한 것으로 전해진 이 회장은 “매서운 비바람은 제가 맞고 다 제 탓으로 돌리겠다”며 “우리 한번 삼성인임을 자부할 수 있게 최선을 다해 보자”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저희 회사 내부 문제로 불안과 심려를 끼쳐드린 점 전 세계 고객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항상 저희 삼성을 응원해 주시고 사랑해 주시고 또 채찍질해 주시는 우리 국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끝으로 저희 문제 해결을 위해 애써주고 계시는 정부와 관계자 여러분께 고맙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걱정을 끼쳐 드려 죄송하다는 말씀, 고객 여러분들과 국민 여러분들께 다시 한 번 머리 숙여 올린다”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사과 발언을 할 때 세 차례에 걸쳐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그가 공개석상에서 대국민 사과를 한 것은 2015년 6월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 2020년 5월 경영권 승계 및 노조 문제 관련 이후 이번이 세 번째다.

김 장관은 지난 15일 오후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내 노조 사무실을 찾아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의 최승호 위원장과 만났다. 최 위원장은 면담 결과에 대해 “초기업노조는 교섭 재개를 위해 사측 대표교섭위원을 교체할 것, 사측의 실질적인 입장 변화가 선행될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노조가 이날 공개한 중앙노동위원회 회의 녹취록에 따르면 최 위원장은 사측 대표교섭위원인 김형로 부사장이 올해 삼성전자 영업이익 전망치를 300조원이 아닌 200조원이라고 말한 데 대해 강하게 문제를 제기했다. 김 부사장이 반도체 사업에 대한 이해도가 낮다는 주장도 펼치고 있다.
아울러 노조는 이번 교섭에서 성과급 투명화와 상한 폐지, 제도화를 요구하고 있지만, 사측은 기존 성과급 제도를 유지하되 상한 없는 특별포상을 통해 유연한 제도화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최 위원장은 또 “그간의 교섭 경과, 삼성전자 사업구조, 현 시점의 핵심 쟁점 사항을 설명하고, 교섭 현황 전반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나눴다”며 “장관님은조합의 입장에 깊이 공감해 줬으며, 조합의 뜻을 사측에 분명히 전달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교섭이 재개된다면 책임 있는 자세로 성실히 임할 것임을 다시 한번 분명히 밝힌다”고 했다.
김 장관은 16일 삼성전자 경영진을 만나 노조와 면담한 내용과 정부 입장을 설명하고 사측도 대화에 적극 나서 문제를 해결하길 당부했다.


삼성전자 사장단은 공동 명의 입장문을 통해 “반도체는 다른 산업과 달리 24시간 쉼 없이 공정이 돌아가야 하는 장치산업이므로 결코 파업이 있어서는 안 된다. 고객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면 신뢰 자산을 완전히 잃게 된다”며 “저희 사장단은 현재의 경제 상황과 대한민국의 먼 미래를 보며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으겠다”고 강조했다. 입장문에는 전영현 대표이사 부회장, 노태문 대표이사 사장을 비롯해 김수목, 김용관, 김우준, 김원경, 남석우, 마우로 포르치니, 박승희, 박용인, 박홍근, 백수현, 송재혁, 용석우, 윤장현, 이원진, 최원준, 한진만 등 사장단이 함께 이름을 올렸다. 사장단은 이번 노사 갈등 관련, “삼성전자의 노사 문제로 국민과 주주, 정부에 큰 부담과 심려를 끼쳐드렸다. 성취가 커질수록 우리 사회가 삼성에 거는 기대가 더 엄격하고 더 커지는데 이를 제대로 살피지 못했다”며 “삼성전자 사장단은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깊이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고 대국민 사과를 하기도 했다.

노조는 영업이익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함으로써 기존 성과급 제도인 OPI 제도를 투명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연봉의 50%인 성과급 상한도 폐지하고, 이 같은 내용을 제도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영업익 15%는 올해 삼성전자 실적 전망치 300조원을 고려하면 45조원으로, 반도체 임직원 평균 6억원에 육박한다.
노조는 또 반도체 부문 내에서 성과급 재원을 부문 전체와 사업부별로 7:3으로 배분하고 파운드리 등 적자 사업부도 성과급을 공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사측은 기존 OPI 제도를 유지하되 업계 1위 달성 시 영업이익의 10%를 상한 없는 특별포상으로 지급하는 방안을 내놨다. 반도체 부문의 작년 OPI 평균은 약 5000만원이고, 영업익 10% 성과급은 반도체 임직원 평균 4억원에 육박한다.
아울러 사측은 노조가 요구하는 제도화 대신 특별포상을 통한 유연한 제도화가 가능하고, 반도체 부문 내 적자 사업부의 경우 실적 개선 시 연봉의 75%로 성과급 상한을 올릴 수 있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협상 불발 시 21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총파업을 벌일 예정으로, 최대 5만여명의 조합원이 참여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강은 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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