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바이의 야망, 바다 위에 세운 황금빛 섬들
21세기 초 두바이는 세계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았다. 석유만으로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담보할 수 없다는 판단 아래, 아랍에미리트의 작은 도시국가는 대담한 선택을 했다. 바로 바다 위에 거대한 인공섬을 조성해 관광과 부동산 중심 도시로 변신하겠다는 구상이었다. 팜 주메이라, 팜 제벨 알리, 더 월드 아일랜드 등 이름만 들어도 웅장한 프로젝트들이 잇달아 발표됐다. 두바이는 50조 원이 넘는 자금을 쏟아부었고, 세계 각국의 건설사와 금융자본이 이 자리에 몰렸다. 고급 리조트, 럭셔리 주택, 세계 유수 기업의 상업 시설이 들어서면서 ‘두바이는 미래의 아틀란티스’라는 찬사를 받았다.

팜 주메이라의 성공, 그리고 그 뒤의 그늘
특히 야자수 모양의 팜 주메이라는 두바이 야심의 상징이었다. 수백만 톤의 모래와 암석을 쏟아부어 만든 이 인공섬 위에는 세계적인 호텔과 주거단지가 건설되었고, 셀럽들과 글로벌 기업인들이 몰려들었다. 팜 주메이라는 실제로 흥행에 성공하며 두바이를 전 세계 럭셔리 관광지로 끌어올렸다. 문제는 후속 프로젝트였다. 팜 제벨 알리와 더 월드 아일랜드는 팜 주메이라보다 더 크고 화려한 계획이었지만, 글로벌 금융 위기와 부동산 침체라는 현실의 파도에 가로막혔다. 섬의 형태만 겨우 완성된 채, 수많은 부지는 매립된 백사장으로 방치되며 황량한 풍경만 남았다.

유령섬이 된 프로젝트들
2008년 세계 금융위기가 몰아치자 두바이 정부의 차입금은 감당하기 힘든 수준으로 불어났다. 결국 대규모 투자자들이 빠져나갔고, 인공섬 개발은 줄줄이 중단되거나 연기되었다. 두바이가 약속했던 초호화 리조트와 아파트 대신, 사람 하나 없는 썰렁한 모래섬이 늘어섰다. 수십 조 원이 투입된 장소가 고작 텅 빈 백사장과 흩날리는 쓰레기로 전락하자, 세계 언론은 이를 ‘사막의 신기루’라며 조롱했다. 인프라는 이어지지 않았고, 교통망도 확보되지 않아 입주 희망자조차 없었다. 그 결과 화려하게 매립된 인공섬 상당수가 ‘유령섬’이라는 불명예로 불리게 됐다.

환경적 리스크, 모래 위에 지은 성의 한계
두바이 인공섬 실패에는 경제적 요인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바다를 매립해 섬을 만든 만큼 자연 해류 변화와 침식 문제는 심각했다. 파도가 빼앗아 가는 모래를 계속 보강하지 않으면 섬은 형태를 유지하기 어려웠다. 특히 더 월드 아일랜드 일부는 섬들의 간격이 좁아 해수가 원활히 흐르지 못했고, 물이 고여 수질 악화 문제까지 발생했다. 방파제와 추가 공사 없이는 안전한 거주 환경 조성이 불가능했다. 결국 섬의 매매가 중단되고, 투자자들이 떠나버리면서 섬은 ‘모래 위의 성’이라는 말처럼 부실한 기반을 드러냈다. 자연과의 균형 없는 개발이 어떤 결말을 맞는지를 보여준 사례였다.

재개발 움직임과 끝나지 않은 도전
최근 두바이 정부는 다시 한 번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세계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고, 글로벌 부동산 시장도 다시 주목을 받자 방치된 인공섬 재개발을 재추진하기 시작했다. 팜 제벨 알리 일부 지역은 보강 공사가 시작되었고, 고급 주거단지와 리조트 건설 계획이 속속 발표되고 있다. 두바이는 이번에는 과거 실패를 반복하지 않겠다며 인프라 확충과 환경 보강에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여전히 교통 접근성, 유지 관리 비용, 해양 생태계 훼손에 대한 우려가 짙다. 한 번 불신을 산 투자자들을 설득하는 일도 두바이에겐 커다란 숙제다.

50조 투자의 교훈, 균형 잡힌 미래 개발의 필요성
두바이 인공섬 프로젝트는 세계에서 가장 화려한 건축 시도이자 동시에 가장 큰 실패 사례로 남아 있다. 국가 자금을 포함해 총 50조 원이 투입됐지만 상당수는 지금까지 수익을 내지 못했고, 방치된 상태에 있다. 결국 이 사례가 남긴 교훈은 분명하다. 경제적 타이밍, 환경적 부담, 인프라 구축이라는 세 가지 축이 균형을 이루지 못하면 아무리 화려한 개발도 ‘사막의 신기루’처럼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두바이가 다시 재개발에 나선 지금, 세계는 이 실험이 이번에는 어떤 결말을 맞을지 주목하고 있다. "인공섬은 두바이의 미래인가, 혹은 지나간 교훈인가?"라는 질문이 여전히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