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디 가서 아는 척
할 수 있도록
미스터동의 [쉽게 맥락을]
여러분, 여행 가서 렌터카 빌려본 경험 다들 있으시죠.
만약 렌터카 회사 1등과 2등이 하나로 합쳐진다면 어떻게 될까요.
최근 렌터카 업계의 양대 산맥인 롯데렌탈과 SK렌터카가 한 가족이 되려다 정부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혔습니다.
기업이 합치겠다는데 정부가 왜 뜯어말렸는지 알아보죠.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사건의 발단은 사모펀드 운용사인 어피니티 에쿼티 파트너스(이하 어피니티)가 쏘아 올렸습니다.
어피니티는 이미 2024년 8월에 업계 2위인 SK렌터카를 인수했는데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지난해 3월, 업계 1위인 롯데렌탈의 지분 63.5%를 약 1조 8천억 원에 사들이는 계약까지 체결했습니다.
그러고 나서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에 우리 둘이 합쳐도 되냐고 기업결합 심사를 신청한 거죠.
만약 이게 통과됐다면 1위와 2위 업체가 모두 한 주인의 지배 아래 놓이는 거대 렌터카 공룡이 탄생할 뻔했습니다.
하지만 공정위는 약 10개월간의 장고 끝에 절대 안 돼라며 주식 취득 자체를 금지했습니다.
보통은 가격을 올리지 말라는 조건을 걸고 승인해 주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엔 아예 합병 자체를 불허한 이례적인 강수였습니다.
이는 2003년 이후 9번째 불허 사례이자, 사모펀드가 업계 1·2위 기업 결합을 신청한 최초의 사례이기도 합니다.

점유율은 30%인데, 왜 독점이라고 본 걸까?
사실 숫자만 놓고 보면 의아할 수 있습니다.
2024년 말 기준 두 회사가 합쳐도 단기 렌터카 시장 점유율은 내륙 29.3%, 제주 21.3% 정도거든요.
독점의 기준이라 불리는 50%에는 한참 못 미치죠. 어피니티 측도 합쳐도 50%를 넘지 않으니 문제없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공정위는 나머지 경쟁자들의 체급에 주목했습니다.
1, 2위인 두 회사를 빼면 나머지는 점유율 1%도 안 되는 영세한 중소 사업자가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내륙 3위인 쏘카조차 점유율이 3.7%에 불과하죠.
압도적인 대기업 하나와 수많은 피라미들이 경쟁하는 구도가 되면, 사실상 유효한 경쟁 상대를 찾기 어렵게 됩니다.
실제로 공정위 조사 결과, SK렌터카 가격이 오르면 소비자가 싼 중소업체로 가는 게 아니라 브랜드가 있는 롯데렌탈로 이동하는 패턴이 확인됐습니다.
둘이 한몸이 되면 서로 요금을 깎으며 경쟁할 이유가 사라지니, 렌터카 요금은 오를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제주도 렌터카 시장은 상황이 더 복잡해?
특히 제주도는 렌터카 총량제 때문에 상황이 더 특수합니다.
제주도는 환경 문제와 교통 체증을 이유로 렌터카 신규 면허를 제한하고 있어서, 새로운 업체가 들어오거나 기존 업체가 차를 늘리기도 어렵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롯데렌탈은 2020년부터 꾸준히 수십에서 수백 대 규모의 소형 렌터카 업체를 인수해 왔는데요.
공정위는 두 회사가 합쳐지면 가뜩이나 진입 장벽이 높은 제주 시장에서 유력한 경쟁사가 나오기 어렵고, 현지 업체들의 퇴출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봤습니다.

장기 렌터카는 경쟁자가 있지 않아?
장기 렌터카 시장은 두 회사 합산 점유율이 38.3%에 달합니다.
물론 현대캐피탈(14.7%), 하나캐피탈(7.5%) 같은 굵직한 금융사들이 뒤를 잇고 있긴 한데요. 공정위는 이들도 진짜 위협적인 경쟁자는 아니라고 봤습니다.
이유는 법적 제약 때문입니다.
캐피탈사들은 여신전문금융업법상 본업 비율 제한 규제를 받아서, 본업인 대출이나 리스 자산 비율을 맞춰야 하기에 부수 업무인 렌터카 사업을 마음대로 늘릴 수 없습니다.
게다가 장기 렌터카는 차를 빌려주는 것뿐만 아니라 정비하고 나중에 중고차로 파는 역량이 중요한데, 롯데나 SK 같은 전문 업체에 비해 금융사들은 이런 인프라가 부족하죠.
결국 장기 렌터카 시장에서도 두 회사가 합치면 견제할 상대가 없어진다는 결론입니다.

왜 '조건부 승인'이 아니라 아예 막았을까?
공정위가 이렇게 강한 조치를 내린 배경에는 사모펀드의 특성도 한몫했습니다.
사모펀드는 기업을 사서 가치를 높인 뒤 되팔아 이익을 남기는 게 목적입니다.
공정위는 이들이 시장을 장악한 뒤, 나중에 비싸게 되팔기 위해 단기간에 렌터카 요금을 올리거나 서비스 질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판단했습니다.
어피니티 측은 요금을 일정 기간 물가상승률 이하로 묶겠다는 조건을 제시했지만, 공정위는 이런 약속만으로는 부족하고 아예 구조 자체를 막는 게 낫다고 판단했습니다.
행태적 조치는 단기적인 처방일 뿐이고, 영속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거죠.

이번 결정, 시장에는 어떤 신호를 줬을까?
이번 조치로 사모펀드 업계의 볼트온 전략에는 비상이 걸렸습니다.
동종 업계 기업을 연달아 인수해 몸집을 불리고 시장 지배력을 높이는 전략이 막힌 셈이니까요.
시장에서는 이번 결정이 향후 사모펀드의 M&A 전략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어피니티 측은 공정위 심사 결과를 존중한다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한 뒤 롯데그룹과 협의해 시장 지배력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다른 방안이 있는지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당분간은 1위와 2위가 서로 고객을 뺏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는 구도가 유지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어디 가서 아는 척할 수 있는 정보" 시사 경제 뉴스레터 <미스터동>이었습니다.
우리는 내일 또 만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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