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체만 배불리기?"... 매년 50억 쏟는 '으뜸인재 육성사업' 실효성 논란

김혜지 2025. 8. 18.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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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전체 중·고교생의 10% 참여
사업 위탁 업체 2곳 '과점' 형태
한해 수익 20억… 만족도 떨어져
행정편의주의식 예산 집행 지적도
"잠재력 발굴·육성 교육 이뤄져야"
전북도청 전경. 전북도 제공

#"서울 유명 교육업체인 줄 알았는데 전북 전주에 있는 소규모 회사더라고요. 소속 강사들도 소위 말하는 '일타 강사'가 아니다 보니 강의 수준이 인강(인터넷 강의)보다 떨어졌어요."(완주군 A고교 학생)

#"학교생활기록부 컨설팅을 받는데 업체 측에서 'OOO학생이 선행상을 받았으면 써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하더라고요. 교육부 지침상 수상 경력은 생활기록부 어디에도 쓸 수 없습니다. 학교 현장을 모르고 있다는 생각이 드니 업체를 믿을 수 없겠더라고요."(정읍시 B학교 교사)

전북도와 13개 시·군이 매년 수십억 원을 투입해 추진 중인 '지역으뜸인재 육성사업'을 두고 일선 중·고등학교에서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참여 학생이 저조한데다 강의나 상담의 질적 수준이 기대 이하라는 평가가 나오면서다. 학교 현장에선 사업 전반에 대한 점검과 함께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기 위한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8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전북 각 시·군(전주시 제외)은 도내 중·고교 학생을 대상으로 2008년부터 지역으뜸인재 육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학생들의 교과·비교과 등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지원해 우수 인재 유출을 막기 위한 목적에서다. 사업비는 전북도(30%)와 시·군(70%)이 분담해 매년 50억 원이상 투입되고 있다. 올해는 전년도에 이어 57억 5,900만 원이 책정됐다.

사업은 온라인 수강권 제공, 진로·진학 상담, 교과목 강의 등으로 구성돼 있다. 각 시·군 장학재단 또는 학교가 통상 공개 입찰을 거쳐 사설 교육업체에 사업을 맡긴다. 대부분 전북 지역에 있는 2개 업체가 사업을 수행해왔다. 지난해에는 C업체가 군산·익산·김제·완주·고창 등 5곳을, D업체가 정읍·남원·완주·임실 등 5곳을 맡았다. 올해도 상황은 비슷하다.

업체에 맡기지 않는 지자체는 온라인 수강권만 지원해주거나 학교 측에서 강사를 직접 채용해 야간 자율학습이나 주말·방학 때 특강을 운영한다.

사업에 참여하는 학생 수는 올해 8,600명으로, 전년보다 1,000명 늘었다. 해마다 참여 학생이 늘고 있다는 게 전북도 설명이지만, 도내 전체 중·고교 학생 수(9만6,856명)를 고려하면 10%도 안 되는 수치다.

이들 학생 대부분은 온라인 수강권을 지원받거나 단발성으로 운영하는 진로·진학 상담 또는 캠프에 참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마저도 전북교육청이 운영 중인 '찾아가는 진로상담'과 '학생부 종합전형 전문상담' 등과 중복된다. 순창 지역 한 교사는 "교육청이나 학교, 입시 상담 업체 등 대학 진학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매우 다양해졌다"며 "지자체에서 진로·진학 상담을 지원하고 있지만 학생들은 큰 차이를 느끼지 못 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업체 소속 강사가 진행하는 교과목 수업의 경우 학생들의 성적 향상을 기대하기가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도내 한 고등학교 교사 김모(50대)씨는 "과거에는 상위권 학생들 중심으로 관심이 높았는데 이제는 필요성을 못 느끼는 것 같다"며 "우리 학교만 보더라도 전교생이 300명이 넘는데 학년당 1~2명 정도만 참여하고 있다"고 했다.

일각에선 "사업 효과성에 대한 면밀한 분석 없이 행정편의주의식으로 예산 집행이 반복돼 '인재 키우기'가 아닌 '업체 배불리기' 사업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해마다 같은 업체들이 참여해 수익을 벌어들이는 데다 학생들의 생활기록부 등 관련 정보를 얻어 이를 토대로 입시 상담을 진행하기 때문이다. 매년 사업에 참여하는 C, D업체에 지급되는 사업비만 보더라도 한해 각각 20억 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내 고교 이모(40대) 교사는 "업체 측으로부터 생활기록부 컨설팅을 받는데 미리 검토한다는 이유로 '(생활기록부) 출력본'을 요청할 때가 있다"며 "만약 해당 학생이 서울권 대학에 진학하는 등 입시 성적이 좋으면 업체 이력으로 활용하기도 하더라"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북도 관계자는 "시·군 수요조사를 기반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해 사업 추진 상황을 수시로 공유하고 있다"며 "프로그램 만족도 조사, 진학 실적 등을 토대로 학교 현장에 필요한 것들을 최대한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전문가들은 시대 흐름에 맞게 '으뜸 인재'의 개념부터 재정립하고, 사업 취지와 내용, 형식 등을 대대적으로 손질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서재복 전주대 교육학과 교수는 "지자체에서 대규모 예산을 투입해 학생들을 지원하더라도 우수 인재가 많이 배출되는지는 의문"이라며 "이제는 단순히 교과목 성적을 높이는 데만 집중하지 말고, 학생 개개인의 잠재력과 역량을 함께 발굴·육성해 다양한 분야로 진출할 수 있는 방향으로 교육 시스템을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혜지 기자 fo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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