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 먹어도 잘 팔린다." 3,606만원부터 시작하는 SUV, 타보면 알게 되는 것들

요즘 자동차 시장에서 가솔린을 고집하는 것은 어딘가 시대착오적인 선택처럼 보일 수 있다. 하이브리드가 사실상 표준이 된 지금, 2026년형 싼타페 2.5 터보 가솔린은 왜 여전히 존재하는가. 그리고 왜 여전히 매력적인가. 이 차를 깊이 들여다볼수록 그 질문에 대한 답이 분명해진다.

현대 싼타페

싼타페가 경쟁 모델들과 가장 뚜렷하게 차별화되는 지점은 실내 공간이다. 현대자동차는 이 차를 설계할 때 실내 공간을 먼저 확정하고 외장을 그에 맞게 구성하는 방식을 택했다. 결과는 수치로도, 체감으로도 확인된다. 휠베이스 2,815mm에서 뽑아낸 2열 공간은 동급 최고 수준으로, 체격이 큰 성인도 불편함 없이 앉을 수 있다. 컬럼식 기어 시프터 덕분에 넓어진 센터콘솔 하단 수납공간, 조수석 앞 미끄럼 방지 트레이, 양방향으로 열리는 센터콘솔, UVC 살균 트레이까지 실생활에서 자주 손이 가는 공간 구석구석을 꼼꼼하게 채웠다. 출시 초기 디자인 논란이 적잖았음에도 꾸준히 높은 판매량을 유지하고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본다.

현대 싼타페

주행 성능은 이 차를 가솔린으로 선택해야 할 가장 강력한 근거다. 최고출력 281마력, 최대토크 43kgf·m의 2.5 터보 엔진은 제네시스 라인업과 사실상 동일한 스펙이다. 습식 8단 DCT와 맞물렸을 때의 가속감은 이 차의 크기와 무게를 잊게 만들 만큼 경쾌하다. 1.6 터보 하이브리드가 투싼이나 스포티지 정도의 차급에서 최적의 궁합을 발휘한다면, 싼타페만한 차체에서는 오히려 2.5 가솔린 쪽이 훨씬 통쾌한 발진 성능을 보여준다. 습식 DCT 특유의 저속 울컥거림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으나, 이는 수동 변속기 기반 특성상 변속 순간 극히 짧은 공백이 느껴지는 수준으로, 심각한 결함으로 보기는 어렵다. 다만 자동 변속기에 오랫동안 익숙해진 운전자라면 구매 전 반드시 직접 확인해볼 것을 권한다.

현대 싼타페

승차감은 단단하되 거칠지 않다. 주파수 감응형 댐퍼가 적용돼 잔진동은 유연하게 흡수하면서도 큰 충격에는 감쇠력을 높여 차체를 안정적으로 잡아준다. 방지턱을 넘은 뒤의 출렁임도 거의 없다. 코너링에서 롤이 최소화되어 있어 이 체급의 SUV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경쾌하게 돌아나간다. 정숙성도 합격점이다. 1·2열 전체에 이중접합 차음 유리를 적용한 덕분에 풍절음과 노면 소음이 효과적으로 차단되며, 21인치 대구경 휠을 장착하고도 실내는 조용하다. 가솔린 엔진의 진동이 핸들을 통해 미세하게 전달되긴 하나, 전반적인 정숙성과 승차감의 완성도는 국산 SUV 중 최상위권이라 해도 손색이 없다.

현대 싼타페

유지비 측면에서도 가솔린 모델은 나름의 경쟁력을 갖는다. 국산차 특유의 저렴한 소모품 비용과 높은 중고차 잔존가치는 변함없는 강점이다. 연간 주행 거리가 많지 않은 운전자라면 하이브리드 프리미엄을 굳이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단, 연비는 분명한 약점이다. 서울 도심 기준 실연비 4~5km/L, 복합 기준 7~8km/L 수준은 하이브리드와의 비교에서 체감상 격차가 크다. 현대차가 이 플랫폼에서 연비보다 출력을 선택한 결과인데, 이 점만큼은 구매 전에 충분히 감안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대 싼타페

편의 사양의 완성도는 이 차의 마지막 설득력이다. 무선 안드로이드 오토와 애플 카플레이는 연결 안정성이 높아 오류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티맵 연동 내비게이션 안내까지 지원하며, 원격 스마트 주차 보조, 스마트폰과 스마트워치로 시동과 출입이 가능한 디지털 키 2, 듀얼 무선 충전, 그리고 끼어드는 차량을 조기에 감지해 자연스럽게 대응하는 2세대 고속도로 주행 보조(HDA2)까지 폭넓은 사양이 기본으로 탑재돼 있다. 캘리그라피 트림이라면 선루프, 프리미엄 스피커, 빌트인 캠 정도를 제외한 대부분의 사양이 기본으로 포함돼 있어 별도 옵션 고민도 크지 않다.

현대 싼타페

하이브리드가 대세인 시대에 싼타페 2.5 터보 가솔린은 분명 비주류다. 그러나 넉넉한 실내 공간, 경쾌한 주행 성능, 탄탄한 승차감, 풍부한 편의 사양이라는 네 가지 축에서 이 차가 보여주는 완성도는 결코 타협의 산물이 아니다. 연비보다 달리는 즐거움을 우선시하고, 가족 모두가 편안하게 오래 탈 수 있는 차를 원한다면 이 선택은 충분히 합리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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